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애브리씽 애브리웨어 올 앳 원스> (2022)
지극히 가족영화로 다가온 이 영화는 나에게 양자경(에블린)이라는 '엄마'의 의미가 제일 크다. 나쁘게만 보였던 조부 투바키와의 대립 구도가 영화의 끝에 가서는 어린 시절의 나를 떠올리게 했으니. 자꾸만 비뚤어지는 딸 조이를 어떻게든 이해하려고 하고, 손을 뻗어 이해하는 엄마라는 존재가 너무나도 소중했다. 어린 시절의 나도 엄마가 싫었고, 자꾸만 엄마에게서 벗어나려 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엄마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알게 된 것처럼.
Part 1. Everything
파트1은 멀티버스 개념으로 시작한다. 다중 우주라고도 하는 이 개념은, 무한한 우주의 세계에서 우리는 다양한 존재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에블린은 수많은 우주를 돌아다니며 다른 선택을 했던 자기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데, 조부 투파키를 상대할 유일한 지금의 에블린은 '이루지 못한 목표와 버린 꿈이 너무 많은 에블린'이었다. 이 말은 역설적으로 '무엇이든 너무 못하니까,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에블린이기도 하다.
그렇게 남편을 떠난 선택과 남편을 선택한 선택에서 벌어지는 무수히 많은 에블린을 만나고, 위기의 상황마다 생뚱 맞은 행동을 해서 '버스 점핑'으로 위기를 탈출하며 조부 투파키의 '베이글'을 만나게 된다. 베이글은 세상 모든 벌 베이글에 올리면 '진실'이 되는데, 그 진실은 '모든 건 부질없다'는 것이다. '다 부질 없으면 아무것도 이뤄내지 못한 괴로움과 죄책감이 사라지기 때문'에 조부 투파키는 베이글에 모든 것을 올려두고, 빨려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Part 2. Everywhere
파트 2는 영수증을 정리하다 꿈에서 깬 에블린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에블린의 수많은 멀티버스를 거쳐 조부 투파키와 조이의 마음을 완전히 이해하게 되는 파트이기도 하다. 여기서 조이는 에블린을 어머니로 둔 기쁨과 괴로움도 알지만, '옳음'을 위해 조이에게 가르침을 주려했던 에블린의 말에 '옳음은 두려워하는 자들이 만든 좁은 상자이고, 그 좁은 상자 때문에 얼마나 힘들었는지' 대답한다.
'좁은 상자'는 에블린의 아버지에게 조이와 벡키(조이의 여자친구)를 소개할 때, 그저 친구라고 소개했던 '옳음'의 의미를 다시 짚는 장면이었다. 그렇게 모든 적에게 'Be kind(다정함)'으로 맞서싸우고 조이와 비로소 맞이하게 되는 에블린. 조이가 "왜 그런 곳으로 가지 않는 거야? 엄마 딸의 모습이 안 이런 곳... 이곳은 그래봐야 상식이 통하는 것도 한 줌의 시간인 곳이야."라고 하자 "그럼 소중히 할 거야. 그 한 줌의 시간을."이라고 에블린은 답한다.
Part 3. ALL AT ONCE
그렇게 서로를 모두 이해하게 된 에블린 가족은 국세청에서 조이의 도움으로 영수증을 잘 제출하며 영화는 마무리된다. 영화를 보고 나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세 개의 파트에서 우리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다 잘 담겨있다는 것이었다. 첫 번째 파트에서 멀티버스라는 개념으로 '모든 것'에 대해 말하고, 두 번째 파트에서 우리는 '모든 곳에서' 다른 모습으로 존재함을 피력하고, 마지막 세 번째 파트에서 서로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존중하며 '한꺼번에' 문제가 해결되는 이야기를 담았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말은 '모든 게 부질없다'는 말과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다. 후자의 문장을 진리로 생각하게 되는 순간, 모든 것은 0으로 수렴하고 0은 무한대가 된다.
우리는 무엇이든 될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 개인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많은 위로를 받은 영화였지만 결국 조이를 이해하고(부모 세대와 자식 세대 간에 이해하지 못하는 서로를 이해하고), 남편을 이해하고(바보 같다고만 생각한 남편이 때로는 나를 살리기도 하고), 가족의 마음을 이해한 에블린의 마지막 모습에 관객으로서 많은 위로를 받았다. 그리고 자연스레 우리 엄마를 떠올리게 됐다. 우리 엄마는 후회하는 선택이 있을까? 엄마는 다른 우주를 돌아다녀도 지금 우리 가족을 선택하고 싶을까? 궁금했다.
또, 나에게 엄마는 우주라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라는 우주가 내 삶을 커지게 했고, 엄마가 내 가능성을 키워준 것 같다. 나도 수많은 우주를 건너다녀도 우리 엄마를 선택할 것 같다. 그리고 엄마의 세상은 또 어떤지 궁금했다. 내가 나만의 우주를 갖고 있듯, 엄마가 어렸을 적부터 꿈꿔온 우주는 어떤 곳이었을지. 무엇보다 에블린이 돌로 변했을 때도 딸을 구하기 위해 함께 떨어졌던 점에서, 그러한 장면들을 보며 눈물이 쏟아져 나오는 내 상황을 인식하면서, 내가 스스로 많이 사랑받는 딸이라고 생각하게 해준 영화라 고마웠다. 우리 엄마도 충분히 그렇게 행동했으리라 생각하게 해준 점이.
그래서, 결국, 영화를 여러 번 보더라도 느낀점은 동일할 것 같다. 엄마한테 더 자주 사랑한다고 말해야지. 같이 있는 시간 동안 엄마를, 가족들을 더 열렬히 사랑해야지. 이것만으로 감사한 영화였다.
Written by 수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