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무서울까?
십 수년 전 아이들을 데리고 과천 서울대공원 동물원에 놀러 갔을 때이다. 여기저기 둘러보다가 동물원 가장 안쪽에 위치한 호랑이 사육장 근처에 이르렀는데, 갑자기 호랑이가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호랑이의 울음 소리를 직접 듣는 것은 처음이었는데, 말그대로 모골이 송연 해지는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TV나 영화에서 들었던 소리보다 확실히 더 무서웠다.
호랑이의 울음 소리는 왜 무섭게 느껴질까?
첫번째 이유는 특유의 음색 때문이고, 두번째는 저음이 넓게 퍼지는 특성 때문이다.
호랑이는 3가지의 소리, 즉, 으르렁 거리는 소리(growl), 공기를 빠르고 강하게 내뱉는 다소 날카로운 소리(chuff; 증기기관차의 칙칙폭폭 소리와 유사), 마지막으로 포효(roar)를 적절히 섞어서 특유의 울음 소리를 만든다.
아래 첨부 파일을 클릭하면 전형적인 호랑이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림의 아래쪽은 31초 동안 기록한 소리의 파형을, 그리고 그림의 윗쪽은 각 시간에서의 주파수 스펙트럼을 그린 것이다[1]. 가로축은 시간을, 위쪽 그림의 세로축은 주파수이다. 시간마다 세로 방향으로 스펙트럼이 그려져 있는 것인데, 색이 밝은 부분의 주파수 성분이 강한 것이다. 전체적으로 낮은 주파수 쪽이 노랗게 가장 밝기 때문에 호랑이 소리에서는 저주파수, 즉 저음이 매우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볼륨을 좀 키우고 31초 동안 소리를 잘 들어보시라(호랑이 울음소리 파일을 클릭!). 기본적으로 저음의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깔고 중간에 모터바이크 시동 걸듯이 거칠게 내뱉는 금속성의 고음(화살표 부분)을 간헐적으로 싣는다. 그리고 마지막을 포효로 장식을 한다. 포효도 여러 번 나눠서 내는데 처음에 약하게 뒤로 가면서 강하게 소리를 낸다.
이와 같이 3가지 유형의 소리들을 절묘한 타이밍으로 조합하여 상대방을 엄청 쫄게 만든다.
소리는 주파수에 따라 주변으로 퍼지는 특성이 달라진다. 주파수가 높은 고음은 정면 방향으로 곧장 나가는 경향이 있지만, 주파수가 낮은 저음은 상대적으로 넓게 퍼지는 특성이 있다. 아래 그림은 스피커에서 특정 주파수의 음을 발생시킬 때, 주파수의 높고 낮음에 따라 음의 퍼짐 정도가 달라지는 것을 보여준다[2].
250 Hz의 저음은 소리가 모든 방향으로 균일하게 퍼지지만, 주파수가 높아질수록 소리가 좁은 영역으로 몰려서 나가는 것을 알 수 있다. 호랑이가 으르렁거리는 소리(growl)는 그 에너지가 300 Hz 의 정도의 낮은 주파수 영역에 집중되기 때문에 첫번째 그림처럼 소리가 퍼진다[1]. 으르렁 거리는 소리는 다른 동물의 소리에 비해 아주 낮은데, 이런 극 저음은 귀로도 들리지만 몸으로도 그 울림을 느낄 수 있는데, 흔치 않은 느낌에 더 소스라치게 된다.
날카로운 소리(chuff)는 고음 성분이라 공간을 꿰뚫고 들려온다. 넓게 깔리는 저음 속에 날카로운 소리가 실려오니 오금이 저리게 된다.
듣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고음은 눈을 감아도 어느 방향에서 소리가 오는지 쉽게 인지할 수 있다. 그런데 넓게 깔리는 저음이라면 소리의 발생 위치가 모호해진다. 눈에 대상이 보이는 경우라면 덜 하겠지만, 야간이나 깊은 숲 속에서 호랑이 울음 소리를 들으면, 호랑이의 위치를 알 길이 없으니 훨씬 더 무섭다.
왜?
큰 위험이 가까이 있는데 어디로 도망가야 할지 모르니까.
[1] Walsh, E. J. and et al., “Acoustic Communication in Pathera Tigiris: A Study of Tiger Vocalization and Auditory Receptivity,” 145th ASA Meeting, Nashville, TN.
[2] “Speaker directivity/off axis response: theory and measurement techniques,” http://www.acousticfrontiers.com/20131129controlled-directivity-speakers-open-up-your-acoustic-treatment-opti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