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봐
이러나저러나 비교는 피할 수 없는 것일까. 이번엔 결혼한다는 엄마 친구 딸의 소식이었다. "엄마 친구 누구 알지? 딸래미가 이번에 결혼한다더라" "그렇구나" 별 다른 반응이 없자 말이 이어진다. "그 딸래미가 어디 직장 다니다가 좋은 직장 다니는 남자 소개받았단다. 한 몇 개월 만났다는데 사람이 괜찮다네" 묻지 않아도 정보가 쏟아진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이야기가 내게도 도착했다. "그 남자가 연봉은 얼마고 부모님은 뭐 하는 사람이라더라. 그 정도 벌면 괜찮지 애 낳고 살기" 아직 일어나지 않은 그들의 결혼 이후의 삶까지.
자식 자랑 배틀을 시작합니다.
규칙은 하나, 이 순간만큼은 단점을 잊을 것
누구 엄마, 누구 아빠로 불리는 이들의 모임에선 종종 신기한 배틀이 진행된다. 자식 단점은 잊고 자랑거리만 말하기. 모임이랄 것 까진 없을까. 2인 이상만 모여도 시작된다. 각자의 근황에서 자식 이야기로 흐름은 흘러가고 어느새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언제라도 내 자식에게 다른 자식의 근황에 대한 얘기를 풀어놓을 준비가 된 상태로 귀가, 그 즉시 게임은 시작된다. 나란 자식이 그 자식과 반대되는 행동을 보이는 그들의 소식을 들어야 한다. 집 안에서 행복하게 뒹굴거리고 있다가 '걔는 쉬는 날에도 부지런히 뭐 한다는데~ 너는~' 이란 말을 들어본 적 있는가. 집순이 집돌이 캥거루족이라면 피할 수 없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자식이라면 피할 수 없는 다른 자식, 저 자식과의 비교. 자식 마음 같아선 자식 자랑 배틀이 사라졌으면 싶지만 이건 마치 고대에서부터 내려오는 전통 같다. 안 없어져.
어쩔 수 없다. 나 또한 그 누구 '딸'에 포함되었고 지금도 그럴 테니까. 내 자식의 좋은 점만 예쁘게 포장해 보여주고 싶은 게 부모 마음일 테니까. 나란 자식도 그 자식도 각자 부모의 마음을 헤아리려 노력 중이지 않을까 싶다. 비교하는 말인 듯 보여도 실상은 내 자식이 더 잘날 수 있는데 넌 뭐 하고 있어! 란 느낌을 주기도 한다.
부모도 그 자식의 좋은 점만 들었기에 내 자식에게 그들의 좋은 점만 말하는 거겠지. 그게 저 자식의 소식에선 나쁜 이야기를 찾을 수 없는 이유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