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발음 뿐 아닌, 각 어휘의 장단과 고저를 모르기 때문이다.
영어를 듣다보면 반복해서 들어도 잘 들리지 않는 단어들이 있다. 도통 귀로 들리지 않는 단어들을 눈으로 확인해 보면 실제로는 아는 단어일 때가 더 많다. '아, 내가 발음이 약해서 잘 안들리네. 이런 내 발음때문에 외국인에게 영어로 말하면 잘 못알아듣는거고. 아, 내가 발음만 좀 더 좋아도 외국인하고 말하는게 어렵지 않을텐데.'라고 생각한 적이 있는가? 대부분 영어로 의사 소통을 하길 원하는 한국 사람들은 '내가 발음을 몰라서, 발음이 좋지 못해서'라는 말을 종종하곤 한다. 그래서 잘 들리지도 않고, 상대방도 내 말을 못 알아듣는 거라고. 실제로 영어에는 한국어에 없는 '영어만의 발음'이 존재한다.
영어에만 존재하는 대표적인 발음을 확인해보자.
football의 /f/를 우리나라의 '프'로 발음하게 될 경우 영어의 /p/로 발음하게 된다.
Voice의 /v/를 우리나라의 '브'로 발음하게 되면 영어의 /v/가 아닌 /b/로 발음하게 된다.
Root의 영어에서 뒷소리인 /r/을 우리나라의 '르'로 발음하게 되면 소리가 앞에서 나게된다.
Let의 /l/ 역시 우리나라의 '르'로 발음하게 되면 입술이 진장된 /l/ 소리와 다르게 된다.
Think의 두 이빨 사이에서 새어나오는 소리/θ/는 우리나라의 '쓰'로 발음과 전혀 다르다.
The의 두 이빨 사이에서 새오나오는 소리/ð/역시 우리나라의 '드'와 전혀 다른 발음이다.
위의 발음은 실제로 영어에만 있는 주의해야할 발음이기 때문에, 이 발음이 정확하지 않을 경우 내가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거나, 상대방이 내 이야기를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발음을 주의해서 듣더라도 영어가 안들리는 상태가 단번에 좋아지지는 않는다. 그러면 대부분의 학습자들은 '연음'공부를 통해 생략되어 들리거나 잘 들리지 않는 부분을 공부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영어가 명확하게 들리는가? 아니다. 그럼 발음과 연음이 아닌 무엇이 문제일까?
우리가 지금까지 영어로 듣고 말하면서 '이건 긴 소리예요, 여긴 강한 소리고요'라고 들어본 적이 있는가? 아니면 '조금 더 길게 말해야지, 좀 더 강하게 말해야지'라고 들어본 적은 있는가? 아마 대부분 한번도 없다고 대답할 것이다. 하지만, 영어는 리듬 언어이기 때문에 단어의 강약과 장단, 그리고 문장의 고저와 억양이 상당히 중요하다. 영어가 리듬언어이고 강약과 장단이 중요하다고? 한국어를 말하는 외국인을 보면 이것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안녕'하쎄'요:, 처눈': 외쿡'에서 온: 쩨'임쓰'/ 입니다" ('는 강세, :는 장음, /는 호흡)
1) 영어의 리듬을 듣기위해 '미믹킹'하여 영어 듣기를 연습하자.
'미믹킹'은 영어로 '똑같이 흉내 내다'라는 뜻이다. 똑 같이 흉내내는 '미믹킹'은 이해하지 않고 말 자체를 앵무새처럼 쫓아하는 '패럿 리핏팅'과는 다르다. 생각없이 단순하게 쫓아하는 것이 아닌, 똑같이 흉내내기 위해서 단어들의 '발음', '강세' 그리고 어디를 '길에 말하는지, 짧게 말하는지, 올려 말하는지, 내려 말하는지'등을 모두 들어야 한다. 즉, 이러한 '강세, 장단과 억양'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흉내 냈을 때 비로소 원어민의 그 영어를 정확하게 들을 수 있고, 나도 그 리듬대로 말을 할 수 있다.
일부는 내가 영어를 잘 못듣는 이유가 발음 문제가 아니라 리듬의 문제라고?"되 물을 수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해 몇가지 대표적인 예를 확인해보자. 다음의 문장을 소리내어 읽어보자.
She is lying on the beech.
여기서 beech(비치)를 /비:치/로 발음했는가? /비치/로 발음했는가? 만약 여기서 단음 비치로 발음했다면 저 문장은 뜻도 안 맞을 뿐 더러 상대방에게 갑자기 '욕'을 하게 되는 일이 발생하게 된다. 또한 이 문장을 귀로 들었을 때에도 beech(비치)가 길게 소리 난다는 것을 듣지 못한다.
