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네키네코의 손

by 도간


일본에서 고양이는 늘 중심을 비켜 있다. 앞에 나서기보다는 곁에 머물고, 말을 하기보다는 표정을 남긴다. 도라에몽은 아이를 돕지만 어딘가 허술하고, 헬로키티는 입이 없다. 기쁜지 슬픈지 알 수 없는 얼굴 위에, 보는 사람이 마음을 얹는다. ‘이웃집 토토로’ 속 네코 버스는 목적지를 묻지 않은 채 밤의 숲을 가로지르고, 와카야마의 작은 역, 기시역(貴志駅)에서 역장이 되었던 고양이는 시간을 지키듯 늘 같은 자리에 앉아 있었다. 고양이들은 무엇을 주장하지 않는다. 사라졌다가 돌아오고, 머물다 떠나며, 사람과 풍경 사이를 오간다. 일본에서 고양이는 귀여움 이전에, 여백을 남기고 기다리는 쪽에 머물러 있다.


일본의 고양이 캐릭터들은 시대마다 다른 얼굴로 나타난다. 그러나 그 결을 따라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하나의 익숙한 형상에 닿는다. 말을 얻고 이름과 성격을 부여받기 훨씬 전부터 사람들의 일상 한편에 자리를 차지해 온 고양이. 오래된 자리에 남아 있는 모습이 마네키네코(招き猫)다.



네코마타(猫又)라 불리는 고양이 조형물은 가게 입구 계산대 한편에 앉아 한쪽 앞발을 들어 지나가는 사람을 향해 손짓한다. 오른손을 들면 재물과 손님을, 왼손을 들면 사람과 운을 부른다고 한다. 손을 고정한 형태도 많지만, 작은 기계 장치를 이용해 팔을 위아래로 움직이며 손짓을 반복하는 것도 있다. 손짓은 지나가는 사람의 시선을 잠깐 붙잡으며, 행운을 건네는 듯하다.


마네키네코는 에도 시대 상인들의 상점 앞에서 손님을 부르고 재물을 기원하기 위해 놓였다. 발을 들어 올리는 동작은 실제 고양이가 앞발로 손짓하는 모습을 보고 착안한 것이다. 색깔에 따라 상징이 달라, 흰 고양이는 순수와 행운을, 검은 고양이는 재난을 막고, 금색은 재물을 뜻한다.



유래는 다채롭다. 한 설화에 따르면, 병든 고양이를 구한 상인이 있었고, 고양이는 상점 앞에서 손짓하며 손님을 불러들였다. 또 다른 이야기에서는 신사 근처를 지나던 행인을 향해 앞발을 들어 사람을 모았다고 한다. 마네키네코는 특정한 장소에 묶인 표지가 아니라, 사람이 오가는 자리에서 행운을 전하는 얼굴로 상상되었다. 썰은 하나로 정리되지 않은 채 조금씩 변형되며 퍼져 나갔고, 고양이는 상점의 얼굴이 되기도, 길 위를 오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잠깐 붙잡는 모습으로 그려지기도 했다.


도쿄 근교에 마네키네코 이야기를 품은 장소가 있다. 도쿄 세타가야의 고토쿠지(豪徳寺)에서는 에도 시대 한 고양이가 손짓으로 영주를 불러 폭우를 피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아사쿠사 지역의 이마도 신사(今戸神社)에서는 마네키네코 인형이 길상 상징으로 자리 잡은 이야기가 전해진다. 두 곳 모두 마네키네코의 발상지로 이야기되기도 하지만, 뿌리를 하나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기록이 체계적으로 남아 있지 않고, 여러 설화가 민간 신앙과 생활 풍습 속에서 섞여 전해졌다.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사람들은 상징의 시작을 묻는다. 상징은 이야기가 시작되는 지점에서, 머물 자리를 필요로 한다.



일본의 상점과 거리에서 마네키네코는 사람과 상점, 행운과 재물을 이어 준다. 손짓의 방향과 색마다 전하는 이야기가 조금씩 다르다. 흰 고양이는 순수와 행복을, 검은 고양이는 재난을 막고, 금색은 재물을 부른다. 빨강은 건강과 재난 예방, 파랑과 초록은 학업과 안전, 분홍은 사랑을 상징하기도 한다. 가게 앞에서 마네키네코와 눈이라도 마주치면, “오늘은 특별할 거야.”라고 말하는데, 그 말이 제일 흔한 말이라는 걸 나는 안다.


마네키네코는 더 이상 전통적인 도자 인형에 머물지 않는다. 가게 계산대 위의 작은 장식부터 가방에 다는 참, 휴대폰 스트랩, 머그컵이나 저금통 같은 일상용품으로까지 형태를 바꾼다. 미피나 헬로키티, 도라에몽, 리락쿠마 같은 캐릭터도 몸짓을 빌려 모습을 달리한다. 남는 건 ‘부르는 손’이라는 제스처다.

수요일 연재
이전 14화오니(鬼)와 도깨비, 두 얼굴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