아픈 말은 지나가도 상처는 남는다

아빠의 말씀

by 황지연

1월의 끝자락, 겨울방학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었다.

너무 추워서 밖에 나가지 않은 지 벌써 며칠 째,

단조로운 일상과 함께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만 갔다.


그러던 어느 날,

평소에 술을 잘 드시지 않은 아빠가 술에 잔뜩 취해서 집에 들어오셨다.

집안은 금세 술 냄새로 가득 찼다.

아빠의 눈빛은 풀렸고, 말투는 무서웠다.

아빠는 날 보시더니 갑자기 한마디 하셨다.


“네가 살이 찌는 걸 보면 피가 마른다."


아빠의은 날카로운 칼이 되어 내 마음을 깊숙이 찔렀다.

나는 아직 어린데, 왜 이렇게 심한 말을 하실까.

분명 술기운 때문이었을 거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말은 너무 아팠다.


“뚱뚱한 나, 나도 싫다. 싫어. 피가 마르다니~.”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아빠가 야속했고, 동시에 내가 너무 불쌍했다.

아무도 내 마음을 몰라주고, 세상은 차갑게 느껴졌다.


그날 밤, 일기장에 이렇게 적었다.


“제발 더 이상 살찌지 않게 해 주세요.

제발 누구라도 내 소원을 들어주세요.”


나는 그렇게 어린 마음으로, 누군가가 나를 구해주길 진심으로 바랐다.

내가 원하는 건 거창한 게 아니었다.

그저 들처럼 보통의 몸을 갖고 싶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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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와서 그날의 나를 돌아본다.

아직 세상의 무게를 감당하기엔 너무 작고 여렸던 중학생의 나.

하지만 그 아이는 누구보다 솔직했고, 누구보다 간절했다.


살이 찐 모습 때문에, 혹은 남들과 다른 모습 때문에

스스로를 부끄러워하고 작아졌던 시간들.

그러나 지금 돌아보니, 그것은 부끄러움이 아니라

세상에 적응하며 성장해 가던 과정이었다.


아빠의 말 한마디에 울던 그 시절의 나에게

지금의 내가 이렇게 말하고 싶다.


“괜찮아. 너는 이미 충분히 예쁘고, 소중해.”


지금의 나는 안다.

사랑은 때때로 서툴게 표현되고, 상처처럼 다가올 때도 있다는 것을.


그러나,

상처 흔적은 수십 년이 지나도 지워지지 않으므로 특히 자녀에게는 부디 예쁜 꽃 같은 말만 해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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