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아 로버츠 주연의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Eat, Pray, Love)”를 보면 이런 얘기가 나온다.
“아기를 낳는 것은 얼굴에 문신을 새기는 것과 같다. 실행에 옮기기 전에 정말 원하는 것인지 확신이 있어야 한다 (Having a baby is like getting a tattoo on your face. You really need to be certain it's what you want before you commit).”
초이스맘들에게 더더더더욱 해당하는 말이다.
깊은고민 끝에 아이 없이 싱글의 삶을 유지하겠다고 결론을 내려도 좋다. 모든 것은 전적으로 본인의 자발적인 선택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 선택을 함에 있어 미리 생각해보면 좋은 것들,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지만 중요한 문제들이 무엇인지 체크리스트 형태로 짚어보는 것이 도움될 것 같아 정리해보았다.
초이스맘의 세계는 세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 첫째, 고민하는 그룹 (“Thinkers”). 둘째는 임신이나 입양 등을 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거나 시도하고 있는 그룹 (”Tryers”). 그리고 셋째가 이미 실행에 옮겨 초이스맘이 된 그룹이다.
당신이 첫번째나 두번째 그룹에 속한다면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 있다. “Choosing Single Motherhood : The Thinking Woman’s Guide”
초이스맘이 되기 전 생각해봐야할 준비사항, 양육 관련, 초이스맘의 연애, 아이가 아빠에 대해 물어보면 어떻게 답을 해주어야 할 지 등등… 다양한 상황에서 나올법한 질문들에 대해 저자가 수집한 실제 초이스맘들의 사례를 바탕으로 조목조목 짚어준다. 나는 출산을 앞두고 이 책을 읽었는데 출산 이후 삶을 계획하는데 있어 많은 참고가 되었다. 단, 2008년에 출판되어 벌써 20여 년이 지난 책이라는 점을 감안하자.
‘고민하는 그룹 (Thinkers)’의 고민은 대개 비슷하다.
내가 혼자서 감당할 수 있을까?
아이를 배려하지 않는 이기적인 선택이 아닐까?
싱글의 삶을 포기하는 것을 후회하지는 않을까?
경제적으로나 여러 다른 면에 있어 좋은 부모가 될 리소스가 충분한가?
누가 아이를 키울 것인가?
특히 양육 관련, 저자는 초이스맘이 된 후 앞으로 달라질 현실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철저히 준비하라고 조언한다.
“당신의 아이를 함께 키워줄 사람은 누구인가요?
...아이를 키우는 여정에는 훨씬 더 단단한 네트워크가 필요합니다. 엄마가 되고 나면, 지금 곁에 있는 친구들 중 일부는 예전만큼 함께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아이에게는 조언과 방향을 가르쳐줄 좋은 멘토와 남성 롤모델이 필요하고, 당신에게는 스트레스와 부담을 덜어주고 아이에게 더 넓은 경험과 정서적, 정신적 성장을 제공해줄 공동체가 필요합니다.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 도와줄 가족이나 이웃, 죄책감 없이 일을 계속할 수 있는 믿을 만한 돌봄 시스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비혼모 커뮤니티도 필수입니다. 그리고 당신이 너무 지치거나 버거울 때 기댈 수 있도록, 주변의 서포트를 확장해 나가야 합니다. 그래야 혼자가 아닌 육아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이 책과 내 경험 및 주변의 조언들을 종합해서, 초이스맘을 선택하기 전에 반드시 자신에게 던져보아야 할 질문 6가지를 추려보았다.
초이스맘의 길은 외로움이나 사회적 시선을 감내해야 하는 순간도 분명 있다.
“이건 결핍의 대안인가, 아니면 진짜 내 인생의 선택인가?”
이 질문에 흔들림 없이 “그렇다”고 답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시작선에 설 수 있다.
나의 경우 오래 전부터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자리잡았던 생각이었기에 “할까 말까”에 대한 고민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반면, 언제,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수년동안 했다. 그리고 지금 안하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계획을 세워 실행에 옮겼다.
하지만 지나고 나서 지금 드는 생각은 내가 고민했던 “언제, 어떻게”는 주로 임신에 해당하는 고민이었기 때문에, 임신→ 출산→ 육아의 세 단계를 모두 고르게 철저히 시뮬레이션하고 고민해보지는 못했던 것 같다.
출산에 대한 시뮬레이션 및 준비는 임신 중에 항상 했으므로 출산 시점에 임박해서는 어느 정도 공부가 되어 있었다고 볼 수 있겠다. 그런데 육아에 대해서는 달랐다. 원래 아이를 키워본 경험이 없었고 출산 이후 나의 일상이 180도로 바뀌어버려서 적응하는 데에 시간이 좀 걸렸다. 당장 산후조리, 젖몸살과 같이 출산 후 내 몸을 돌보는일이 버거운데다가 생존모드의 신생아를 첫달 동안 어떻게 보살펴야 하는지, 아이를 어떻게 안아야 하고 기저귀는 어떻게 갈아주는 것인지… 육아의 모든 부분에 있어 왕초보여서 초반에 힘이 들었다.
책, 유튜브를 보면서 그때 그때 열심히 공부하고 대처하면 하루하루 나아진다. 하지만 만약 아이가 있는 친구나 형제 자매가 있다면, 그들이 부모로서의 일상이 어떠한지 가까이에서 직간접적인 경험을 해보는 것이 도움될 것 같다.
