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날에 와인을 여는 게 아니라, 와인을 여는 날이 특별한 날이다
귀가하니 선주문한 와인 13박스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와인 셀러 안의 재고를 체크하고, 주문 리스트를 꼼꼼히 작성하면서 와인 오더를 하는 순간, 기획이 놀이로 전환된 것이다. 그 순간 나만의 스토리가 싹을 틔우고, 와인이 도착하면서 이 스토리가 꽃을 피운 것이고, 와인을 여는 순간 재미있는 이야기들과 함께 스토리가 열매를 맺기 시작한다.
설레는 맘으로 와인을 주문한다는 것은 나만의 스토리이자 컨셉의 시작인 셈이다.
어울리는 음식과의 페어링을 예상하는 섬세함과
선물을 받을 사람의 취향을 추측해내는 심미안과
홍콩의 와인 스토어에서의 가격을 알아보는 마케팅적인 감각이 총동원되는 즐거운 시간이다.
언젠가 파티를 기획한다면 'SNS와 별거하는 일주일'이란 것을 해보고 싶다..
멋스러운 삶'이란...
옷차림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사람이 집에는 최고급 진공관 앰프를 갖춰놓은 바로크 음악의 권위자이기도 하고, 집 사고 차 살 돈으로 친구들 몇 명과 함께 히말라야 정복을 실천에 옮기는 게 아닐까..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해.. 인정받기 위해 애쓰는 삶이 아니라.. 내 내면에서 터져 나오는 그 무엇을 살아내는 그 과정들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 또 그 사람을 존중하는 사람이 아닐까.
이런 사람들은 그저 많은 물건, 혹은 비싼 물건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와 관련된 지식, 남모를 에피소드와 추억 그리고 자신의 결핍도 인정할 줄 알고.. 타인의 얘기에 기꺼이 귀를 기울일 줄 안다.
누구나 자신만의 '럭셔리'를 가진다.
이는 '사치'가 아니라 '생활의 즐거움'이다.
심각하지 않지만, 결코 경박하지도 않은.
내 친구는 그런 사람들이다,
자신만의 즐거움을 기꺼이 누릴 줄 알지만, 타인을 배려하는 사람들.
올림픽 야구는 비록 미국에 졌지만, 오늘 밤 그들이 몹시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