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일치기 제주 한라산 등산 3편

남벽분기점까지 그리고 어리목코스로 내려가기

by 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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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왜 고민했을까?

남벽분기점까지 갈까말까 망설였던 내가 바보 같았다. 영실코스로 올라오며 너무 멋진 풍광들을 봤기에 거기에 만족하고 있었나보다. 그리고 또 있다. 출발전 인터넷으로 봤던 글이 있다. 그 글에서 남벽분기점까지의 길이 별로라고 했다. 좀 힘들었다고 했다. 그 두가지의 영향이었나 보다. 하지만 전혀 아니다. 힘들지 않다. 길도 잘 관리가 되어져 있다. 아마 내가 글을 잘 못 봤나보다. 원래 같은 글을 읽어도 내가 보고싶은 것만 보지 않은가. 아마 그러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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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엔 정해진 길, 예상했던 코스로만 다녔다. 하지만 요즘은 다르다. 다른길도 가보고 뻔히 돌아올 것이 예상되어진 곳도 올라본다.(단 등산이 허락된 길의 경우) 체력이 좋아진 것일수도 있겠지만, 난 생각이 바뀌어서 라고 말하고 싶다. 예전엔 '가도 별것 없을거야' 라는 생각이었다면 지금은 '또 언제 와보겠어?' 라는 식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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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횡재했다. 여긴 또 다른 매력이다. 영실코스로 올라오며 봤던 경치랑은 조금 다르다. 아기자기한 숲길을 지나 넓은 평야를 지나는 길이 영실코스 길이라면 남벽분기점 가는 길은 살짝 더 거친 느낌이다. 거칠다는게 황무지의 느낌 말고 조금 더 성숙했다는 느낌이다. 나무도 풀도 푸르고 꽃도 분위기도 생동감이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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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랏! 여기오니깐 군데군데 철쭉이 보인다. 앞선 2편에서 한라산 철쭉 별로 였다고 썼는데 그말을 슬쩍 취소해 본다. 그렇다고 오해하지는 말자 엄청 대단하게 군락을 이룬다거나 장관을 펼친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다만 철쭉나무들이 많기는 했다. 어떤나무엔 꽃이 피고 어떤나무는 잎만 무성했다. 혹시 나중에 전체적으로 함께 활짝 편다면 그땐 좀 볼만할 것 같다. 이것만 가지고 한라산을 오르겠냐고 물으면 'No'라고 대답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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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벽분기점까지 가는길은 오르막 내리막이 살짝살짝 반복되는 길이다. 땀도 나지 않을정도로 가볍게 걷기만 하면 된다. 주변을 구경하며 걸어도 좋을 만큼 길도 잘 되어져 있어 주변 풍광을 충분히 느끼며 걸으면 좋다. 바람에 풀입이 쓸리는 소리가 참 좋다. '어서와~ 이런곳은 처음이지~'라며 반겨주는 새소리도 너무 좋았다.



사진과 영상에 다 담기지 않아서 너무 아쉽지만 그래도 공유해본다. 고요한 분위기에 상콤한 새소리, 시원한 바람에다 신비롭게 보이는 백록담벽까지 이루말할수 없이 행복했다. 가는길엔 끊임없이 새소리가 들리고 바람은 내가 가는길을 밀어줬으며 바쁘게 움직이는 구름덕에 백록담벽은 운치있게 수시로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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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간쯤 갔을까? 드디어 종착지점에 도착했다. 바로 남벽분기점 전망대이다. 지금은 이곳까지만 탐방이 가능하다. 예전엔 이곳으로 백록담까지 올랐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는 훼손에 대한 복구를 사유로 탐방이 제한되어져 있다. 조금 아쉽지만(?) 이곳에서 돌아가야 한다. 탐방로 안내표지판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곳은 돈내코 코스와도 연결이 되어져 있다. 예전 서귀포쪽을 돌다가 돈내코코스라고 본적이 있었다. 이번에 어리목으로 내려가면 한라산의 등반코스로 유명한 관음사, 성판악, 영실, 어리목 코스를 다 경험하게 된다. 다음번엔 돈내코코스로 올라보겠다고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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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오늘의 등산(?)이 끝났다. 목적지점에 도착했다. 아직 정상지점이 저렇게 많이 남아있지만 내가 갈수 있는 곳은 여기가 끝이고 계획했던 길도 여기까지였다. 순간적으로 이길따라 그냥 올라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러면 안된다. 오르지 않는게 룰이라서이기도 하지만 꼭 그래서가 아니다. 정상에 오를 준비가 전혀 되있지가 않다. 오늘 나는 이곳 남벽분기점까지만 올라올 계획으로 준비를 했다. 음식도 그렇고 물도 그렇고 체력도 그렇게 나눴다. 마음이야 오르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지만 남은 음식과 물과 체력은 내려가며 써야한다. 지금 상태로 더 오르면 반드시 탈이나고 위험해진다.


