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하/ 여행의 이유 ; 10일 차 (~끝)
『여행의 이유』<10일 차 ~207 끝 p>
여행은 분명한 시작과 끝이 있다는 점에서도 소설과 닮았다. 설렘과 흥분 속에서 낯선 세계로 들어가고, 그 세계를 천천히 알아가다가, 원래 출발했던 지점으로 안전하게 돌아온다. 독자와 여행자 모두 내면의 변화를 겪는다. 그게 무엇인지는 당장은 알지 못한다. 그것은 일상으로 복귀할 때가 되어서야 천천히 모습을 드러낸다. 내가 살던 동네가 다르게 보이고 낯설게 느껴진다.(p205)
여행은 자기 결정으로 한다.(중략)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떠나야 하는 이주자와 자기결정에 따라 여행하는 자가 보는 풍경은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느끼는 것은 확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 이주자는 일상을 살아가는 반면 여행자는 정제된 환상을 경험하고 있다고도 말할 수 있다. (p199)
비슷한 일을 소설이 한다. 부부관계의 파경을 다룬 소설을 읽고 나면 독자 자신의 부부관계도 다른 관점으로 보게 된다. 탁월한 문장력으로 맥주의 맛을 묘사한 소설을 읽고 있노라면 문득 냉장고로 달려가고 싶어진다. 그때 마시는 한잔은 늘 경험하던 그 맛이 아니다. 문득 새롭다.
인간은 왜 여행을 꿈꾸는가. 그것은 독자가 왜 매번 새로운 소설을 찾아 읽는가와 비슷할 것이다. (p205)
<단상>
그렇다. 여행은 결국 자기결정으로 하는 것이다.
여행에 대한 정의가 새삼 반가웠다.
복잡한 생활 속에서 술술 읽히지 않는 김영하 작가의 책은 자주 찾지 않았는데, 이번에 필사를 이유로 그의 글을 읽게 된 것은 다행이었다. 어쩐지 나와 닮은 구석이 꽤 있는 것 같아, 다시 그를 찾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의 글맛을 좀 느꼈다고 해야 할까.
그가 말했듯, 소설이 여행과 비슷한 일을 한다면, 그의 여행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 역시 내가 알아채지 못한 생각과 관점을 끄집어내고, 개념을 다시 되새길 수 있었다.
지금까지는 짜놓은 계획을 따라다니며 즐거운 마음을 내보려 했던 것이 사실은 여행이 아니었다. 이제는 좀 더 적극적으로, 내 선택과 결심으로 진심 어린 여행을 누려야겠다는 생각은 이번 독서의 큰 수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