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투르니에 글/ 김화영 옮김
나 죽거든 사람들의 왕래가 잦고 활기 넘치는
어느 뜰 안에 묻어주고, 산책자의 관심을 끄는, 보기 좋고
기발한 모자이크 장식으로 덮어주기 바라오, 나의 배 위에서
약사의 헌 신발이나 카드점 치는 여자의 슬리퍼 끄는
익숙한 소리, 어린 사내아이들 맨발이 찰싹대는 소리,
줄넘기 돌차기 놀이하는 어린 계집아이들 신발 부짖는
소리를 나는 듣고 싶소.
이 땅 밑에 몸을 감춘 죽은 이들은 아늑하여라,
흙이 그들을 따뜻하게 감싸주고 신비를 물기없이
말려주나니, 시인은 이렇게 말했다네.* 그러나
무덤 속의 침묵은 흑판과 같을지니
어린아이들의 낭랑한 목소리와 산 사람들의
발소리가 그 위에 찾아와 기록되리라.
* 폴 바레리의 '해변의 묘지'
필사15/ 2022.0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