아이와 함께 하는 삶은 싱글 때와는 달리 내가 컨트롤하기가 쉽지 않다. 계획은 무너지고, 수면은 부족하고, 수입이 줄어드는 기간도 올 수 있다.
경제적 여건, 정서, 일상 – 이 세가지가 균형을 이룰 때 비로소 아이와 자신을 위한 안정이 만들어진다.
초이스맘의 가장 큰 현실적 변수는 경제적인 부분이다. 정자기증 비용, 해외에서의 인공수정 시술비, 임신·출산 비용을 포함하면 수천만 원이 들어갈 수도 있다.
또 출산 후 최소 몇 개월, 혹은 1년은 일을 쉬어야 할 수도 있다.
따라서 다음을 꼭 시뮬레이션 해보기 바란다.
임신, 출산부터 생후 1년까지의 까지의 총비용 (시술·의료·육아용품 포함)
수입 공백기 동안 생활비를 감당할 수 있는 예비자금
장기적으로 감당 가능한 보육비·교육비·보험료
나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 때 아이를 케어할 수 있는 비상자금
“나 혼자 버틸 수 있을까?”가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지속 가능한 구조를 만들 수 있을까?” 로 관점을 바꾸면 출산 후의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대해서도 당황하지 않고 주도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그리고 정서적인 측면도 중요하다.
감정이 크게 요동칠 때 정서적으로 흔들리지 않고 버틸 힘, 즉 회복탄력성이 있는가?
정자기증과 임신, 출산의 과정은 생각보다 길고 감정 기복이 크다. 이 시기를 함께 해줄 든든한 가족이나 친구 등 든든한 지원군이 주변에 있다면 가장 좋다. 함께 그 길을 걸어줄 사람이 없다면, 상담, 명상, 일기 등 스스로 감정을 다스릴 방법을 찾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의지와 별개로, 몸은 현실을 말해준다.
특히 35세 이후는 난소나이(AMH 수치)나 난자 질이 빠르게 떨어지게 된다. 따라서, 기본 난임검사 (AMH, 호르몬, 초음파), 시술 성공률 등 기본적인 몸 상태를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언젠가 아이를 낳고 싶다”면, 아직 임신, 출산에 대한 결정을 내리지 않았더라도 난자를 미리 보관해놓을지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이 좋겠다.
그리고 노산이거나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임신을 시도하기 전 미리 엽산도 먹고 몸을 건강한 상태로 만들어서 실행에 옮기는 것을 권한다.
현 시점에서는 한국에서 싱글 여성이 초이스맘이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므로 해외의 인공수정 시술을 알아봐야 할 텐데, 비혼출산은 나라별로 제도가 다르다.
정자기증이 합법인지, 출생신고 절차가 어떻게 되는지, 아이의 국적이나 부성은 어떻게 처리되는지 미리 확인해보기를 권한다. 가능하다면 의료기관·법률전문가와 사전 상담을 거치는 것이 안전하다.
그리고 간과하기 쉬운 부분인데, 국내 난임클리닉에 난자를 냉동보관해두었다면 향후 난자의 해외배송이 가능한지 미리 체크해두는 것이 좋다.
비혼출산은 ‘혼자 하는 선택’이지만, ‘혼자 버티는 여정’일 필요는 없다.
긴급 상황에 1시간 안에 달려와줄 수 있는 가족이나 친구, 혹은 서비스가 있는가? 내 감정을 털어놓을 안전한 커뮤니티가 있는가?
그리고 예상치 못한 이슈가 생겼을 때 (건강 문제 등) 나와 아이가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도와줄 사람들이 있는지도 사전에 반드시 생각해보아야 한다.
같은 길을 먼저 걸은 초이스맘 커뮤니티 등을 통해 단순히 정보 교환 이상의 힘이 된다. 나와 같은 고민을 한 사람들의 경험담은, 불안할 때 큰 위로가 되고 ‘이 길도 가능하다’는 확신을 얻을 수 있다.
이 항목은 한국의 문화적 특수성 때문에 추가했다. 내가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의 하나가 “부모님이 혼자 애 낳는 것에 대해 허락하셨나요? 부모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다.
얼마 전 유튜브에서 본 비혼출산 여성의 인터뷰에서도 그녀는 “용서가 허락보다 쉽다”고 판단했기에 부모님께는 나중에 말씀드렸다고 했다.
내가 만 35세에 난자를 냉동보관했을 때만 해도 부모님은 반반이셨을 수도 있다. 언젠가 짝을 만나서 결혼하겠지… 그러다가 40이 훌쩍 넘으니 결혼안하냐고 감히 물어보는 사람들이 아예 없어서 편해졌다.
그리고 나는 오래 전부터 결혼은 안해도 아이는 낳고 싶다고 늘 얘기하고 다녀서 그런지, 막상 임신을 하고 나서 자연스럽게 가족들에게 말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임신, 출산, 육아 전 과정에 있어서 부모님, 특히 어머니의 강력한 지지와 도움이 있었다. 우리 가족과 친척, 주변 친구들도 아이를 진심 예뻐해주고 늦깍이 조카 및 사촌이 생겨서 좋아하며 살뜰히 챙겨준다.
초이스맘의 여정은 출산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내 커리어, 내 삶과 아이의 성장을 어떻게 병행할지, 장기적인 비전이 필요하다.
누구에게나 완벽한 준비는 없다. 하지만 방향만큼은 분명히 정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진심으로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그 길을 가기 위해 어떤 기반을 만들어야 할지 — 그 질문에 솔직해지는 것, 그것이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