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앞에 서 있는 작은 수호신, 타누키(狸)

by 도간


애니메이션 「원피스」에서 밀짚모자를 쓴 해적단 선장 루피는 머리로 계산하기보다 몸이 먼저 움직이는 인물이다. 루피를 보면 문득 타누키가 겹쳐 보인다. 그가 쓴 상징과도 같은 챙이 짧은 밀짚모자 때문일 것이다. 떠돌이 소년의 이미지로 그려지던 허클베리 핀의 모습이 스치듯 겹쳐 보이기도 한다. 너구리를 형상화한 타누키(狸)는 흔히 볏짚으로 엮은 모자를 눌러쓴 모습으로 그려진다. 어딘가 익살스럽고 장난기 어린 표정까지 닮아 있다.


사람을 놀리고 변신을 일삼는 요괴이면서, 길손을 맞이하는 친근한 존재로도 등장하는 타누키는 일본 설화 속에서 태어났다. 그러나 이야기 속에만 머물지 않는다. 일본의 가정집이나 가게 현관 앞에는 흙을 빚어 구운 테라코타 타누키 조형물이 어렵지 않게 눈에 띈다. 튀어 나온 둥근 배와 동그랗게 뜬 눈, 쫑긋 선 귀와 부풀린 볼은 호기심과 경계심을 동시에 담아, 어딘가 사람을 안심시키는 표정을 하고 있다. 타누키는 지브리 애니메이션 『너구리 폼포코(1994)』속에서 생동감 있게 되살아났고, 덕분에 우리 곁에 더욱 친숙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가게 앞에 두면 장사가 잘되고, 집 앞에 놓으면 복이 들어온다고 여겨진다. 술병과 술병과 장부책은 장사 번창을, 툭 튀어나온 배는 칠복신의 하나인 에비스처럼 넉넉한 인심과 풍요를 상징한다. 크기와 형태는 집집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손님을 맞이하는 마음과 길상의 바람은 조형물 속에 스며 있다. 볏짚으로 엮은 전통 모자 카사(笠)를 쓰고, 튼튼한 발과 유머러스한 표정 속에는 친근함과 어딘가 느긋한 기운이 감돈다. ‘오늘 하루 잘 보내라’는 응원도 함께 담겨 있는 듯하다.

비슷한 맥락의 형상이 하나 더 있다. 집과 일상을 지키며 행운을 부르는 마네키네코(招き猫)다. 두 장식물은 행운을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되었지만, 머무는 결은 조금 다르다. 타누키가 사람을 맞이하는 넉넉함과 풍요를 드러다면, 마네키네코는 들어 올린 손으로 손님과 재물을 불러들이는 보다 직접적인 몸짓을 하고 있다. 대개 가게 안쪽에 놓인다.


둥근 몸집에 과장되게 불룩한 하얀 배를 드러내고, 살짝 한쪽으로 고개를 갸우뚱한 채 서 있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지켜본다. 마주하면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걸린다. 가게든 집 현관이든, 귀여운 장식품이자 수호와 환영의 기운으로 자리한다. 그 앞에서는 발걸음이 잠깐 느려진다. 시선도 함께 멈춘다. 아무 일도 없다는 얼굴이다. 그래서 한 번쯤 돌아보게 된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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