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두려움 '마흔다섯'
지금도 생생히 기억나요
기억하기 싫지만.
그때 나이 스물한 살
아빠 나이 마흔다섯
모두에게 희망의 새천년
우리에겐 절망의 이천년
대학교 2년 입대 앞둔 PC방 알바생
입대 앞둔 아들 면회 생각 들뜬 아버지
찻길마저 한적한 일요일 아침
야간 알바 잠든 날 깨운 동생 목소리
부랴부랴 달려간 곳, 단골 이발소
면허 따고 두 번째 운전이 동네 병원
점심 먹고 오자한 말소리, 마지막 목소리
어머니에겐 아침 출근길 배웅이 마지막 모습
여동생에겐 마지막 모습 기억도 없이.
정말 생생하게 기억나요
재현해보라고 해도 할 수 있을 정도로.
집 앞 농협 주차장 비스듬히 차를 세웠던 것
그 앞에서 끄집어 내려 인공호흡을 했던 것
옆에 몇 사람이 서있었던 것
그렇지만 외로웠던 것
무서웠던 것
단골집 슈퍼에서 구급차를 불러달라 외쳤던 것
구급대원이 왔던 것
내가 비켰던 것
구급차를 타고 갔던 것
그 안에서 절망했던 것
응급실에서 감당할 수 없었던 결정을 내렸던 것
어머니께 전화했던 것
병원 앞에서 다짐했던 것
그리고 어머니가 왔던 것
딱 거기까지만 생생하게 기억나
절망의 이천년
여기까지 내 머릿속 절망의 이천년
스물한 살 생생한 기억.
나도 아빠처럼 아내와 자식 둘 같아져서 겁이나
환한 웃음 사진 속 아빠 모습과 같아질까 겁이나
절망의 이천년 아빠 나이와 같아질까 겁이나
나의 두려움. '마흔다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