'삶도 그렇지 않나?' 라고 생각이 들었다. 시도해보고 도전하고 부딪히는 건 참 좋다. 하지만 전혀 준비없이 정보없이 막연하게 덤비는 것은 어리석다고 생각한다. '작은 시도로 나만의 길을 찾고, 작은 성공으로 희망을 키우며, 살짝 아픈 실패에 단련도 되어가며 가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며 더 오르지 않음을 핑계대 본다. 물론 가고싶어도 못 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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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같은 길을 가고 있다. 달라진 것이라곤 반대방향으로 걷고 있다는 것. 아까는 남벽분기점 방향이었고 지금은 윗세오름쪽으로 돌아가고 있다. 하지만 마치 처음본 풍경처럼 똑같이 눈을 뗄수가 없었다.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다. 정말 처음 보는 것처럼 느껴졌다.


같은 사람을 만나더라도 여러사람과 함께 만날때가 다르고 단둘이 만날때가 다르다. 하는 이야기도 달라진다. 또 내 모습을 봐도 왼편에서 보는 모습과 오른편에서 보는 모습이 다르다. 그렇기에 사람들이 사진찍을때 고개를 살짝 돌리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고 한다. 실제로 얼굴을 반으로 나누어 왼쪽으로 만든 얼굴과 오른쪽으로 만든 얼굴이 다르다고 한다.


여하튼. 덕분에 돌아가는 길도 심심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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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오는 길에 비가 살짝 흩뿌렸다. 많은 양은 아니었고 혹시나하고 챙겨간 바람막이 점퍼가 살짝 젖을정도의 양이었다. 그것도 비라고 그랬을까? 사람들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분명 남벽분기점으로 간 사람은 얼마 되지않았는데 그 많은 사람들이 대부분 내려갔나보다. 그 좋은 풍경을 못보고 내려가신 분들이 안타까웠다. 남벽분기점 방향으로 가는 표지판 옆에 따로 표지판을 세우고 싶었다. '걸을만함, 안가보면 후회합니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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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어리목코스로 내려간다.

정말 찾고 싶었다. 고등학교때의 나를 찾고 싶었다.(2편 참고) 때마침 길 끝이 구름으로 가려져 있다. 좋다. 저 길끝에 이르면 사르르 내가 변할 것 같다. 24년전 나로 변할 것 같다. 그래서 그럴까? 내려가는 발걸음이 소중하다. 가는 걸음 하나하나에 집중했다. 걸어온 길도 여러번 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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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높은 곳에 개울이 있다. 참 신기했다. 이곳이 산정상부근이 맞나 싶었다. 가까이 가서 보았더니 물이 흐른다. 그냥 비가 고여서 생긴 웅덩이가 아니라 개울이 맞다. 지나오다 가끔 노루도 나타난다는 표지판을 본 기억이 났다. 근처에서 목마른 노루가 나 땜에 못오는거 아닐까? 생각했다.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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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이길로 내려가면 정말 하산하는 길이다. 아쉽다. 구름이 밉다. 이쯤일꺼라고 생각한다. 24년전 투덜대며 한라산을 올랐을때... 살짝 숨을 고르며 돌아봤다. 그때 봤던 풍경과 느낌, 감동이 생생하다. 구름이...구름만 없으면 좋았을텐데...



그러다 뜬금없이 아버지 생각이 났다. 아니 아빠생각.

그때의 나 보다 지금의 나는 가진게 훨씬 많다. 천사같은 아내가 있다. 개구쟁이면서 나랑 꼭 같은 아들둘도 있고, 차도 있고 누울수 있는 집도 있다. 24년전에 비할수 없을 만큼 소중한 것들이 늘었다. 하지만 그때의 길을 걸으며 그토록 찾고 싶었던 기억, 추억, 감동이라는 느낌이 다가오지 않는건, 단순히 풍경 때문에 구름 때문이 아닐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어머니, 동생과 함께 겪었던 아픔의 시간. 2000년 1월을 기준으로 달라진 우리가족. 내가 그렇게 찾고 싶었던 것은 오르다가 힘들때 돌아보면 그곳을 지켜주는 아빠가 있다는 '안도감'이지 않았을까 싶다. 안심이 드는 마음 '안도감'. 그래 안도감. 그땐 뒤를 돌아봐도 걱정이 없었다. 돌아가더라도 걱정이 없었다. 그래서 자꾸만 이곳에 오고 싶었나보다. 안도감을 찾고 싶은 거였나보다. 내가 지금 불안하니까. 자꾸만 한라산을 찾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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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하니 터벅터벅 걷다보니 어느덧 나무들이 커졌다. 마치 내가 작아진 것처럼. 저 나무 옆에 풀들은 이름이 뭘까? 저녀석들 참 웃기다. 이곳에선 키가 크다. 정상에선 바닥에 붙어서 살더니. 햇볕을 가려주는 나무도 없고 드센 바람이 부는 정상에선 한껏 몸을 낮춰 바닥을 기다가 아래오니 잔뜩 힘이 들었다. 꼰지발을 섰나? 키가 꽤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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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저곳을 오르면 정말 끝인가보다. 왠지 그런 느낌이 들었다. 마지막 오르막길, 마지막 사용하는 허벅지 근육. 짧은 계단이라 터지진 않겠지만 힘차게 당당하게 올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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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맞았다. 이제 정말 끝이다. 저기 길 끝이 오늘 산행의 종착지이다. 생각보다 넉넉히 남은 체력으로 다시 오르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굳이 말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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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목탐방로의 입산통제시간은 15시이다. 이미 30분이나 지났다. 가고 싶어도 못간다.

