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엉이 시계는 없었지만, 뻐꾸기 시계는 있었다. 우리 집 거실 벽에 걸린 지붕이 있는 오두막 모양의 시계는 정각마다 문이 열리고, 새가 튀어나와 시간을 알렸다. 나는 시계라면 당연히 뻐꾸기가 나와야 하고, 뻐꾸기의 몫인 줄 알았다. 요즘은 시계나 장식에 부엉이가 앉아 있는 모습을 더 자주 보게 된다. 어느 순간부터 부엉이가 시간을 알리는 새가 되었을까.
일본에서 부엉이는 귀여운 캐릭터를 넘어, 발음과 한자 풀이를 매개로 복과 행운을 부르는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도쿄 북부의 대형 환승역이자 오타쿠의 거리인 이케부쿠로가 대표적이다. ‘이케(池)’는 연못, ‘후쿠로우(フクロウ)’는 부엉이를 뜻하는데, 이케부쿠로의 ‘부쿠로(ぶくろ)’와 ‘후쿠로우’의 발음이 닮아 ‘연못 부엉이’라고도 불린다. 언어적 유희 덕분에, 도시는 또 다른 이름을 갖게 되었다.
JR 이케부쿠로역 안에는 1987년 작은 부엉이 석상이 세워졌다. 이름은 ‘이케후쿠로(池ふくろう)’, 지명과 부엉이를 합친 말이다. 석상은 역을 오가는 사람들의 만남의 장소가 되었고, 시부야의 하치코 동상만큼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이케부쿠로를 알리는 표식이 되었다.
2006년에는 세 마리의 새끼 부엉이 조형물이 추가되었다. 부엉이들이 나란히 놓이면서, 혼자였던 조형물은 ‘가족’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이케부쿠로 히가시구치 공원과 횡단보도, 역 동쪽 출구 앞 파출소까지 모티프가 퍼지며, 도심 곳곳에 부엉이 형상이 자리 잡았다.
역 주변에는 ‘부엉이 카페’라는 장소가 있다. 테이블 앞에서 음료를 마시며 살아 있는 부엉이와 마주 앉는 체험형 공간이 도쿄 곳곳에 퍼져 있다. 예컨대 Owl Village Harajuku에서는 손님이 부엉이와 사진을 찍고 머리를 쓸어주며 눈을 맞춘다. 부엉이 카페는 동물 체험을 넘어, 바쁜 도시의 호흡을 잠시 느슨하게 풀어놓는 자리다.
부엉이는 이케부쿠로만의 상징에 머물지 않는다. 신사 경내의 작은 장식에서부터 아파트 같은 공공 주택의 조형물, 개인 주택 현관 앞 장식까지 일상 공간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부엉이가 일본에서 특별히 사랑받는 이유는 귀여운 생김새나 언어유희 때문만은 아니다. 후쿠로우라는 발음은 ‘복이 온다(福来郎)’, ‘고생하지 않는다(不苦労)’, ‘복이 담긴다(福籠)’ 같은 한자 풀이와 맞물리며 길상의 의미를 얻었다. 밤에도 사냥감을 찾아내는 예리한 눈과 소리 없이 나는 비행은 지혜와 예지력, 어려움을 피하는 능력의 상징으로 읽힌다. 이러한 의미는 장식품과 생활 소품, 기념품의 형태로 일상 속에 스며든다.
거리에서 만나는 부엉이 형상은 도시 풍경 속에서 반복된다. 부엉이 이미지를 통해 도시는 지혜와 행운이라는 의미를 덧입는다. 이를 증명할 방법은 없지만 사람들은 부엉이를 일상에 배치한다. 조형물로, 장식으로, 카페의 주인공으로, 손에 쥐는 기념품으로, 내가 좋아하는 일본의 부엉이 맥주, 히타치노 네스트 맥주(Hitachino Nest Beer)로. 부엉이는 오늘도 자리를 차지한다. 누군가의 바람이 머무는 얼굴로, 도시의 밤을 지켜보는 표정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