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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묘링 Aug 10. 2021

편한 아빠

엄마가 아빠를 낳았다.

엄마가 아빠를 낳았다. DNA의 힘은 대단했다. 스치듯 봐도 흐린 눈으로 봐도 자다 일어나서 봐도 생판 모르는 남이 봐도 자식임을 알 수 있을 정도로 빼다 박았다. 난 아빠와 외형이 똑 닮은 작은 아기로 태어났다. 엄마 많이 놀랬지? 나도 여전히, 늘, 놀래


닮은 외모가 주는 동질감


자신과 똑 닮은 외모여서 그랬을까 아빤 항상 날 안고 다녔다고 한다. 아들이 태어난 후 둘째는 딸이었으면 좋겠다란 말을 했다는데 정말 딸이 태어났다. 그것도 거울 보는 느낌을 주는 딸이. 비록 지랄 맞았지만 적극적으로 케어에 나섰단다. 같은 얼굴을 가진 자식이 우는 걸 보는 심정은 어떨까. 저 울음을 멈추기 위해 뭐든 하리란 마음이 들려나. 그렇게 난 둥기 둥기 컸다. 의식 없을 때의 지랄은 아무것도 모르니 그럴 수 있다 넘어갔지만 의식이 생기고 난 후의 삶은 혹독했다(고 느꼈다). 도덕적으로 그른 일과 옳은 일에 대한 교육을 받았다. 당시엔 왜 그래야 하는지는 모르겠고 혼나는 시간이 얼른 끝났으면 싶었다. 경찰 아빠 그의 자식. 정의로워야 한다. 없이 살더라도 부끄럽게 살진 말자가 그의 모토였다. 


성인이 된 후 함께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영화감상, 운동, 산책, 드라이브, 쇼핑, 축제, 나들이 등 후에 꺼내볼 사진과 영상이 많다. 그냥 걷기보다 팔짱을 끼고 걷는다. 아빠 팔에 내 팔을 걸쳐놓고 걷는 느낌이랄까. 딱히 서로의 의견에 큰 반대를 하지 않는다. 대화는 무난히 이어진다. 서로가 하고 싶은 일, 가고자 하는 장소에 기꺼이 동행하고 함께 해준다. '함께' 하는 행위에 거부감이 없다. 서로를 카메라에 담고 담아준다. 닮은 서로를 보며 놀라워한다. 어떻게 발가락 생김새, 걸음걸이, 식성까지 닮았냐고. 


닮은 외모가 주는 동질감은 생각보다 크다. 하지만 편함과 불편함을 결정하는 건 감정의 결이 비슷한 방향으로 흘러가는가 아닌가 였다. 그것이 아빠와 편한 사이로 지낼 수 있고 여전히 편하게 지내고 있는 이유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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