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샷 추가 라테요.”
텀블러를 받아서 뚜껑을 닫으며 밖으로 나온다. 아침 일찍 여는 카페에서 사람들의 커피가 분주하다.
공기가 겹겹을 파고들어 차갑다. 시장통으로 들어왔다. 커다란 굴을 따라온 듯 쭈욱 한길 시장이다. 갑바로 덮어둔 가게들은 밤새 시름이 풀리지 않았다. 트럭에서 생선 박스를 옮기고 있는 이들은 부부 같다. 마르지 않았지만 살이 붙지도 않은 여자의, 불끈 다문 입이 마스크 안에서 보인다. 세월의 어느 순간부터였을까, 과거의 시간에 그녀는 생선의 미끌거림과 비린내를 끔찍해했을지도 모른다. 고깃값만큼이나 비싼 고등어를 지난 저녁에 해주었더니, 살살 녹듯 맛있다던 밥상은 저와 같은 노동력 덕분이었다.
가방 지퍼와 텀블러 부딪혀 나는 소리가 거슬린다.
할아버지 굽은 등 너머 강냉이 봉지들이 놓인다. 급하지 않은 시간에 진열해도 될 듯한 것이 부지런한 아침을 맞는다. 텀블러를 앞쪽으로 옮겼다. 뚜껑을 잘 못 닫아 가방을 적신 이후 신경이 좀 쓰인다. 아줌마의 퉁명스런 말이 가끔 마음까지 찡그려지지만 아저씨 목소리는 두부처럼 희고 부드럽다. 면포 너머로 오르는 김이 이미 가게 안에 그윽하고, 판으로 나와 있는 두부는 사람 좋은 아저씨의 몫이다.
시장 골목은 언젠가부터 천장이 생기고, 덕분에 바람을 좀 막아준다. 천장이 높다. 반대편에서 걸어오는 여자의 탁탁거리는 구두 소리가 찬 공기와 부딪혀 크게 지나간다.
시장 끝에 새로 카페가 생겼다. 지나가는 아침엔 문이 닫혀있다. 탁자에 올려져 있는 의자들은 9시가 되어야 내려질 것이다. 커피를 내리는 사람은 착해야 하는데, 주인이 궁금하다.
시장을 빠져나와 횡단보도다. 햇살을 기도하는 사람들의 하루가 움직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