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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말 Jul 13. 2019

다시 생각해봐! 퇴사가 답은 절대 아니야.


후회하진 않지만
 아쉬운 선택 '퇴사'



'쓰으흡 후으우~'

담배를 피우는 건 아니지만 종종 올라온다. 그 느낌 아니까. 멀리 남동공단쪽 하늘은 여전히 누렇다. 갑갑하다. 

'저런 공기를 6년이나 마셨다니...' 

자주 보는 하늘이지만 볼때마다 답답하다. 저런 공기를 마시며 산 6년동안 얼마나 내 몸이 상했을까? 생각을 하며 다시금 큰 숨을 쉬어본다. 김대리의 연기뿜는 타이밍에 맞춰.


반대편 하늘도 봐 본다. 맑다. 파랗다. 잘 보이진 않지만 송도 앞바다가 하늘에 비쳐 파랗게 보이는건 아닐까 상상해본다. 바다는 하늘이 비춰 파랗고, 하늘은 바다가 비춰 파래 지는 상상. 안봐도 알 것 같다. 오늘 바다색을. 

'차로 5분도 안걸릴텐데 7년을 다니며 한번도 안가봤네...' 


이번엔 바로 위 하늘을 올려다 본다. 잘모르겠다. 다른 곳에서 보면 이곳 하늘은 어떤색일까? 궁금해졌다. 갑자기. 예전 남동공단에서 일할땐 하늘이 파란줄 알았다. 송도로 와서야 알았지. 누런공기를 마시고 산 것을... 이곳에 와서야 알았다. 


천천히 아래를 내려다 봤다. 저 멀리 익숙한 차 한대가 들어오는게 보인다. 맞다. 그 차다. 경비실에서 문을 저렇게 일찍 여는걸 보면 맞다. 우리 회사 1호차. 에쿠스 차량이 분명하다. 

'쓰으흡 흐으우~' 큰 숨을 한번 더 쉬고 결재판을 살짝 열어 다시 확인한다. 

내려가려 돌아서려다 다시 한번 아래를 내려다 봤다. 순간 '여기서 뛰면 어떻게 될까?' 생각이 들었다. 별로 높지도 않은 건물 떨어져봤자 좀 아프겠지라고 생각했다. 남동공단 공장에서 근무할때 이후 세번째다.   




일주일 뒤, 평소 친하게 지내는 회장님 비서에게 결재판을 내밀었다. 늘 그렇듯 씨익 웃으며 "책상위에 올려놓으면 되지요?" 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서류를 살짝 들쳐보더니 내 얼굴 한번, 서류를 한번 보더니 입을 삐쭉거린다. 이미 소문이 날대로 다 난 상태라 알 사람은 다 알고 있었다. 아마 그녀도 알고 있었을꺼다. 


그렇게 7년을 다녔던 회사를 떠났다. 급여가 두배이상 올랐고, 많이 성장했지만 난 퇴사를 결정했다. 그때 난 정말 잘 한 결정이라 생각했다. 이 회사는 곧 망할꺼고, 임원들 마인드는 거지같고, 인재도 못알아보고, 직원을 생각하지 않는 쓰레기 같은 회사라고 생각했다. 


원래 그런 사람입니다.


중학교 1학년의 나는 과학과 수학을 좋아했고, 영어를 싫어했다. 다른 과목은 그저 그랬다. 2학년에 들어서 과학성적이 곤두박질 쳤다. 하지만 3학년이 되어 다시 성적은 올랐고 그렇게 나는 무난하게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을 했다. 중학교를 지내며 깨달은게 있다. 나는 '선생님을 따라가는 아이구나' 라고 말이다. 1학년때의 과학선생님이 좋았었다. 그 선생님과 2학년땐 떨어졌고, 3학년때 다시 만났다. 과학뿐이 아니였다. 거의 대부분의 과목이 선생님과 잘 맞으면 성적이 오르고 선생님과 안맞으면 성적이 떨어졌다. 그것을 보고 '나는 선생님을 따라가는 학생'이라고 스스로 정의했다. 그런 마인드셋을 가지고 중고등학교부터 최근까지 살았다. 


직장생활을 할때도 마찬가지였다. 나랑 맘이 맞고 업무스타일이 맞는 상사나 동료와 일할땐 정말 신나게 일을 했다. 스스로 일을 찾아서 했고, 주어진 일은 늘 예정시간보다 일찍 끝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승진도 했고 급여도 올랐다. 그런데 조직변경이 이뤄진 뒤가 문제였다. 맘에 안맞는 사람과 일을 하게 되면서 흥이 안났다. 시키는 일만 했고, 능력밖의 일만 시킨다고 투덜댔다. 당연히 성과는 나오지 않았다. 어쩔수 없다고 생각했다. 난 나랑 안맞는 사람이랑은 뭘해도 안되는 사람이니까.