그렇게 오늘 산행을 마쳤다. 총 산행 시간은 5시간 53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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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리번거리며 버스 탈 곳을 찾았지만 정류장이 보이지 않았다. 사진에 보이는 안내소로 가서 물었더니 친절하게 안내해 주셨다. 시간을 슬쩍 보시더니 빨리 내려가야한다고 한다. 55분 버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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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가는 길도 참 좋다. 시간이 촉박하단 생각은 잊었다. 그냥 이순간 즐기고 싶었다. 걷는게 좋다. 바람소리가 좋고 새소리가 좋다. 가는길이라 그런지 더욱 눈에 마음에 담고 싶었다.



사진은 없지만 내걸음으로 10분정도 내려와 240번 버스를 탔다. 그리고 살짝 졸았다. '괜찮다', '괜찮다' 했지만 그래도 피곤하긴 했나보다. 다행히 내릴 곳 근처에서 눈이 떠졌다. 당당하게 일찍 자리에서 일어나 내릴 준비를 했는데 생각해보니 종점이었다. 그제야 생각났다. 아침에 버스탔던 풍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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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시간은 16시 40분. 조금 이른 시간이긴 하지만 저녁을 먹기로 했다. 시간상으론 공항으로 가서 먹는게 맞았지만 공항밥은 왠지 별로였다. 인터넷으로 제주버스터미널 맛집을 검색했다. 그리고 한집을 갔다. 내가 주문한 메뉴는 두루치기였다. 비록 흔적도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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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겠지만 아침에 내렸던 곳 건너편으로 가서 버스를 탔다. 아침에 탔던 버스는 아니였다. 111번 버스라고 빨강버스였다. 금액은 조금더 비싼것 같았지만 파랑버스가 오려면 30분 이상 기다려야 했다. 그래서 그냥 빨리오는 것을 탔다. 어짜피 공항까진 금방이라 기본요금만 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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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에 도착하니 17시29분이었다. 아침에 공항에서 버스를 탔을때의 시간이 8시정도였으니 9시간 반만에 공항으로 다시 돌아온 것이다. 시간 정말 안걸렸다. 이 코스 정말 괜찮다고 생각했다.


예약비행기인 20시50분 비행기를 타기에 너무 이른시간이라 티켓팅을 하며 물었다.혹시 시간을 당길수 있는지 말이다. 돌아오는 대답은 역시였다. 할인권이라 변경이 안된다는 대답을 들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취소했다가 다시 구매하는 방법도 있었을텐데 그땐 생각이 안났다. 그냥 남는 시간 책이나보지뭐 라는 생각이었다. 원래 계획도 그랬으니까.


그렇게 남은 3시간을 책을 봤다. 면세점을 슬쩍 둘러보긴 했지만 마땅히 살것도 없고 살 생각도 없었기에 별 미련이 없었다. 초콜릿이나 사가서 애들한테 선심이나 써볼까 했지만 것도 말았다. 제주도 초콜릿보다 우리 입맛엔 ABC초콜릿이 훨씬 맛있다. 그냥 커피만 사서 자리에 앉았다.





정말 다녀왔습니다. 2019년 6월11일 화요일. 꿈같은 경험을 했습니다.


생각을 실행으로 옮겼어요. 상상했던 곳을 눈으로 봤어요.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한아름 제주를 담아왔죠. 그리고 이젠 다음을 생각 해봐요. 천사님이랑 한번 또 가야하고. 아이들이랑도 가야겠죠. 어른들은 당연히 모시고 가야하구요... 혹시 가고 싶으신분 말씀하세요. 그 핑계로 또 가고 싶네요.


후기를 쓰며 힘들었어요. 혼자여행의 장점은 사진을 많이 찍을수 있고 생각을 많이 할 수 있거든요. 저의 경우 풍경이 좋으면 찍기도 하지만 좋은생각이나 기억하고 싶은 생각이 나면 사진을 찍습니다. 메모를 하기도 하구요.


그렇기에 나중에 사진을 보면 그때했던 생각이 어렴풋이 기억이나요. 그 생각들을 구체적으로 표현하려 했습니다. 미력한 능력으로 쓰다보니 많이 부족합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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