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삶을 너무나 사소하게 여기고, 시원찮게 살아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헤세는 ‘하늘이 있는 풍경으로 더 자주 시선을 옮기고, 나무가 있는 자연으로 더 자주 발걸음을 하며, 자기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더 확보하며, 아름다움과 거대함의 비밀을 느낄 수 있도록 좀 더 가까이 다가가는 것’으로, 지금과는 다른 모습으로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삶을 나는 좀 사소하게 여기고 싶다. 삶의 순간순간 느끼는 무게가 부디 가벼워지기를 바란다.
간혹 누군가는 나에게 ‘무식하게’ 열심히 사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게 아니라, 그냥 내게 주어진 일이니까 그냥 하는 거지요.”라고 답한다. 그렇다, 나는 그저 주어진 일을 할 뿐이다. ‘열심히’라는 것이 무엇인지, 또 그 기준도 불명확하다. 그저 해야 할 일이기에 하는 것이다. 하지 않으면 불안과 조바심을 감당해야 하기에, 차라리 분주함 뒤의 평화를 선택할 뿐이다.
그렇게 살던 나는 어느 날 낯선 곳으로 이사를 왔다. 일도 그만두었다. 저절로 따라붙는 직책이 있어서 완전한 ‘無’가 될 수는 없지만, 예전보다 한가로운 것은 사실이다.
덕분에 운동을 하고, 글을 쓰고, 책을 읽을 수 있다. 헬스장에서 30kg 바벨을 둘러매고 스쿼트를 하는데, 뚝뚝 떨어지는 것이 있다. ‘제 땀인가요?’ 민망한 마음에 트레이너에게 말을 건넸다. 수건으로 땀을 닦았다.
운동 후 샤워하고 나와서, 스타벅스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읽는 ‘헤르만 헤세’라니, 좋다. 오래전 누군가에게 주었던 그의 책을 다시 샀다. ‘수레바퀴 아래서’를 다 읽고, 교보로 갔다. 그의 ‘크놀프’와 함께 돌아왔다.
계산대 직원이 나를 보며 묻는다. “젤리 좋아하세요?” 예상치 못한 질문에 놀라서 그녀를 바라봤다. “네, 좋아하지요.” 오늘은 밸런타인데이라며 망고젤리를 책 위에 올려준다. 헤르만 헤세의 글만도 충분한 오늘인데, 오, 망고젤리까지.
책꽂이에 꽂아둔 ‘삶을 견디는 기쁨’을 괜히 꺼내 본다. 오늘은 헤세, 그와 함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