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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두근 Oct 25. 2020

돈 되는 자격증이 나의 필살기

자격증의 효용이 궁금한 사람들에게

일을 하면서 사람들과 명함을 교환하게 된다. 사람들은 나의 명함에 적힌 몇 개의 자격증에 관심을 보인다. 감리사, ISMS 인증심사원, 시큐어코딩 전문가, 개인정보보호 전문강사 등 보유 자격증이 표시되어 있다. IT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그 자격들이 얼마나 취득하기 힘든지 안다. 


내가 자격증 덕분에 70세 이후에도 일할 수 있다고 말하면 모두가 관심을 가진다. 백세시대를 맞으면서 가능한 늦은 나이까지 일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다. 내 경험은 IT 분야에 한정될 수 있지만, 각 산업 분야마다 유망 자격증은 있기 때문에 노후 대비를 위한 자격증에 대해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명함에는 면적이 작아 5개만 표시하지만, 프로필이나 이력서를 제출할 때는 보유한 자격증을 28개를 모두 표시하는 경우도 있다. 프로필을 확인한 사람들은 일단 자격증 수가 많다는 것에도 놀란다. 누군가 왜 자격증을 많이 취득하게 되었냐고 묻는 사람이 있었다. ‘노후 대비를 하다 보니 그 과정에서 자격증 취득을 많이 하게 되었어요.’ 내가 했던 대답이다.                     


나는 대학 졸업을 하고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머로 일을 하게 되었다. 첫 직장에서 11년을 휴일도 없이 죽어라 일만 하다가, 어느 순간 그러다 진짜 죽을 것 같아 그만두게 되었다. 그때부터 인생의 굴곡은 이미 시작된 것 같다. 그 후로 벤처기업, 외국인 기업, 중소기업 등 다양한 기업 환경에서 일을 하였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사기업에서는 정년까지 버티는 게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 때 삼팔선, 사오정, 오륙도 등 용어가 유행이었다. 1988년 처음 직장 생활을 할 때는 ‘평생직장’이었다. 1997년 IMF 위기를 겪고 난 후는 구조 조정, 명퇴(명예퇴직)가 많아졌다. 삼팔선은 38세 까지도 일하기 힘들다. 사오정은 45세가 정년이다. 오륙도는 56세까지 일하면 도둑이다 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고용 환경이 어려워졌다. 나도 사십 대 후반이 되었을 때 ‘언제까지 일을 할 수 있을까’라는 문제의식을 느꼈다. 그즈음에 IT 분야에도 감리 제도가 있다는 걸 남들보다 늦게 알게 되었다. 감리 업무는 정년 제한이 없이 고령자도 일할 수 있는 장점에 강하게 끌렸다.                    


2014년 감리사 시험 준비를 시작했다. 매일 고된 직장 업무를 마치고 퇴근해서 잠들기까지 3시간 이상 공부했다. 공부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회사 회식, 친구 모임에 나가지 못하고 수험생처럼 공부했다. 그럼에도 2년간 연속 고배를 마셨다. 중년의 가장이 주당 20시간씩 공부에 매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너무 힘들었지만 미래를 생각하면 다른 대안이 없었다. 포기할 수 없었다. 2016년 시험을 위해서는 주 20시간 공부하고, 시험 직전 3개월은 휴직을 하고 공부에 올인했다. 다행히 나는 2016년에 감리사 자격증을 얻었다. 그때 51세였다.                     

감리사 자격에 합격하는데 3년의 시간이 걸렸다. 생각보다 너무 어렵게 합격했기에 인생에서 가장 기쁘고 감격스러운 사건이 되었다. 또한 감리사 공부하면서 알게 된 ISMS 심사원 등 다른 자격증도 감리사 공부하던 기간에 모두 취득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의 감리는 법으로 제도화되어있다. 공공기관은 5억 이상 정보시스템 구축 사업을 하면 반드시 감리를 받아야 하도록 법제화되어있다. 그래서 일정 규모의 밥그릇과 일자리가 있다. 감리원은 나이 제한 없이 일할 수 있다. 비상근 상태로 일을 한다면 최소 월 2주 또는 원할 때만 등 조건을 상호 협의하여 일 할 수도 있다. 감리는 고령화 사회에 적합한 일자리라고 생각한다.                    


ISMS 심사원의 경우 정보통신망법과 개인정보보호법을 근거로 하고 있다. 인증대상 기업이 인증을 받지 못하면 매년 3,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받는다. ISMS 인증 심사원은 매년 ISMS 인증을 받아야 하는 대상 기업들을 대상으로 정보보호관리체계를 적절히 유지 관리하고 있는지를 심사하는 업무를 한다. 심사원은 대상 기업들에게 말하자면 ‘갑’의 역할로 일을 하게 되는 것이다. 10시 출근하여 5시 퇴근한다. 심사 대상 기업들의 수가 많아 일거리 걱정은 없다. 심사원은 최고의 전문가로 대우받는다.                     


부모님 세대에는 은퇴란 그리 두려운 단어가 아니었다. 예순까지 사는 것만 해도 감사한 일이었고, 기력이 너무 쇠하기 전 적당한 시간에 일을 그만두는 건 당연히 필요한 수순이었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백세시대라고 한다. 정년퇴직을 하더라도 20년 이상을 일 하지 않고 지내기에는 너무 긴 시간이다. 본인이 종사하는 산업에서 꼭 필요로 하는 자격을 갖춘다면, 정년과 상관없이 자신의 전문성을 살려서 당당하게 일할 수 있는 방법도 찾아보자.                     

본인의 경험에 따르면 자격증이라고 모두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다. 의사가 아니면 의료 행위를 할 수 없게 법이 보장한다. 그래서 의사 자격이 가치가 있는 것이다. 법의 보장을 받는 독점적인 성격, 그리고 전문적인 자격이 돈이 된다. 아무나 쉽게 취득할 수 있는 자격증은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나의 경우 감리사 등 자격증 준비에 3년이 걸렸다. 본인이 좋아하는 일, 잘할 수 있는 일,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일 중에서 공통분모를 찾아 5년을 준비한다면 이루지 못할 일은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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