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 것도 없겠지만

박준 작가 / 7일 차 ~ p157

by 지영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7일 차 ~157p>


<필사>

#불친절한 노동

고등학교 3학년, 수학능력시험을 하루 앞둔 날 아버지는 평소 잘 들어오지 않는 내 방에 들어왔다. 그러고는 나에게 시험을 치르지 말라고 했다. 내일 시험을 보면 대학에 갈 것이고 대학을 졸업하면 취직을 할 것이고 그러다 보면 결혼을 하고 아이도 낳을 공산이 큰데 얼핏 생각하면 그렇게 사는 것이 정상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너무 불행하고 고된 일이라고 했다. 더욱이 가족이 생기면 그 불행이 개인을 넘어 사랑하는 사람에게까지 번져나가므로 여기에서 그 불행의 끈을 자르라고 했다. 절을 알아봐줄테니 출가를 하는 것도 생각해보라고도 덧붙였다. 다시 나는 그길로 신경질을 내며 아버지에게 나가라고 말했다. 하지만 노동과 삶에 지친 날이면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눈빛에서 설핏 가난을 느낄 때면 나는 그때 아버지의 말을 생각한다. p141


#어른이 된다는 것

하지만 모든 사람이 이런 삶의 궤적을 따라갈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꼭 그럴 필요도 없을 것이다. 사상까지는 못 되지만 사유하며 살아가고 혁명은 어렵지만 무엇인가를 실천하는 것만으로도 삶은 충분할 것이다. 현실적으로 내가 가닿고 싶어하는 어른됨 또한 그리 비범한 것은 아니다. p146


“제가 잘은 모르겠지만 한창 힘들 때겠어요. 적어도 저는 그랬거든요. 사랑이든 진로든 경제적 문제든 어느 한 가지쯤은 마음처럼 되지 않았지요. 아니면 모든 것이 마음처럼 되지 않거나. 그런데 나이를 한참 먹다가 생각한 것인데 원래 삶은 마음처럼 되는 것이 아니겠더라고요. 다만 점점 내마음에 들어가는 것이겠지요. 나이 먹는 일 생각보다 괜찮아요. 걱정하지 말고 어서 나이드세요.”

충격이었다. 자신의 과거를 후회로 채워둔 사람과 무엇을 이루었든 이루지 못했든 간에 어느 한 시절 후회없이 살아냈던 사람의 말은 이렇게 달랐다. p148




<단상>

질문을 받았다.

“여러분에게 ‘하루의 끝’은 어떤 의미인가요? 단순한 쉼의 순간인가요, 아니면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 시간인가요?” 라고....


하루의 끝은 내게 쉼이 아니다. 다시 내일을 연결하기 위한, 몸부림의 연장선이다. 잠도 내일을 살아내기 위한 것이고, 내일을 견뎌내기 위한 준비이자 버팀이다. 고될 때면 나보다 더 힘겨운 사람들이 떠오른다. 고단해도 일어나 움직이는 사람을 생각하면, 무거운 몸도 일으켜 세울 수 있다. 이런 글을 쓰자니, 내가 조금 측은해 보이지만 어쩔 수 없다. 그래서 엄마는 ‘성격이 팔자다’라는 말을 내게 하셨다. 솔직히 더 내면을 들여다보면 어린 시절로부터의 불안이 발동한 것일게다.


나는 약자에 약하고 측은한 마음이 들어, 늘 약자 편에 서는 편이다. 그 때문인지, 나 역시 고단하지만, 그럼에도 더 어렵고 힘겨운 사람들을 생각하면, ‘벌떡’ 일어나 아침을 시작할 수 있다. 어떤 이가 내게 ‘백조’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겉으로는 고요하고 단정해 보이지만 수면 아래에서는 두 다리를 끊임없이 움직이며, 엄청난 노력을 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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