Please pass me a sheet of paper.
여기서도 sheet(쉿)을 /쉿:/으로 발음하지 못하고 /쉿/으로 발음했다면 역시 상대방에게 전혀다른 뜻의 '욕'을 하게 된다. 이 문장을 귀로 들었을 때, sheet(쉿)이 길게 소리 난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을까? '단어가 길게 소리나는지 짧게 소리나는지를 구분하라?' 이렇게 각 단어들의 리듬을 구분하라는 것은 생소할 뿐더러 쉽지도 않다.
이렇게 리듬을 구분하는 것이 정말로 중요할까? 리듬을 구분하지 못하면 상대방의 말을 듣기도 어렵고 그래서 의미를 파악하기도 어렵다. 결과 그 언어를 활용하는 것도 어렵데 된다. 이해를 돕기 위해 우리 나라 '사투리'를 예로 들어보자. 만약 '사투리'의 억양을 강하게 쓰는 사람과 처음 대화를 한다면, 우리는 얼마나 그 내용을 이해할 수 있을까? 이해하기에 앞서 잘 들리지 않아서 '뭐라고? 뭐라고?'를 연발 할 수 있다. 하물며 리듬 언어인 영어의 장단과 강세를 구분하지 못한다면 정확하게 듣는것과 말하는 것이 어렵게 된다. 그럼 '미믹킹'을 하기 위해 우리가 명확히 해야하는 것들을 다음에서 확인해 보자.
2) 한 단어에의 '강약'과 '장단'을 확인하자.
우리는 영어를 처음 배울때, 1형식과 2형식이라는 문법을 배웠다. 하지만 처음 영어를 들을때 1강세, 2강세 또는 1음절 강세, 2음절 강세에 대해 중요하게 배워본 적이 없다. 또한 영어 단어를 배울때 어떻게 읽는지 배워본 적은 있지만, '이건 긴 소리야, 그리고 짧은 소리야'라고 배워본 적은 없다. 즉, 영어 단어에 강약과 장단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이 부분을 신경써서 듣지 않는다. 이는, 리듬이 중요하지 않은 우리 나라말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우리 나라 단어의 '가방'을 예로 들어보자. 가'방(1음절 강세)이라고 발음하나 가방'(2음절 강세)이라고 발음하나 그 의미가 달라지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가방'이라는 단어에 강세를 넣어 말하는 것 자체가 더욱 어색하게 들린다. 영어의 예를 들어보자. 현금 출납원이라는 cashier를 발음해보자. 그럼 대부분의 학생들은 ca'shier(1음절 강세)로 발음하게 된다. 이 단어를 귀로 들려줘도 강세의 위치를 구분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렇게 발음하게 되면 상대방은 못 알아 듣게 된다. cashier는 본래 cashi'er라고 말해야 한다.
장단의 경우도 예를 들어보자. 위에서도 언급한 'beech'와 'sheet'은 너무도 대표적인 예이다. 장단을 구분하기 위해 한가지 예문을 더 확인해 보자. Please return your sit and fasten your seatbelt. 여기서는 어떤 장단의 리듬을 구분해야 할까? 하나 하나 확인해 보자. /플리:즈/, /리턴:/, /씻/, /패쓴/, /씻:벨트/. 이 한 문장을 읽기위해 무수히 많은 장단음을 구분해야 한다. 특히, sit과 seat과 같이 같은 발음이지만 장단으로 의미가 달라지는 것을 구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3) 문장의 억양과 호흡의 위치를 확인하자.
영어 문장의 억양은 한국어 문장의 억양과 비슷하다. 문장의 다양한 억양을 확인해보자.
. 평서문 : 문장의 마지막 단어의 강세에서 올렸다가 떨어뜨리는 레이징앤폴링(raising and falling) 억양
. 의문문 : 문장의 끝을 올리는 레이징(raising) 억양
. 연결되는 단어나 구문 : 연결되는 단어는 올리고, 마지막 단어는 떨어뜨리는 레이징레이징앤폴링(raising, raising and falling) 억양
그렇다면 영어 문장의 호흡은 어떻게 될까? 한국어에서도 "아버지 가방에 들어가신다."의 호흡과 "아버지가 방에 들어가신다"의 호흡에 따라 그 뜻이 완전히 달진다. 이처럼 영어에서도 문장내 호흡을 확인해 말한다면, 그 의미를 명확히 하는데 도움이 된다.
