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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로 들으면 알겠는데 말로 안나와요

그건 영어 영어로 안 듣고 한국말로 해석해서 들었기 때문이다.

내가 영어를 영어로 듣는지 그렇지 않은지 확인해 보기 위해 다음의 영어문장을 들어보자.

"I want to talk about the topic that we didn’t discuss during the meeting."


다음으로 화자가 한 말을 다시 말해보자.

"화자는 '나는 회의에서 토론하지 못한 주제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어.'라고 말했어"라고 답변했다면, 나는 바로 '영어를 영어로' 듣지 않고 있다. 대신 영어를 들으면서 한국말로 해석하고 이해해서 듣고 있다. 엄격히 말해 이것은 '한국어로 화자의 말을 이해한 것이지 영어를 들은 것은 아니다'.


그럼 영어를 영어로 듣는다는 것은 어떻게 다를까?

영어로 화자의 말을 듣게 되면 “want, talk, topic, didn’t discuss, meeting” 이렇게 영어단어 자체가 들리고 “want 하는데 talk이고 topic인데 didn’t discuss 했나 보다, meeting에서” 의 방식으로 상대방의 말이 파악된다.


이 둘의 차이는 ‘영어를 한국말로 이해해서 들었느냐 영어 소리 자체를 들었느냐’이다.


좀 더 쉬운 이해를 위해 다음의 한국어 문장을 들어보자.

"내가 어제저녁에 뭘 잘못 먹었는지, 밤새 배가 아파서 화장실을 들락날락하느라 잠을 제대로 못 잤어.” 


다시, 위에서 화자가 한 말을 말해보자.

"화자는 '밤새 잠을 못 자서 피곤하다'라고 말했어"라고 답변했다면, 나는 한국말 역시 해석하고 이해해서 듣고 있다. 위에서 영어 소리를 듣듯 한국어를 들었다면, "어제저녁, 배가 아파서, 화장실, 잠을 잘 못 잤다."라는 어휘가 들려야 한다. 즉, 화자가 활용한 단어가 또렷하게 기억이 나고 요지도 파악이 된다. 이렇게 파악이 된 이후에야, '그래서 이 사람이 피곤할까?'라는 궁금증이 생겨야 한다.


우리들은 대부분, 영어를 듣고 나면 이처럼 한국말로 해석되어 이해된 내용이 머릿속에 남게 된다. 영어를 듣고 화자가 활용한 영어 단어들 자체가 머릿속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분명 이해는 됐는데 다시 말해보려고 하면 힘들어한다. 즉, 내가 활용할 수 있는 영어단어나 표현들이 머릿속에 담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말을 잘하기 위해서는 어휘가 풍부해야 한다'라고 말한다. 말을 잘하기 위해서는 어휘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많이 들으면서 다양한 어휘를 쌓아놓는 것이 유리한 것이고,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많은 어휘들이 인풋(input, 입력) 되어야만 말로 아웃풋(output, 출력)할 수게 된다.  


하지만 우리의 영어 듣기 방법은 한국말로 인풋을 한 것이기 때문에, 영어로 아웃풋을 하려고 하면 '활용할 수 있는 단어와 표현이 비어있다'라고 느끼는 것이다. 특히, 오랜 시간 토익 공부를 한 학생들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대부분 영어로 상황을 듣고, 한국말로 해석해서 내용을 이해하고 문제의 정답을 찾는다. 그렇기 때문에 영어 공부를 많이 했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공부한 내용을 입 밖으로 꺼내보라고 하면 힘들다고 느끼게 된다. 심지어 방금 들은 내용을 말하라고 해도 머리가 텅텅 비어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자, 그럼 처음에 질문한 내용을 다시 확인해 보자. 왜 영어로 들으면 알겠는데 말로 나오지 않는 걸까? 그 이유는 바로. 영어를 영어로 듣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억하자! ‘영어를 영어로 듣는다’는 것은 화자의 내용을 한국말로 해석해서 이해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들은 영어단어 자체에 화자의 요지를 담아 기억하는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서 상대방이 활용한 영어 단어가 소리와 함께 나의 어휘 저장소에 인풋 된다. 즉, 내 영어 어휘 저장소에 많은 어휘가 소리와 함께 쌓이게 되어, 언제고 그 요지를 다시 꺼내서 말로 활용하기 수월해진다. 이런 과정이 반복될 때에만 '영어를 많이 들으면 들을수록 영어 말하기가 는다'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럼 '영어를 영어로 듣는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알아보자.