똑똑한데 공부를 안해서 그래!
하면 잘 한다니까.



예전에 어머니께서 그 말을 하는게 아니었다고 하셨다. 

'똑똑한데 공부를 안해서 그래!' 어머니는 어릴때 나에게 그 말씀을 자주 하셨다. 실제로 하면 성적이 나왔다. 초등학교때부터 중학교때까진 하면 성적이 곧잘 나왔다. 하면... 그런데 그게 문제였다. 나는 초등학교부터 중학교때까지 노력이라는 것을 체득하지 못했다. 노력이라는 것을 해야하는 지도 몰랐고, 공부라는 것을 매일 조금씩 해야하는지를 몰랐으며, 똑똑한 아이는 정해져 있는줄 알았다. 그러면서 깨달았다. 영어 못하는 아이, 외우는 과목 못하는 아이, 선생님이 안맞으면 성적이 떨어지는 아이... 결국 그렇게 나는 똑똑하지 않은 사람인걸 깨달았다. 똑똑하지도 않고 노력도 할 줄 모르는 사람이 되었다. 뛰어나지 않은 재능을 가졌으며, 고정형 사고방식, 고정 마인드셋에 지배를 당했다.




성장 마인드셋이 피기 시작하다.


작년 10월쯤 부터 자기계발 이란 것을 시작했다. 그 시작은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이라는 책이었다. 그 책을 통해서 누구나 연습만하면 유시민만큼 에세이를 쓸 수 있다고 배웠다. 처음엔 반신반의 했다. 그렇지만 평소 좋아했던 사람의 말이기도 해서 따라해보기 시작했다. 조금씩 끄적였던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11월쯤 김민식PD의 '매일 아침 써봤니?'라는 책을 읽고 매일 아침 글을 쓰기 시작했다. 고정된 시간, 아침에 글을 쓰고 발행을 했다. 시덥잖은 이야기부터 책이야기, 여행이야기, 일상이야기 등 생각나는대로 막 써댔다. 그러면서 몇권의 자기계발책을 읽었고 그때부터 사람을 만나기 시작했다. 독서모임을 다니고 강연을 다녔다. 또 한가지, 그들을 따라해보기 시작했다. 수영을 시작했고, 서평을 썼다, 유튜브를 시작했고, 목표, 비젼, 사명을 만들었다. 새벽 3시반에 일어났고 그 습관을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신기했다. 따라하니까 된다. 뭔가 확 바뀌진 않는데 조금씩 변하는게 느껴진다. 주변에서도 조금씩 인정해주기 시작했다. 처음엔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전공도 아니고 그렇다고 관련 분야에서 일을 한적도 없는 내가 작가가 되겠다고, 출간을 하겠다고 하니까 당황해 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꾸준히 지켜보는 사람들의 눈빛이 바뀌었다. 또 최근에 만나는 사람들은 당연하다듯이 생각을 한다. 


운동을 시작하더니 15kg의 살이 빠지고, 틈만나면 책을 읽고, 발디딜틈도 없는 지하철에서 책을 꺼내들고, 새벽에 일어나 유튜브 영상을 매일 올리고, 매일 글을 쓰고... 홍대에서 인천까지 36km를 걸어오고, 제주 한라산을 당일치기로 다녀오고 등의 행동을 하니 이제는 뭘해도 할 것 같은 사람으로 바뀌었다. 자기계발을 모르는 사람들이 보기엔 그져 '미쳤나?'라며 보일 행동을 하고 다닌다. 하지만 이 세계를 아는 사람들은 안다. 이 친구, '성장형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네', '성장 마인드셋을 지녔네' 라고.


예전 같았으면 조금 하고 포기했을텐데 지금은 다르다. 유튜브 구독자가 늘지 않아도, 글쓰기 실력이 늘지 않는 것 같아도 흔들리지 않는다. 그럴땐 더욱 책을 본다. '내가 아직 인풋이 부족해서 그런가봐. 책에서 길을 찾아보자', '사람들을 만나보자 무조건 칭찬해주는 공감러들 말고 날카로운 질문, 건설적인 지적을 해주는 사람들을 찾자' 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실행했다. 여기까지 왔다. 