. 긴 주어와 숨표 뒤에서 호흡한다.
. 전치사 앞, 관계 대명사 앞, 세미콜론 앞에서 호흡한다.
. 여러 단어가 모여 하나의 뜻을 이루는 숙어와 전치사구, 고유 명사는 끊어 읽지 않는다.
4) 안면 근육을 많이 쓰는 영어인 만큼 각 소리들이 나는(조음) 위치를 정확히 하자.
영어가 정말 안면 근육을 많이 쓰는 언어일까? 안면 근육을 많이 쓰게 되면 그 사람의 얼굴 표정의 변화가 다이나믹(dynamic)해진다. 그럼 영어를 말하는 사람들의 표정도 다이나믹 해야 한다. 미국과 한국의 뉴스 앵커들의 표정변화를 보며 이 둘의 차이를 명확히 해보자.
우선, 우리나라 뉴스 앵커들은 부동의 자세로 정면을 응시하고 차분하게 그리고 입 모양도 작게 또박또박 뉴스를 전한다. 어딘가 모르게 차분하고 조용하게 발음하며 내용을 전한다. 그럼, CNN 뉴스의 앵커들을 살펴보자. 이들은 대체로 몸을 살짝 옆으로 돌려서 팔꿈치를 앵커 데스크에 올리고 입을 엄청난 크기로 벌려서 리액션 좋은 언니처럼 진행한다. 어찌나 입을 크게 움직여 말해서 부담스러운지 살짝 부끄러운 기억도 있다. 이렇게 표정이 다양하다는 것은 안면 근육을 다양하게 쓴다는 것이고, 이것은 곧 조음의 위치를 명확하게 활용하여 발음해야 한다는 것이 된다. 그럼 여기서 영어 단어가 어떤 근육을 이용해 어떻게 발음하는지 그 조음의 위치를 확인해보자.
다음의 모음을 천천히 발음해 보자. ‘아, 에, 이, 오, 우’ 그러면 혀의 위치가 앞에서 뒤로 점점 들어가는게 느낄 수 있다. 한국말로는 입을 크게 벌리지 않고 위의 다섯 가지 모음을 발음해도 의미 전달에 큰 어려움이 없다. 하지만 영어는 입을 조그맣게 벌려서 위의 발음을 하게 된다면 혀의 위치가 정확하지 않아, 의미 전달 역시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
특히 한국어에는 없고 영어에만 있는 대표적인 자음의 발음을 확인해보자.
. / f / 는 ‘윗 이빨을 아랫입술에 얹어놓고 바람이 새는 듯하게 하여 내는 발음
이와 비교되는 / p / 는 우리나라의 / 프 / 발음과 같다.
. / v /를 정확하게 소리내기 위해서는 / f / 와 같이 ‘윗 이빨을 아랫입술에 얹어놓고 바람이 새는 듯하게 하여 발음’해야 한다. 이와 비교되는 / b /는 우리나라의 / 브 / 발음과 같다.
. / r / 은 우리나라의 / 르 / 와 특히 조음(소리가 만들어지는)의 위치가 다르다. / r / 은 혀에 힘을 주고 그 중간을 누르며 혀의 뒤쪽에서 발음하는 소리예요. 우리나라의 / 르 / 보다 훨씬 뒤에서 나는 소리이다.
. / l / 역시 우리나라의 / 르 /와 그 조음의 위치가 다르다. 특히 입술이 양쪽으로 팽팽하게 당겨져 긴장된 상태에서 그 양쪽 끝에서 나오는 소리로, 양쪽 끝에서 소리가 새는 듯 하게 들려야 한다.
. / θ / 는 우리나라의 / 쓰 / 와 다른 발음으로 한국어의 / 쓰 / 를 하면서 혀를 윗 이빨과 아랫 이빨 사이에 내는 발음입니다. 역시 그 사이로 소리가 새는 듯하게 들려야 한다.
. / ð / 는 우리나라의 / 드 / 와 완전히 다른 발음으로 / θ / 를 발음할 때 처럼 혀를 윗 이빨과 아랫 이빨 사이에 두고 그 사이로 소리가 새도록 한 후 / 드 / 로 발음해야 한다.
실제로 위의 영어에만 있는 발음을 정확하게 발음하지 못하면, 상대방이 나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조음의 위치를 명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더 다양한 모음과 자음의 조음의 위치는 원어민이 직접 가이드해주는 다양한 온라인 사이트의 도움을 받으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