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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묘링 Aug 18. 2021

심장에 해로운 방망이

솜으로 구성된

고양이의 발을 일컫는 말인 솜방망이. 개인적으로 이 세상 방망이 중 제일 심장에 해로운 방망이라 생각한다. 여기에 잘 말려진 꼬리까지 더해진다? 그럼 죽음이다. 귀여워 죽음.


#레이더망

언제부터인진 모르겠다. 어느 순간 휴대폰 속 앨범엔 길고양이들 사진이 가득 채워져 있었다. 그렇게 몇 년이 흘렀다. 지금까지 찍은 길고양이 사진만 모아도 몇천 장은 될 것 같다. 친구들에게 고양이 레이더망 달렸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숨어있는 고양이도 귀신같이 찾아낸다. 뭔가 느낌이 온다. 고양이 느낌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운이. 그쪽으로 돌아보면 아니나 다를까 고양이가 있다. 식빵을 굽고 있거나 걸어가는 중인. 


왜 이리 사랑스러운 걸까. 기분이 컨디션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이들을 보면 몸이 가벼워지는 느낌이다. 안 먹어도 배부른 느낌이 이런 걸까. 어디 하나 예쁘지 않은 곳이 없다. 앙증맞은 솜방망이, 다양한 색상의 눈, 털의 결, 수염, 촉촉하거나 건조한 코, 누르면 튀어나오는 발톱, 골골거리는 소리, 야옹 거리는 목소리, 뿜어져 나오는 털, 쫑긋거리는 귀. 그루밍하는 혀.


식빵 굽는 중엔 솜방망이가 보이지 많는다. '빵 속 토핑이 되어있겠지' 란 상상을 할 때면 귀여움이 극에 달한다. 그들이 투명 판 위에서 휴식을 취하는 사진은 최애 중 하나다. 투명 아크릴판에게 고마워진다. 


'지 좋을 때만 오는데 뭐가 좋다고..' 란 말을 들은 적 있다. 고양인 이기적이란 인식이 강할 때였다. 요즘은 그런 인식이 많이 사라지긴 했지만 이전엔 수식어처럼 따라왔다. 어떻게 보면 맞는 말이다. 본인이 오고 싶을 땐 오고 아니면 혼자만의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난 그런 고양이를 애정 한다. 본인만의 공간과 시간이 소중한 만큼 내 공간도 소중히 생각해주는 느낌이 든달까. 물론 물건을 엉망진창으로 만드는데 선수지만 말이다. 


솜으로 구성된 솜방망이(정확히 말하자면 털으로 구성된)이는 나를 치유한다. 해롭지만 해롭지 않은. 오늘도 고양이 사진을 보며 잠들어야겠다. 고양이가 나라 아니 나를 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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