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신용목
우리가 육체 속에 갇혀 살아갈 때, 사랑이 늘 우리 몸을 두드리듯이. 비와 눈과 바람이 이 세계를 두드리고 있다는 것을 ⋯⋯ 적막은 때로 밤의 교실을 열고 우리에게 가르쳐준다. 그리고 또 가르쳐준다. 이 균열과 어긋남과 낯섦이, 그것을 둘러싼 어떤 불편함이 우리의 미래를 두드리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기다린다. 결정적인, 그래서 아름다운 무언가. 그것이 아직 오지 않았다고 믿으며 죽겠지만. 인생의 단 한순간, 어쩌면 인생 자체일지도 모르는 것을 ⋯⋯ 하루하루 죽어간다고 해서 죽음을 만난 것이 아니듯이. 하루하루 살아간다고 해서 인생을 만났다고 할 수 없으니까. 아직 나는 인생을 만난 적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