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

필사 2일 차 38~60p

by 지영

열여섯 살의 화창한 여름날, 나는 쪼그라든 외조부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용서를 빌었다. 외조부 말씀대로 변변치 못하게도 눈이 멀어가고 있다고, 정말 방아깨비만도 못한 손녀가 되어버렸다고 아뢰었다. 노쇠한 심신 때문이었을까. 그게 아니면 생때같은 혈육의 캄캄한 현실 때문이었을까. 외조부는 슬픔을 갈무리하지 못하고 목놓아 우셨다.p.58



<단상>

외조부의 울음은 손녀의 미래를 놓고 울었을 것이다. 나는 기억 저편, 눌어붙어 있던 과거 때문에 목놓아 운 적이 있다.

내 아이, 열여섯 살의 어느 날이었다. 받아들이기 힘든 아이의 모습은 결국, 어린 시절의 내 상처가 건드려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 나를 내 시선 바깥에서 바라보던 순간, 나는 여섯 살 아이가 되어 엉엉 울고 말았다.

그런 날이 있었다. 창밖의 하늘은 파랗기만 했다. 구름 한 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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