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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묘링 Aug 16. 2021

원치 않은 배려가 담긴 안경

당황스럽다.

편했던 안경이 수리로 인해 불편해졌다. 불과 10분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코받침 대가 빠져 새 걸로 교체했다. 키트를 구매하면 집에서 수리할 수 있단 글을 봤지만 안경점에 다녀왔다. 집으로 돌아와 착용해보는데 헐거웠던 테가 빡빡해진 느낌이 들었다. 으레 해주는 서비스였을까. 돈 드는 것도 아닌데 이왕 온 거 다 손봐주시겠단 마음이셨으려나. 얼마간의 시간이 지났을까 이유 모를 두통이 찾아왔다. 편두통이 있는 편이라 이번에도 그런 건가 싶었지만 뭔가 이상했다. 안경이 날 옥죄고 있었다. 일정한 압력으로 내 관자놀이를 누르고 있는 안경테. 편의를 위해 쓴 안경이 불편함을 주고 있는 상황이라니. 


원치 않은 배려가 불러온 불편. 상대는 코 받침대를 교체하던 도중 헐거워진 내 안경테가 신경 쓰였던 듯하다. 그러니 보통의 안경들처럼 테를 탄탄하게 정비해줬으리라. 보통 배려란 행위 속엔 '널 위해' 란 마음이 전제로 깔려있다. 상대를 위해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 하지만 가끔 양날의 검과 결이 비슷하단 생각을 한다. 상대의 상황을 헤아린 후 행하는 배려는 약, 그게 아니라면 독으로 돌아오기도 하니까. 마음을 전한 상대와 그를 받은 상대에게 상처를 남긴다. 이런 상황은 연인 사이에서 흔히 발견된다. A의 친구 모임에 동행하고 싶은 B와 연인이 부담스러울까 봐 신경 쓰이는 A. 결국 A는 B의 동행을 거절한다. 부담스럽지 않단 B의 말에도 배려심 많은 A는 '네가 부담스러울까 봐'로 시작해 '다음에 같이 가자'로 마무리된다. 누굴 위한 배려일까. 


틈나는 대로 테를 늘리기 시작했고 점차 얼굴 면적에 동기화되기 시작했다. 이젠 매우 편하다. 이전의 내 안경으로 돌아온 느낌이랄까. 추후 안경점에 방문하게 된다면 내 의사를 제대로 표현해야겠다. 감사하지만 테는 신경 써주지 않으셔도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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