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작가 박완서 / 6일 차

by 지영

<필사>

아이들에게 과도한 욕심을 안 내고 바라볼수록 예쁘다. 약은 애는 싫다. 차라리 우직하길 바란다. 활발한 건 좋지만 되바라진 애 또한 싫다. 특히 교육은 따로 못 시켰지만 애들이 자라면서 자연히 음악·미술·문학 같은 걸 이해하고 거기 깊은 애정을 가져주었으면 한다.

커서 만일 부자가 되더라도 자기가 속한 사회의 일반적인 수준에 자기 생활을 조화시킬 양식을 가진 사람이 되기를, 부자가 못 되더라도 검소한 생활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되 인색하지는 않기를, 아는 것이 많되 아는 것이 코 끝에 걸려 있지 않고 내부에 안정되어 있기를, 무던하기를, 멋쟁이이기를.

대강 이런 것들이 내가 내 아이들에게 바라는 사람 됨됨이다.




<단상은, 수학여행 이야기>

학교 다닐 때 일이다. 한창 수업 중인데, 교실 앞문이 후루룩, 마치 바람에 날리듯 거칠게 열렸다. 그야말로 갑작스러움에 모두 숨을 멈추고 눈만 똥그래진 채 그쪽으로 시선이 와르르 쏟아졌다.

그리고는 밑도 끝도 없이 "**(친구 이름)*야!" 하고 우렁찬 목소리가 친구를 불렀다. 점심 먹고 자리한 오후의 나른함을 깨워버렸다. 그 목소리의 주인이라니! 몸빼바지 비슷한 차림에 촌스러운 복색은 정확히 기억이 없지만, 세련된 어머니는 아니었을 것이라는 짐작은 할 수 있었다. 친구의 엄마였는지, 할머니였는지는 기억에 없다, 그저 미닫이 교실 문을 열고 불쑥 쳐들어온 외부인 그 자체만으로도 우리는 당황했고, 교실의 졸음을 싹 깨워놓았다.


작가의 수학여행 때 만난 할머니 이야기를 읽으며, 문득 그때 일이 생각났다. 그 친구는 어땠을까.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화끈거리는 수치심, 당장이라도 땅속으로 꺼져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었을 그 창피함이, 이제 와서 공명되어 문득 가슴 철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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