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 작가 / 8일 차 ~ p173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8일 차 ~173p>
중앙의원
하지만 그 의원을 다니면서 아무리 약을 먹고 주사를 맞아도 낫지 않는 병이 있었다. 아픈 곳도, 아픈 일도 점점 많아지는 병, 나는 그 병을 '엄마 병'이라 불렀다.
동네 엄마들이 가슴팍에 안고 가는 약봉지, 그 빨갛고 푸르고 노란 알약들의 빛깔이 내 눈에는 야속할 정도로 곱고 예쁘게 비쳤다.(p.173)
<단상>
나이 든다는 것이 슬프다고 말했을 때, 남편이 되묻는다. ‘옛날보다 사는 게 더 힘드냐’고. 그건 아니다. 다만 점점 무디어지는 몸짓과 감각, 누군가의 보호를 필요로 하게 되면서 자율성이 줄어드는 것, 그것이 마음을 좀 속상하게 만든다.
지금은 한 발짝 떨어져서 그 늙음을 바라보지만, 이내 나의 일이 될 것에 미리 겁나는 것일까.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다’는 시의 구절처럼, 엄마의 힘듦은 원래 숙명이고, 그저 힘들다 말하는 것은 넋두리일 뿐이라 여겼다. 철없이 자란 것이다. 엄마는 사실 ‘병’이 난 것이었다.
‘엄마 병’이라는 병명을 가진 채, 엄마는 얼마나 오래 속앓이를 하셨을까. 엄마들이 들고 가는 약봉지 속의 빨간 알약, 노란 알약이 잠시나마 청춘으로 돌아갈 수 있는 신비한 마법의 약이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