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단속에 걸렸습니다.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아닙니다

by 포말


"후~ 하고 불어보세요."

"후~"

"더~더~더~"

(삐릿)


경찰관이 음주측정기와 나를 번갈아 쳐다보더니 이내 차에서 내리라고 한다. 그러고는 내 차 운전석으로 올라탄다. 올라타며 조수석에 앉아있는 아내, 뒷좌석에 있는 카시트 그리고 그 안에서 놀란 눈으로 쳐다보는 두 아이들을 보더니 이내 고개를 젓는다. 차는 톨게이트 옆 갓길에 세워두고 차에서 내린다.


난 걸어서 갓길까지 따라갔다. 걸어가며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집엔 어떻게 가야 하지? 대리운전으로 가야 하나? 춘천에서 인천까지 대리운전으로 가려면 얼마나 나올까?


나 스스로는 그럴 리 없다고 당당했지만 혹시 모르는 일이었다.


경찰관은 다시 한번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내게 물 한 병을 건네며,

"물로 입을 한번 헹구고 이거 한번 불어보세요"

그러고는 내가 입을 헹구는 동안에 '아닌 거 같은데...'라며 혼잣말을 한다.


나는 다시 한번 음주측정기를 힘껏 불었다.

수치는 '0'이 나왔다. 그제야 그 경찰관은 환히 웃으며 '역시 아닐 줄 알았어'라며 혼잣말을 내뱉었다. 아무리 봐도 음주운전을 할 상황이 아니란 것을 직감적으로 알았던 것이다.


그리곤 뒷좌석에 타고 있는 다섯 살, 두 살짜리 아이들을 한번 쓰윽 쳐다보더니 내게 목적지까지 조심히 가라고 인사를 했다.


당연한 결과였지만 나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조심스레 엑셀을 밟았다.

앞으로는 운전하기 전에는 한 모금의 술도 입에 대지 않으리라 다짐을 하며.




그날은 춘천에 사시는 처 작은아버지의 환갑잔치를 하는 날이었다. 저녁시간에 시작할 잔치를 위해 우리 네 식구는 인천에서 춘천까지 부지런히 자차로 움직였다. 처가 쪽 온 식구들이 함께 모여 축하를 했다. 잔치는 시골답게 동네잔치처럼 진행되었다. 활동적이신 작은아버지의 성격 덕분인지 동네 어른들이 많이 오셨고 친지들도 가득이었다. 흥겹고 즐거운 잔치였다.


잔치가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 자식들이 모여 축하의 절을 하는 시간이었다. 우리 네 식구도 함께 절을 했다. 기분이 좋으신 작은 아버지께서 먼 길을 와주어 고맙다며 정종 한 잔을 따라주셨다. 난 그 잔에 입을 살짝 대며, 1/4 정도를 마셨다. 그리고 자리로 돌아와 맛있는 음식과 흥겨운 잔치를 즐겼다. 그렇게 잔치는 네 시간이 훌쩍 넘어 오후 10시가 돼서야 끝이 났다.


잔치를 마치고 형님들과 작은아버지, 작은어머니께 인사를 드렸다. 장인어른, 장모님 등 처가 쪽 식구들께도 인사를 하고 차에 올라탔다. 나는 운전대를 잡았다. 춘천에서 인천으로 출발을 했다. 정종 한 모금한 것을 기억했지만 이미 3시간도 더 지난 일이고 평소 주량으로 따지면 한 잔을 마셨어도 문제없다고 생각했다.


출발한지 10분이 되었을까? 막 춘천 톨게이트를 빠져나가는데 음주단속을 하는 것이었다. 생애 처음이었다. 음주운전을 한 상태로 경찰을 마주쳤다.




결과적으로 나는 음주운전 범죄자는 아니다. 음주를 하고 운전을 했지만 음주 측정에서 혈중알코올농도는 0.00%였다. 음주단속에서 걸렸지만 법의 제재를 받지 않아도 된다. 민사적, 형사적, 행정적 책임을 질 필요도 없다.


도로교통법 제44조 제1항에서는 '누구든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자동차 등을 운전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동법에 보면 '제1항에 따라 운전이 금지되는 술에 취한 상태의 기준은 운전자의 혈중알코올농도가 0.03퍼센트 이상인 경우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나는 술을 마시고 운전을 하긴 했지만 음주운전 범죄자는 아니다. 술을 마시는 순간에도 운전대를 잡는 순간에도 알았다. 술을 마시면 음주운전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1/4잔만 먹고 2~3시간 뒤에는 혈중알코올농도가 0.05퍼센트가 나오지 않을 것을 말이다.(지금은 0.03%가 기준이지만 당시엔 0.05%였다)




살다 보면 이런 경우가 숱하게 많이 발생한다. 도덕적, 양심적으로 불의한 행위이지만 음주운전처럼 수치의 미달로 인해 단속이 되지 않는 경우도 있고 무단횡단이나 쓰레기 투척 같은 경범죄를 단속이 되지 않아 그냥 지나가는 경우가 있다.


'정의'라는 관점에서 보면 그것은 죄인가? 아닌가?

행동을 하는 주체인 내가 그것이 정의롭지 못한 것을 알았지만 단속의 기준에 못 미쳐서 처벌을 받지 않을 것까지 미리 계산했다면 그것은 죄일까 아닐까?


글을 쓸 때 딱 저작권법에 걸리지 않을 만큼만 베껴 쓴다면, 작곡을 하며 딱 걸리지 않을 만큼만 사용한다면 그것은 죄인가 아닌가?


졸업논문을 작성하는 대학생이 다른 논문이나 참고 서적을 보고 짜깁기를 해서 제출을 한다면 딱 법적으로 허용될 만큼만 베껴 썼다면 그것은 죄인가 아닌가?


그런 논문으로 졸업을 했다면 그 졸업은 취소인가 아닌가?

그 졸업장으로 취업을 했다면 그 취업은 취소일까 아닐까?


동기는 있었지만 법의 망에 걸리지 않을 만큼만 하면 된다는 것을 알고 행동을 하는 사람들.

그들은 범죄자인가 아닌가?




4년 전 나는 음주운전 범죄자인가? 아닌가?


각종 법의 테두리에 걸쳐서 살아가는 사람들처럼 살아야 하는가?

아니면 법의 동기를 지켜가며 살아가야 하는가?


정의란 무엇일까?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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