1) 해석해서 듣지 않으려면 ‘패럿 리핏팅’으로 영어단어 듣는 연습을 하자

'패럿'은 영어로 '앵무새'라는 뜻이다. 앵무새는 사람의 말을 이해하지 않고, 그 말 자체를 그대로 쫓아 말한다. 이런 앵무새 방식을 빌리면 영어를 한국어로 해석하여 이해하는 습관을 교정할 수 있다.


방법은 아주 간단한다. 영어를 들으면서 각 단어들의 소리에만 집중해서 쫓아 말해보면 된다. 이것은 후반부에 나오는 '쉐도우 스피킹'과 그 방법이 전혀 다르다. 혹자는 '영어를 듣지만 내용 이해가 되지 않기 때문에, 정신이 없는 느낌으로 듣는 것 같다'라고 말한다. 이는 소리만 쫓아 훈련하는 '패럿 리핏팅'의 당연한 현상이다. 소리만 쫓아 말하게 되면, 내용이 해석되고 이해되지 않기 때문에 답답하다고 느껴지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답답함은 영어가 한국말로 자동 해석되는 나의 습관을 교정하는 과정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어떠한 습관이든 그것을 바꾸고 교정할 때는 어딘가 어색하고 불편한 것이 당연하다.


명심하자! 이 연습의 목표는 영어가 그 소리 그대로 인풋 되도록 돕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한국말로 해석되고 이해되는 것을 막아 영어 소리를 내 영어 단어 저장고에 넣게 된다. 이렇게 나의 영어 단어 저장고에 많은 소리들이 담겨있다면 내가 영어로 말할 때 꺼내쓸 것들이 많아지게 된다. 이것이 '패럿 리핏팅'의 목적이며, 영어를 영어로 넣고, 그것을 그대로 꺼내 쓰는 '영어 습득'을 위한 전제 조건이 된다.  

   

2) 그럼 나는 어떤 음원으로 연습해야 할까?

내가 듣고 말할 수 있는 수준의 어휘와 표현 그리고 문장 구조가 활용된 음원을 들어야 한다. 실제로 우리가 외국인과 영어로 대화를 할 때면, 그 외국인은 나의 영어 구사 능력에 맞는 어휘를 선택해서 천천히 말해준다. 이것은 우리가 한국말을 할 때도 동일하다. 만약 다섯 살짜리 어린아이와 이야기를 한다면, 사회적 이슈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 하는 대신, 그 아이가 알아들을 수 있는 주제, 어휘의 난이도, 말하기 속도를 조절한다. 우리가 궁극적으로 영어로 말하기를 늘리는 것이 목적이라면 이와 같은 방식으로 따져봐야 한다.


3) 나에게 맞는 음원을 선택하는 방법

우리는 들어야 말할 수 있다. 즉, 듣는 수준과 말하는 수준을 상당히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영어 음원을 어떻게 듣는지 확인해 본다면 내가 들어야 할 음원을 선택할 수 있다.


다음의 음원을 스크립트 없이 들어보고 기억하는 내용을 말해보자.

A new study in Britain has reported that six out of 10 mothers there feel guilty about spending time on exercise as they feel like they are neglecting their parental responsibilities. <2019.06.19 EBS morning special 발췌>  


(1) 답변의 예 study, six, 10, feel, exercise, feel, responsibilities

위의 음원을 듣고 영어’ 단어’로 내용을 기억하여 말한다(이때 어려운 단어들이 들리지 않아 맥락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이는 내가 듣고 말하는 단위가 ‘단어’라고 이해하면 된다. 이를 한국말로 쉽게 이해해 보자면 “엄마, 나 배 아파”, “아빠, 밥 먹어”, “나는 노래가 좋아.” 이렇게 단어와 단어고 조합된 문장을 듣고 활용할 수 있는 수준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영어 음원은 단어와 단어가 조합된 단문의 문장들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 좋다.  

추천 음원 : EBS 초급 방송, Oxford reading tree 또는 Magic tree house와 같은 본국의 아이들이 말하기를 처음 배울 때 활용하는 동화책


(2) 답변의 예 new study, reported that, six out of 10 mothers, feel guilty, spending time, exercise, feel like, their … responsibilities.

위의 음원을 듣고 영어’구문’으로 내용을 기억하여 말한다 (이때 접속사의 활용 등은 들리지 않는다) 이는 내가 듣고 말하는 단위가 ‘구문’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이를 한국말로 쉽게 이해해 보자면 “엄마, 나 밥을 먹은 후에 배가 아파”, “아빠, 집에 와서 밥 같이 먹자.”, “나는 영어 노래를 부르는 것을 좋아해.” 즉, 문장에 활용된 형용사나 전치사 등을 듣고 활용할 수 있는 수준이다. 그렇기 때문에 영어 음원은 형용사나 전치사 등으로 내용이 구체화된 문장이 활용된 것이 좋다.   

