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
봄이 오면 새순이 돋는다. 마른 나뭇가지 끝에서 여린 초록이 돋아나는 순간, 나는 숨을 죽이고 바라본다. 바짝 말라버린 나뭇가지가 점점 물기를 머금더니, 어느새 연둣빛 잎이 터진다. 매년 마주하는 풍경인데도 바라보면 신비롭다. 내가 하나님을 가장 존경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계단을 오르며 창 너머, 그 사이로 들어오는 연한 초록을 보며, 봄이 시작되었음을 안다. 이렇게 봄이 온다.
양지바른 곳을 찾아 가만히 앉는다. 따사로운 햇볕을 온몸으로 받으며, 눈을 감는다. 이 느낌이 참 좋다. 햇살이 부서져 나를 감싼다. 이것이 바로 봄 냄새다. 봄이면 그렇게, 한참을 앉아있곤 했다.
아침이면 창을 연다. 손을 내민다. 공기 속에 스며든 봄을 손끝으로 느낀다. 봄을 맞이한다.
봄이 오면 화분을 들여다보고 매만진다. 겨울을 견딘 작은 줄기가 겨우내 심심하게 서 있었는데, 잎눈이 올라왔다. 보드랍고 여린 잎이 손끝을 스친다. 기특해서 몇 번이고 그 잎을 바라본다.
하지만 나는 늘 식물을 시들게 한다. 물도 잘 주고 살핀다지만 끝내는 빈 화분을 밖으로 내놓는다. 늘 같은 실수를 반복하니 식물 키우기를 망설이지만, 그래도 다시 흙을 매만지며, 올해도, 잘 키우기를 다짐한다.
일단 온라인으로 수경재배가 가능한 식물을 주문했다. 물만 갈아주면 되니 키우기가 어렵지 않다. 집에 있는 것 외에도 검색을 하여 종류를 넓혔다. 스파트필름, 무늬홍콩야자, 청아이비를 장바구니에 담았다. 내일이면 도착한다.
올해부터는, 내 손으로 나의 봄을 키워보려고 한다. 사실 곁에서 나의 식물을 돌봐주던 분이 계셨는데, 늘 아름다운 정원을 만들어주셨는데, 멀리 떠났다. 이제는 나의 힘으로. 서툴지만, 쉬운 것부터 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