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을 살아낸 식물들이 힘을 빼고 누렇게 시들더니 말라죽는다. 생일이라고 환하게 들고 왔던 그의 얼굴이 나를 잡아챈다. 그가 다시 왔을 때 할 수 있는 변명을 찾아야 할 것이다.
한겨울 시린 화분을 방 안으로 들여와 따뜻하라, 했는데 그 겨울의 끝에 무심히 죽어버렸다. 베란다는 괜찮을 거지, 대꾸 없어 그대로 두었는데 이 겨울의 중간쯤 화분 하나가 또 힘없이 죽는다.
선물해준 이들에 대한 예의는 뒤적여 이유를 알아낸다. 나무 하나는 얼기를 감수하고 추위를 잘 견뎌야만 살아남을 수 있었단다. 또 하나는 살풋 찬바람만 불어도 맥을 못 추고 죽는 것이었다니 나의 무지와 무심함이 미안하다.
그들의 눈물에 잔가시라도 있었다면 나는 찔려서 아팠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