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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묘링 Aug 09. 2021

주 5일제 쓰기

쉬는 날

브런치 작가 심사에 통과했단 알림을 보고 다짐했다. 이제 내게도 자유로이 쓸 수 있는 공간이 생겼으니 매일 글을 써보겠노라고.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 그 다짐은 오래가지 못했다. 글을 쓰는 게 즐겁긴 하지만 하얀 공간을 까만 글로 채워가는 건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를 요구한다. '어우, 이거 안 되겠는데?' 싶어 급히 목표를 수정했다. 


주 5일제 쓰기. 평일은 쓰고 주말은 쉰다. 평일엔 긴 글, 주말엔 짧은 글. 이건 어떠냐. 내 의지에게 물었다. 대차게 까였다. 평소 나의 기분이나 의견을 물으려 노력한다.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기 위한 개인적인 노력이랄까. '기분이 태도가 되지 말자'. sns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는 문장이다. 기분이 좋지 않을 때와 좋을 때의 행동이 다른 건 건강하지 못하다. 건강한 인간이 되고 싶었다. 지인들에게 혼란을 주기 싫었고 나 자신도 혼란스럽고 싶지 않았다. 기분이 태도가 된다는 건 여러모로 혼란을 초래한다. 작은 사건으로도 기분은 시시각각 변하고 때마다 상대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 당시엔 몰랐지만 집에 돌아와 일기를 쓸 때면 '내가 왜 그랬지..' 하는 일이 많았다. 그 일이 반복되자 변화가 필요했다.


기분이 좋지 않을 땐 잠깐 멈추자. 그리고 물어보자. 왜 기분이 좋지 않은지. 이후 기분이 태도가 되는 일은 잦아들었다. 이젠 감정의 로딩 시간이 존재한다. '이런 부분 때문에 내 기분이 다운된 거구나' 란 결론이 나면 태도로 출력되지 않는다. 그 누구도 아닌 내가, 나의 감정을 돌봐주고 토닥여주는 건 그 무엇보다 큰 위안으로 다가온다. 아무리 날 잘 안다는 사람도 나보단 나를 잘 알지 못한다. 이런 말도 있지 않는가. '나도 날 잘 몰라.' 


서두가 길었다. 오늘은 어떤 문장들로 채워나갈까 하는 막막함과 설렘으로 쓰기 시작했지만 중반부를 넘어서니 술술 써졌다. 이게 바로 글쓰기의 묘미가 아닐까. '내가 할 수 있을까' 란 의구심에서 '뭐야 나도 할 수 있네' 란 자신감. 확신으로 변하는 재미. 이래서 글 쓰기를 멈출 수 없다. 주 5일제 쓰기가 매일 쓰기로 변할 수 있지도 않을까 싶다. 목표는 언제든 변할 수 있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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