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에세이
회의가 열렸다. 개를 키우고 싶다는 의견에 대해 나와의 회의다. 개를 키우지 못하는 유일한 이유는 나다. 말이 회의지 설득의 자리다. 나보다 훌쩍 커버린 아이들이 모여서 나를 향해있다. 남편도 아이들 편에 있다.
분담하겠다고 한다. 사료부터 시작하여 개에 들어가는 비용에 대해서 1/N을 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개를 분양할 때 드는 첫 비용에 대해서는 나에게 청구하지 않고 자기들끼리 해결하겠다고 하니 일단 조용히 앉아 들었다. 씻기기는 물론이고 산책까지 알아서 할 것이란다. 내가 반대를 할 이유를 다 없앴다.
우리집에 ‘복만’이가 왔다. 킁킁거리며 빙글빙글 돈다. 먹을 것을 달라는 소리다. 섣불리 짖지 않는다. 소리를 함부로 내지 않는다. 제 밥 챙기는 모습을 보면 좋아서 짖을 뿐이다. 사람을 향해 짖는 법이 없으니 복만이가 사랑받는 방법이다. 그런데 자기가 사람인 줄 아는 걸까. 들어오는 도둑에게도 다가가 반갑다고, 돌며 반가움을 표할 기세다. 그런데 다른 개나 강아지에 대해서는 무관심으로 일관한다. 며칠 전 유치원에 맡겼을 때도 선생님 품에서만 행복했다고 한다.
이미 손주를 가진 친구들이 손주 사진을 꺼내 보이며 자랑하는데, 나는 복만이 사진을 꺼내 자랑한다. 참 예쁘다. 먹을 것에 대해서 말고는 그다지 똑똑한 것 같지 않으나 참 착하다. 태어난 지 2개월쯤 우리집에 왔다. 손바닥만 한 것이 꼬물꼬물 기어 다니는데 어찌나 무섭던지 소파 위로 의자 위로 피해 다녔었다. 그랬는데 이제는 함께 잠자리에 눕는다. 꼭 우리 부부 사이에 껴서 잠을 잔다. 아직도 동물병원에 가면 무서워하기는 매 마찬가지다. 들어서지도 못하고 눈물이 난다. 그런데 복만이는 무섭기는커녕 사랑스럽다. 아들이 제 집에 데리고 가면 허전하여 복만이처럼 코를 킁킁거리며 이 방 저 방 괜히 찾으러 다닌다.
복만이는 새벽에 배가 고프면 딸 방을 먼저 찾는다. 콧구멍으로 숨을 세차게 내어 쉰다. 몇 번을 그렇게 해도 소용이 없으면 침대를 툭툭 친다고 한다. 딴에 노크를 하는 것일까. 절대 짖지 않으니 기특하다. 내게는 입을 맞춘다. 달려와서 딱 한번 뽀뽀하고 반응이 없으면 바로 남편에게 간다. 남편에겐 일어날 때까지 두 발로 머리를 치고 핥는단다. ‘일어나라, 배고프다, 나 밥 달라!’ 복만이 행동에 대한 남편의 해석이다.
며칠 전 병원에 다녀온 복만이는 기분이 좋다. 의사 선생님이 아주 건강하게, 다리도 튼튼하게 잘 크고 있다고 했다. 미용실에 다녀와서도 우쭐한다. 매너가 좋다고 추가비용도 받지 않겠다고, 뿐만 아니라 (털) 엉킴 방지제까지 선물로 받아 왔다. 모양만 포메라니안이지 성격은 독일의 어떤 품종이라는데, 그것은 기억나지 않는다. 여하튼 썩 괜찮은 아이라는 소리다.
서당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복만이도 4년 남짓되니 상황파악을 할 줄 안다. 재킷을 입으면 외출하려니 갑자기 나를 붙잡고, 남편과 언성이 높아지면 조용히 한쪽으로 가서 눈치를 본다. 소리 높은 나보다는 약자인 남편 곁에 머문다. 이제는 우리 가족으로서의 복만이 이야기를 몇 번 더 쓰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