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 친구, 책 친구, 목소리 친구에게
'죽음'에 대한 나의 생각이 궁금하다고 했지?
나의 죽음에 대한 생각은 두 가지로 나뉘어. 첫 번째는 모태 신앙에서 기인한 것인데, 죽은 후 나의 육신은 이 땅에 남지만, 영혼은 하늘나라로 올라가서, 지금까지 살아온 삶에 대한 심판을 받은 후에, 나와 헤어졌던 사랑하는 이들을 만날 것이라는 기대감이야.
그리고 또 다른 한 가지는 아래의 글을 쓴 소크라테스처럼 이유 없는 느긋함을 가지고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이야.
나는 이제까지 죽음을 만나본 일도, 죽음을 알아본 적도 없으며, 죽음에 대해서 내게 가르쳐주려 하는 사람도 본 적이 없다. 죽음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은 아마도 죽음에 대해 알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두려워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죽음이 뭔지도, 저 세상이 어떤 곳인지도 모른다.
죽음은 모험, 견딜 수 없이 하고 싶은 모험과는 관련이 없다. 하지만 이미 세상을 뜬 많은 위대한 사람들과 함께하려는 건 다른 세상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것인지, 정말로 더 나은 길인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그리고 과연 죽음이 우리의 소멸을 의미하는 건지, 아니면 길고 평화로운 밤 속으로 들어가는 일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만일 나는 죽어서 세상을 떠나고, 여러분은 계속 살아간다 해도, 나와 여러분 중 누가 더 만족스러운 길을 가는 건지는 아무도 모른다.
난 ‘장례식’이란 단어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을 했던 것 같아. 내 묘비명에 대해서도.
나의 죽음이 어떠했으면 좋을까…
장례식은 어떤 모습이면 좋을까 하고 말이야.
난 내 장례식에 많은 사람들이 와주면 좋겠어.
나를 통해서 내 가족들, 내 친구들, 내 지인들이 다시 만나는 자리가 되고, 나를 즐겁게 회상하며 서로 얘기를 나누면 좋을 것 같아.
똑똑한 척했던 내가 실제는 얼마나 어수룩한 점이 많았는지, 열심히 한다고 했지만 ‘바보 라이어 게임’을 할 때는 얼마나 어처구니없게 ‘바보 라이어’가 됐는지, 운동을 잘하는 것 같았지만 웨이크 서핑하러 간 첫날 얼마나 많은 바닷물을 공짜로 마셨는지 등등~
여기저기서 추억담이 쏟아지고, 그렇게 모인 사람들이 울다가 웃다가, 하나가 되어 힘을 얻고, 다시 세상으로 나아가는 좋은 자리가 되었으면 좋겠어.
봄, 여름, 가울, 겨울 그리고 봄..
계절이 순환하듯,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고, 탄생이 있으면 죽음이 있어.
장례식은 새로운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또 다른 문일 거야.
죽음을 통해 우리는 새로운 삶을 보는 것일 테고.
에픽테토스의 말처럼 인간을 움직이는 것은 사물이 아니라 사물에 대한 견해일 것이니까.
죽음 역시도 그 팩트보다는 그것을 어떻게 볼 것인지,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의 견해가 더 중요할지도 몰라.
오늘 나는 그 자리에 없지만, 너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릴케의 '사랑의 노래'를 들으며, 어떤 얘기가 오고 갔는지, 내일 아침에 들려주겠니?
바라만 보아도
좋은 사람이 있다는 것은
즐거운 일입니다.
느낄 수만 있어도
행복한 이가 있다는 것은
아름다운 일입니다.
어떠한 고통이나 절망이
가슴을 어지럽혀도
언제나 따뜻이 불 밝혀주는
가슴속의 사람 하나
간직해 둔 마음이 있다는 것은
소중합니다.
한 번도 드러내지 못한다 해도
사랑은 말하지 않아 더 빛나는 느낌
바라볼 수 있는 사람 있어 행복합니다.
생각하면 언제나 정다운 사람 있어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