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작지만 확실한 행복

문학사상 / 무라카미 하루키 에세이

by 지영

<필사>

어쨌든 미국에서는 여름에 책이 잘 팔리고 당연히 피서지나 관광지의 서점이 번창하게 된다. 그 서점들은 대부분 시간 전문점이 아니고 헌책방이다. 사람들은 읽고 난 책을 그 서점에 팔고 새로운 책과 교환해 간다. 이렇게 해서 이른바 ‘익스체인지 exchange’라고 불리는 서점이 생겨나고 많아진 것이다.

그런 피서지의 서점에 들어가서 몇 시간을 들여 천천히 책을 고르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그런 서점에서는 대개 클래식 전문의 FM방송이 낮게 흐르고 있고, 구석에 있는 의자 위에 커다란 고양이가 낮잠을 자고 있고, 안경을 쓴 여성이 가게를 지키고 있다.

그곳에 들어가면 그녀는 생긋이 미소를 지으며 뜸을 들이다가 느릿한 억양으로 “헬로, 하우 아 유?”하고 인사한다. 내가 고양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면 “그 고양이 이름은 xxx라고 해요.”하고 가르쳐주기도 한다. 모든 것이 작년 여름부터 계속되고 있는 환영처럼 보인다. 꽤 쓸 만한 풍경이다. p92




<단상>

낯선 도시에 가면 일부러 그곳 작은 서점을 찾아가곤 한다. 야트막한 책방 문턱 너머로 주인이 내는 색깔과 책의 향기가 달콤하다. 때로 예쁘게 그린 엽서들과 소품도 있으면 귀엽게 둘러볼 수도 있다. 빽빽하게 일렬로 꽂혀있을 뿐이던 도시의 시집들이 여기서는 여유롭다. 주인을 닮은 책들이 좁은 통로를 사이에 두고 “저요, 저요!”하며 손을 들고 있으니, 그 용기가 기특하여 자세히 들여다보게 된다. 스무 살 넘은 딸아이에게 선물한 그림책 속에도, 그날 그 서점에서의 작은 행복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내가 있었다. 서점 주인에게 커피 한 잔을 내려놓고 다시 돌아가 버리는 그에게 주인이 말했다. 고맙다고. 그들은 어떤 사이였을까. 왜 이제 와서 그들이 궁금해지는 걸까. 봄이 와서 그런가? 겨우내 검고 투박해져 버린 서점 앞의 그 나무도 새잎이 나고 꽃이 피려나?


조용히 햇살을 덮은 채 자고 있을 고양이 한 마리를 내 맘대로 그려 넣어본다. 봄이니까, 햇살도 봄, 공기도 봄이다. 오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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