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납장 / 그림 에세이 하얀 수납장(피에르 보나르, 1931)
나는 이 빈 서랍장에 가족을 위한 사랑을 채워야겠다.
사랑이란 게 여전히 어렵지만, 예전엔 더 서툴렀다.
받지 못한 사랑의 공백도 있었지만, 남편이 그것을 채워주었다.
나는 늘 나보다 다른 사람들을 더 관여하며 살았다.
우리 아이들보다는 다른 아이들을,
내 부모보다는 주변 어르신들을 먼저 챙겨 왔다.
그러다 보니 뒷전으로 밀려 늘 외로웠던 가족들이다.
그럼에도 나를 묵묵히 응원해주던 가족들에게 이제는
구체적으로, 진심으로 사랑을 전해야 한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더 적을지도 모르고 그마저도 그들의 짐이 될 수 있으니,
지금 건강한 이 순간, 나는 가족을 사랑하겠다.
거창한 요리를 하거나 친절하고 상냥한 말을 건네는,
그동안의 나답지 않은 모습을 새삼스럽게 하겠다는 건 아니다.
다만 지금처럼 소소한 대화들, 내가 해 줄 수 있는 편안함을 더 챙기고 싶다.
함께 쇼핑도 하고, 맛있는 음식을 나누며,
내겐 아직도 어린 우리 아이들과 작은 선물을 주고받고,
유치한 농담과 장난기 넘치는 눈빛을 주고받으며 체면 없이,
조심할 필요 없이 마음껏 웃고 싶다.
내 서랍장에 예쁜 사랑과 함께하는 시간을 채워놓겠다.
내가 준 상처와 아픔이 아물 수 있도록,
그 사랑을 꺼내서 함께 나누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