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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두근 Oct 25. 2020

걱정거리는 걱정 인형에게 맡기자

걱정한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


저녁에 퇴근하면서 차 안에서 라디오를 듣는다. 라디오에서 소개하는 사연 중에 내 귀에 쏙 들어온 얘기가 있었다. 아마 청취자에게 본인이 가진 걱정이나 힘든 일에 대한 조사를 한 모양이다.                    


어떤 이는 음식을 먹으면 소화가 안 되는 게 불만인 모양이다. 그래서 음식을 먹기 전에 항상 걱정이 되고 마음 놓고 음식을 먹을 수 없다고 한다. 그녀는 자신의 문제만 없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나는 꽤 나이를 먹었지만 어떤 음식이든 잘 먹고 소화를 못 시켜서 불안하거나 불편한 적은 거의 없었다.                     


또 다른 사람은 잠을 잘 자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고 했다. 잠을 잘 자지 못하기 때문에 항상 피곤하고 매사에 집중할 수 없다고 했다. 나는 어떤 이유로 잠을 잘 못 자서 힘들었던 적은 거의 없다. 잠을 쉬 들지 못하는 아내는 머리만 대면 5분 안에 잠드는 내가 부럽다고 한다. 생각해보니 나는 큰 걱정거리가 있어도 태연히 잠은 잘도 잔다.                    


어떤 이는 직장을 그만두고 현재 돈벌이를 못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걱정거리라고 했다. 그도 코로나 이전에는 별일 없이 직장을 잘 다녔었는데, 조그만 중소기업인 그의 회사가 코로나로 힘들어지면서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리고 중년에 접어든 나이 때문에 새로운 직장을 찾기가 너무 힘들다고 했다. 다행히도 나는 어려운 코로나 시국에도 별 탈 없이 직장을 다니고 있다.                    


그런 사연들을 들으면서 나는 그들에 비하면 행복한 거구나 생각했다. 집으로 돌아와 다시 생각해보니 내게는 더 큰 걱정이 있다. 오늘 둘째와 병원을 다녀온 아내의 근심을 들으며 내 걱정거리가 생각났다. 아내는 병원만 다녀오면 기운이 바닥을 친다. 겉으로 멀쩡해 보이지만 둘째는 큰 병을 가지고 있다. 둘째는 언제 그 병이 크게 문제가 될지 알 수 없어 우리는 항상 불안해하고 있다.                     


모든 사람은 걱정거리가 있다. 심지어 무덤에 누워있는 사람만 걱정이 없다고 한다. 나도 걱정이 있지만 평소에는 잊고 살고 싶다. 걱정하느라 오늘을 망치지 않겠다. 내일 비가 오고 태풍이 오더라도 내일 일은 내일 헤쳐나가면 된다. 오늘은 날씨가 화창하고 좋으니 오늘의 소풍을 즐기며 살자.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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