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름한 슈퍼 앞에 놓인 탁자와 의자, 빛바랜 것이 딱하게 비를 맞고 있다. 지난밤 작업복을 입고 사내들이 앉아 담배를 피고 있었다. 70년대 유행하던 장발을 떠오르게 했던 사내의 머리카락이 빛났었다.
비가 온다. 봄을 재촉하는 비가 되려나, 흐린 하늘과 조용한 거리는 먹의 농담(濃淡)이 자유로운 수묵화 같다. 자동차 바퀴에 튀어 오르는 빗물이 사방으로 퍼진다. 기온이 반짝 영하권으로 내려간다더니 춥다. 자동차 전조등이 따뜻하게 느껴진다.
오늘은 독립선언서를 선포하고 한국의 독립의사를 만방에 알린 삼일절이다. 어제는 거리에 태극기가 게양되었는데, 그러고 보니 태극기가 모두 내려져 있다.
102년 전 숨죽이며 태극기 준비하고 ‘대한독립 만세’를 비장하게 외쳤을 푸른 아우성을 기억한다. 근처에 한용운 님을 비롯 당시 민족대표 몇 분이 모셔져 있다. 나라에 바칠 목숨이 하나뿐 인 것을 슬퍼하셨다던 그 마음을 잊지 않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