추천 음원 : EBS 중급 방송, 본국의 중학생들이 보는 챕터 북 수준의 음원


(3) 답변의 예 new study in Britain has reported, six out of 10 mothers feel guilty about spending time on exercise, as they feel like, neglecting their parental responsibilities

위의 음원을 듣고 영어’문장’으로 내용을 기억하여 말한다(이때 관사, 수 일치나 시제 등을 놓치긴 하지만 전체 맥락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없다). 이는 내가 듣고 말하는 단위가 ‘문장’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이를 한국말로 쉽게 이해해 보자면 “엄마, 엄마가 아침에 차려주신 밥을 먹고 나서 제 배가 아픈걸 보니, 그 밥이나 반찬에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아빠, 오늘 저녁에는 회사 끝나자마자 집으로 오셔서 가족들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셨으면 좋겠어요.”, “나는 영어로 된 노래를 부를 때면 영어 자체의 리듬과 음악의 리듬이 조화를 이루는 것 같은 그 느낌이 좋아.’와 같이 단문과 단문을 복문으로 활용하고 접속사로 논리를 전달하고 있는 음원까지 듣고 활용할 수 있는 수준이다. 그렇기 때문에 영어 음원은 복문과 접속사를 활용하여 논리를 전개한 글들을 듣는 것이 좋다.  

추천 음원 : EBS 고급 방송, 다양한 방송국의 News나 Journal 등의 음원


4) 내가 지금까지 들었던 음원들과 제시된 음원의 수준 차이가 너무 크다고?

위의 추천 음원들을 보고 있자면, “내가 애들 동화책을 읽어야 한다고?”, “내가 토익이 몇 점인데 저렇게 쉬운 음원으로 공부하라고?”라며 반문할 수 있다. 그럼 잠시 생각해보자. 눈으로 보지 않고 귀로 영어를 들었을 때 얼마나 정확하게 그 영어 단어들과 문장의 구문들이 얼마나 정확하게 인풋 되며 그것을 바로 활용할 수 있을까? 막상 귀로 들어보면 아이들 동화책으로도 듣고 말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쉽게 확인하실 수 있다.  


지금까지 우리가 들었던 대부분의 음원들은 '눈으로 읽고 이해되는 수준의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나에게 맞는 수준이라고 생각했을 수 있다. 설령, 잘 들리는 음원이었다고 하더라도 영어가 들렸다기보다는 한국말로 해석되고 이해되는 것들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영어로 활용할 수 있는 수준보다 높은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또한, '내가 얼마나 잘 듣고 이해하는지를 파악하는 테스트가 목적'인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어려운 단어와 구문이 많고 들어도 이해는 되지만 기억하는 단어가 없었다. 심지어 너무 어려워서 들리지도 않았던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이유에서 우리는 '내가 지금까지 들었던 음원과 위에서 추천하는 음원의 난이도에 큰 차이가 있다'라고 느낀다.  지금까지 우리가 들었던 영어 음원은 그 목적이 듣고 말하기 활용에 있지 않았다는 것을 이해한다면 이 두 음원의 수준 차이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영어를 듣고 말하기 위해서 내가 들어할 음원을 쉽게 선택할 수 있다. 내가 들을 수 있는 음원을 찾아, '영어를 영어'로 듣자. 그리고 그 영어들을 내 어휘 저장고에 차곡차곡 쌓아 내공을 늘리자. 이렇게 되면 내가 들은 것을 말하게 될 것이고, 이렇게 활용이 쌓이면 영어 말하기의 자신감도 상승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우리 아이들이 모국어를 듣고 말하는 방식과 꼭 같다.  


이젠 듣고 말할 수 있는, 내 귀로 영어가 쏙쏙 들리는 음원을 선택하자. 이와 함께, 내가 말하려는 영어 수준도 정확하게 하자.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초등학생 고학년 아이들의 수준으로 영어 활용을 한다면 어떨까? 이들은 의사소통을 하는데 큰 문제가 없다. 또한, 실제로 이들의 언어와 어른들의 일상에서의 언어에는 큰 차이가 없다. 이렇게 목표를 설정했다면 우리가 지금까지 듣고 공부했던 음원들이 실제 회화에서 활용도가 그렇게 높지 않다는 것을 바로 알게 된다. 이것은 비단 영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한국말도 실생활에서의 언어 활용은 성인들의 그것과 아이들의 그것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기억하자. 그리고 고차원적이고 난이도 잇는 음원을 듣지 않아도 된다는 것도 꼭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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