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 시절을 시골에서 보냈다. 다섯 살 터울의 동생이 태어났던 날이 또렷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대문 위에 걸렸던 새끼줄과 그 사이에 매달린 붉은 고추만은 선명하다. 아이가 태어났음을 알리고 집 안과 바깥을 나누던 금줄이었다. 동생이 남자아이라 고추가 달린 걸까. 그렇다면 여자아이가 태어나면 무엇이 걸릴까. 나중에야 알았지만 고추는 아들, 숯은 딸의 탄생을 알리는 표식이었다. 금줄은 산모와 아이를 나쁜 기운으로부터 지키는 경계였다. 문 앞에 걸린 새끼줄이 집 안에서 일어난 일을 말없이 알리고 있었다.
가을이 깊어질 즈음, 교토의 주택과 상점 입구에는 빗자루(ほうき)나 볏짚(稲わら)을 엮은 장식이 걸리는데, 일본에서는 이를 카도카자리(門飾り)라고 부른다. 빗자루는 나쁜 기운을 쓸어내고, 볏짚은 외부에서 들어오는 악운을 막는 의미로, 집의 경계가 되는 문 앞에 걸린다. 마당이나 창고에 있어야 할 물건이, 국경일에 내걸린 국기처럼 집집마다 걸린 풍경이 처음에는 낯설게 느껴졌다.
겨울이 가까워지면 문 앞의 분위기는 한층 단정해진다. 굵게 꼬인 짚줄에 종조각이 달린 시메나와(しめ縄)가 대문 위를 장식한다. 신사에서는 본당 앞에 상시 걸린 시메나와를 마주한다. 시메나와 아래로는 번개 모양의 하얀 종이 장식 시데(紙垂)가 늘어져 있으며, 의식 때에는 시데에 고헤이(御幣)가 더해져 신의 영역을 드러낸다. 시데는 신성 구역의 경계와 정화를 표시하고, 악령이나 나쁜 기운을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고헤이는 신에게 바치는 제례용 장식으로, 의례적 의미가 강조된다. 신사에서 시메나와는 안과 밖을 가르는 표식 역할을 하지만, 집 앞에 걸린 시메나와는 일상 공간에서 경계와 보호를 표시하는 의미로 옮겨온 모습이다. 소박하지만, 안과 밖을 구분하는 역할은 뚜렷하다.
대개 12월 중순 무렵부터 걸리며, 새해가 지나 마츠노우치(松の内)라 불리는 기간 동안, 지역에 따라 1월 초나 중순까지 자리를 지킨다. 시메카자리(しめ飾り)는 시메나와의 기능을 바탕으로, 새해의 복과 풍요, 건강과 안녕을 기원하는 장식이다. 줄 하나, 종이 한 장에 계절과 바람, 소원이 담겨 매달린다. 귤과 곡식, 종이 장식이 더해져, 연말연시의 축제적 분위기를 한층 돋우며, 집과 방문객 모두에게 안정감과 긍정적 에너지를 전한다.
일본의 라이프스타일숍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시메카자리를 판매한다. 벽걸이 장식처럼 걸려 진열된 모습도 흔하다. 띠 모양의 것도 있고, 꽃과 장식을 더한 것도 있다. 전통 장식이면서도 어느새 인테리어 소품처럼 자리 잡은 듯하다.
교토에서 보는 시메카자리는 정교한 손길이 돋보인다. 짚과 볏짚을 꼬는 방식이 일정하게 유지되고, 장식들의 배치가 전통적 미감을 따른다. 골목을 따라 집집마다 걸리면, 거리 전체가 새해 장식으로 완성된 풍경처럼 느껴진다. 장식마다 집과 이웃, 공동체의 안녕과 조화를 기원하는 마음이 담겨 있어, 작은 장식에서도 전통과 섬세한 미감이 눈앞에 펼쳐진다.
새해가 되면 장식도 한층 화려해진다. 문 양옆에 세우는 가도마쓰(門松)와 함께 설치되는 시메카자리는 시메나와보다 장식이 풍성해지고, 귤과 곡식, 종이 장식이 한데 엮인다. 한 해의 복과 풍요를 한 번에 챙기겠다는 욕심이 귀엽다. 작은 공간에 이것저것 올려두어도 어수선하지 않고, 마음이 차분해진다. 문 앞이 든든해 보인다.
어릴 적 대문 위 새끼줄과 붉은 고추를 떠올리면, 일본의 카도카자리도 익숙하게 느껴진다. 목적과 형식은 다르지만, 중요한 순간마다 집 경계에 안녕을 기원하는 염원을 담는다. 카도카자리는 신사와 일상, 의식과 생활을 매끄럽게 이어주며, 크지 않고 요란하지 않지만 계절의 고비마다 문 앞에 하나쯤 걸려 있어야 할 작은 부적처럼, 한 해를 무사히 넘기게 한다.
한국에서도 집과 문을 경계로 삼아 상징적 의미를 담는 풍습이 있다. 차례나 제사를 마친 뒤, 남은 음식 일부를 문 밖에 두어 조상신에게 바치고, 귀신을 위한 배려를 표현하기도 했다. 시각적 장식은 없지만, 집의 경계와 보호, 안녕을 기원하는 상징적 의미는 일본 장식과 닮았다. 두 나라 모두 보이지 않는 세계와 연결되는 의례적·상징적 행위를 통해 한 해의 평안과 안녕을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