내가 좋아하는 고영성, 신영준 두분이 함께하는 씽큐베이션 2기에 신청했고 함께하게 되었다. 작년말 완벽한공부법 책을 읽고 두분을 알았다. 하지만 그땐 자기계발 초반이기도 하고 졸꾸러기도 아니여서 였을까? 내 삶에 와닿지는 않았다. 그러다 정확히 언제인지 어떤 이유에서인지 기억은 나질 않지만 어느순간 유튜브 영상을 보고 있었다. 조금씩 조금씩 빠져들었고, 어느새 졸꾸러기가 되어버렸다. 그렇게 또 언젠가 이분들과 꼭 함께 할꺼란 생각으로 의식적 노력을 했다. '완공'을 재독 했고, 추천해주는 책을 읽기 시작했다. 덕분인지 기회가 되었다. 나는 이곳에서 성장을 할 것이다. 치열하게 노력하고 졸꾸(졸꾸란? 졸라 꾸준히)할 것이다. 지쳐 쓰러질 때까지, 아니 꿈을 이룰때까지 할 것이다. 




포기하지말고 일단 싸워본다.
초사이어인이 되어본다.


'이것 밖에 못해?', '다른방법은? 찾아봤어?', '그래서 뭐?, 어쩌라는 건데?', '도대체가 이것밖에 안되는 사람들이랑 일을 하겠냐고...', '너 엑셀은 좀 하냐?'... 그땐 이말들이 그렇게 싫었다. 문제가 그들에게 있는것 같았다. 사람 같지가 않았다. 나는 변명으로만 일관했다. 못할 일만 시키는줄 알았다. 나를 개선할 생각은 1도 없었다.


그후로 수년... 달라진게 있을까? 저 이야기를 들은 그때보다 지금 난 뭐가 바뀌었을까? 만약에 그때 내가 포기하지 않았더라면, 퇴사하지 않았더라면, 지금처럼 이를 악물고 책을 보고 노력하고 졸꾸를 할 줄 알았다면 어땠을까? 생각해본다.  내 부족한 점을 먼저 깨닿고 지금처럼 새벽기상을 하고 공부를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땐 내가 변하면 된다는 생각을 전혀 못했다. 피하기만 하는 사람은 결국 그대로이다. 부딪혀서 배우고 싸우면 설사 '지고 실패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얻는게 있다' 라는 것을 전혀 알지 못했다. 퇴사하는게  정답인줄 알았다. 


그렇지만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를 더욱 악물고 버텨야 한다. 나를 괴롭힌 그 사람에게 보란듯이 복수를 하고 싶다면 도망칠게 아닌다. 차라리 퇴사시점을 몇년뒤로 미뤄놓고 그 사람이 지적한 부분을 하나씩 개선해나가고 능력을 키우는게 우선이다. 그렇게 치열하게 노력하고 졸꾸(졸꾸란? 졸라 꾸준히)한 다음, 그 퇴사시점이 왔을때 당당하게 나가는 것이다. 창업을 하든 더 좋은 회사로 이직을 하던 말이다. 그때의 나처럼 도망치듯 백수로 퇴사할께 아니었다. 더이상 있다간 자존감이 떨어져 극단적 선택을 할지 모른다는 이상한 핑계로 자기합리화를 하지 말고...


어린 시절 재밌게 봤던 '드래곤볼'이란 만화책이 있다. 그 책의 주인공 이름은 손오공인데, 손오공은 사이어인이라는 외계종족이다. 그 사이어인은 특이한 성질이 있다.죽을 고비를 넘기면 힘이 엄청 강해진다. 악당과 싸우다 죽을만큼 얻어터지고 나면, 더욱 강해진다. 그런 점을 깨달은 뒤로 손오공은 그 행동을 반복한다. 질것 같은 싸움도 매번 도전하고 또 도전한다. 강한상대를 만나도 두려워하지 않고 죽을때까지 덤빈다. 그렇게 죽을고비를 넘기는 것을 반복하다보면 어느순간 임계점에 도달하게 되고 그것을 극복하는 순간 초사이어인이 된다. 만화에서 말하는대로 말하자면 몇천년인가 한번 나올까 말까한 전설의 전사가 된다는 이야기다. (물론 그뒤로 슈퍼초사이어인이 나오고, 몇천년인가 한번 나올까 말까한 전설이 수시로 출몰하는건 비밀이다)


이야기가 조금 빠졌지만 여튼, 하고싶은 말은 '도망치지 말고 싸워라' 이다. 사이어인 뿐만 아니라 우리 인간또한 능력을 성장시킬수 있다. 죽을만큼 노력하며 도전하면 미칠듯이 성장할 수 있다. 그러니 쉬운길만 찾지말고 어려운길을 찾아다녀야 한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쉬운길만 자꾸 찾으면 그곳에서 또 고정 마인드셋이 스물스물 피어난다고 한다. 지속적으로 공부하고, 노력하고, 성장해야한다. 그러니 나처럼 퇴사의 갈등에 서있는 사람들은 다시금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퇴사가 정답은 절대 아니다. 나는 이제 그런 바보같은 행동을 되풀이 하지 않을 것이다.



<마인드셋> 을 읽고 / 저자:캐럴 드웩 / 출판사:스몰빅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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