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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묘링 Aug 05. 2021

직업은 없는데 바쁜 자식

바쁘다바빠 무직생활

출근하지 않는다. 무직. 백수.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것도 아니다. 직업 없는 삶을 살아가는 중이랄까. 여러 번의 퇴사로 인해 퇴사한다고 큰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다. 정기적으로 들어오는 수입은 없지만 불안하지 않다. 직업은 또 생길 수 있으니까. 


노동력과 월급
서비스와 시간


출근, 퇴근, 휴식으로 지나가던 하루가 출근도 퇴근도 없는 날들로 바뀌었다.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고 자고 싶을 때 잘 수 있다. 하루가 온전히 내가 선택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게 이런 거구나 싶었다. 누워서 유튜브 보고 배고프면 밥 먹고 잠 오면 잔다. 그렇게 하루, 이틀, 일주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대론 안 되겠다 싶어 내가 할 수 있는 일,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생각했다.


2020년 1월부터 운영하고 있던 블로그가 생각났다. 종종 블로그 체험단으로 생활용품, 식사권 등을 제공받곤 했으니 백수 된 김에 많이 신청해보고 많이 체험해보자 싶었다. 당시 일 방문자수가 2~300명은 됐을까. 기대는 없었다. 10개 신청하면 1~2개쯤 될까 한 당첨률이었지만 꽤나 쏠쏠했다. 다양한 배송 제품(비누, 베이커리, 전자기기 액세서리, 방향제, 의류), 식당(포장 포함), 카페, 요트 체험 등 월급의 개념이 사라지니 더 달콤하게 느껴졌다. 지불해야 할 금액은 없지만 무료는 아니다. 체험 후 업체 가이드에 맞춰 작성한 포스팅을 게시해야 한다. 내 시간과 서비스를 교환하는 개념이다. 제공받은 서비스가 많을수록 가이드와 마감 일정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노동력과 월급을 교환하다 서비스와 시간을 교환한다. 삶은 교환의 연속인 듯하다.


직업은 없지만 바쁜 자식은 이렇게 지낸다. 부모님은 모르는 자식의 속사정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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