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멍하니 있다가 끔찍한 상상을 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습니다.
저는 한 걸음씩 터벅터벅 걷는 것을 좋아합니다. 목적지를 정하는 것은 어려워하지만 일단 목적지가 정해지고 내가 그 목적지까지 가야 할 이유가 있으면 반드시 갑니다. 앞에 두 가지가 해결이 되면 그 뒤로 남는 것은 한 걸음씩 걷기만 하면 되거든요. 힘들어도 그냥 걸으면 되잖아요. 한 걸음 한 걸음씩. 매일매일이요.
매일매일 조금씩만 하면 언젠가 목적지에 도착을 하겠죠. 안 그런가요? 그런데 가끔 말이죠. 내가 가는 이 길이 잘못된 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휙 하고 지나갑니다. 그럴 땐 온몸에 소름이 끼치며 기운이 빠집니다. 이럴 땐 재빨리 고개를 절레절레 저어야 합니다.
사막 한가운데 떨어져 있습니다. 목적지는 당연히 사막을 지나 오아시스를 찾는 것이지요. 이 길 끝에 당연히 오아시스가 있다는 확신을 갖고 걸어가고 있습니다. 그 확신 덕분에 힘든 것도 모르고 걷고 있어요. 남은 물, 남은 음식과 남은 체력을 잘 조절해서 버티고 있지요. 이 페이스라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가능하고 말고요.
그런데 그 목적지가 신기루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생각이 들은 뒤로 남은 물, 남은 음식을 먹는 게 조심스러워졌어요. 그래서 더욱 아껴먹었죠. 적게 먹고 더 걸었습니다. 머리에 생각도 많아졌어요. 다른 방향으로 가야 하나? 하며 말이죠. 실제로 왔던 길을 돌아 다른 길로 가보기도 했어요. 덕분에 며칠을 까먹기도 했고요. 그러다 보니 체력 조절하기도 쉽지가 않더라고요. 어떡하죠? 이제 물도 음식도 얼마 안 남았고 체력도 거의 방전이네요.
어떡하죠? 목적지까지 갈 수 있을까요?
옳아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저는 무엇인가 목표를 세우는 것이 세상에서 제일 힘들고, 그 목표를 위해 내가 움직여야 한다고 나를 설득하는 것이 가장 어렵습니다. 조심스럽고 고집스러운 성격 덕분에 그렇습니다.
목표를 세우고, 나를 설득하는 작업. 그 두 가지를 하면서 혼자 치열하게 경우의 수를 따졌고, 그렇게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그건 정말 맞는 길입니다. 저는 저를 믿거든요.
그런데도. 그렇게 치열하게 고민하여 결정한 것도 길을 가는 중간에 오만가지 생각이 들더라고요. 분명히 이미 따져본 것이고 그 길은 이미 반쯤 넘게 왔으면서 처음 그 계획을 세운 '저'를 의심하는 것이죠. 그러면 정말 답이 없습니다. 시작을 못 믿는다면 그건 정말 답이 없어요. 포기 밖에는.
이럴 때 필요한 것은 '옳아!'라는 한마디 말입니다.
맞아요. 나는 옳아요. 나를 믿어요.
그 깐깐하고 신중한 성격으로 세운 계획이잖아요.
'나'를 정말 잘 알고, '나'를 위해, '나'만의 길을 세운 것이잖아요.
그 길은 옳은 길 맞아요. 틀림없어요.
'나를 믿어요'
나를 믿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어요.
한 걸음 내딛어요. 그러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