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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두근 Oct 24. 2020

어떻게 살 것인가

나답게 살고 싶다

당신은 하루 중에서 언제가 가장 행복한가요? 만약 당신이 직장인이라면 퇴근할 때? 그럼 하루 중에서 가장 싫은 때는 출근할 때? 


나는 하루 중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은 점심을 먹고 산책을 하는 시간이다. 일단 직장인으로서 일에 구속받지 않는 나 만의 시간이다. 근처 북한산 자락의 인적이 뜸한 곳을 걷는다. 파아란 하늘에 구름을 올려다 보고, 햇빛에 반짝이는 새로 돋은 마알간 초록 이파리를 볼 때 아득하게 기분이 좋아진다. 비가 온 뒤 공기가 깨끗하다. 싱그런 숲 내음, 시원한 바람이 얼굴을 스치는 순간 더 바랄 것이 없다.                    


며칠 전 산책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서 특이한 장면을 마주쳤다. 돌아가는 길 모퉁이에 있는 커피 집 발코니에 바리스타가 커피 몇 잔을 앞에 두고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커피집은 원두를 볶는 기계가 있었고, 매일 원두를 볶는 듯했다. 원두를 볶은 후 커피 몇 잔을 시음하는 듯 조금씩 마셔보고 있었다. 새로운 맛을 개발하기라도 하는 걸까. 아니면 원두의 품질을 테스트 라도 하는 걸까. 직접 물어보지 못해서 그가 무엇을 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 장면을 보고 갑자기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전문가가 시음을 통해 좋은 커피 맛을 선택하는 것도 물론 의미가 있다. 하지만 맛이란 주관적인 게 아니든가? 그렇다면 시음을 손님들을 통해 하는 게 더 나은 방법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신맛이든 쓴맛이든 깔끔한 맛이든 맛은 정답이 없다. 손님이 좋아해서 찾아주면 그게 그 손님에게 좋은 커피이다. 최고급이라는 루왁 커피를 먹어 보았지만 나는 별로였다. 


바리스타의 시음 장면을 보고 난 뒤 이어져 생각나는 것이 있었다. 맛이 주관적이듯 사람의 행복도 주관적이라는 생각을 한다. 행복해지기를 원하다면 그 답은 심리학자가 아닌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자신에게 물어야 한다.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아야 한다.                     


어느새 오십 대 중반이다. 나는 멈추어 서서 인생 후반전 무엇을 하고 살 것인가 생각한다. 직장에 매여 있는 지금은 여유 시간이 없어 아쉬울 때가 많다. 앞으로 은퇴를 하게 되면 갑자기 주체할 수 없이 시간이 갑자기 많아질 것이다. 그때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가끔 생각하지만 잘 모르겠다. 식당에서 “뭐 드실래요?” 하고 물었는데 “엄마! 나 뭐 먹을까?" 또는 "아무거나 주세요” 하는 거나 똑같다. 남이 정해준 음식이 운 좋게 내 입에 맞으면 행운이지만, 그러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내가 원하는 그 무엇, 그것은 나의 욕망이다. 나의 욕망이 무엇인지 다른 사람에게 물어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자크 라캉이 “인간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라고 말했다. 좋은 직장에 다니고, 비싼 새 아파트에 살게 되면 행복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건 자신의 욕망이 아닐 수 있다. 그건 주변 사람들의 욕망이지 정작 자신의 욕망이 아닐 수 있다. 사회가 바람직하다고 정한 것, 내 안에서 나오지 않고 외부에서 온 것이라면 그건 가짜다. 진짜가 아니다.                    


진짜 욕망은 어떻게 발견할 수 있을까. 앞만 보고 사느라고 자신에게 여유 시간을 줄 수 없었다. 지금부터라도 여유 시간을 주어야 한다. 책도 읽고, 영화도 보고, 친구도 만나고, 여행도 하고 하면서 천천히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면 된다. 


자신의 마음이 어디에서 나고 어디로 향하는지 관찰해야 한다. 어느 순간 자신이 원하는 것이 있으면 그 생각을 실행해보아야 한다. 어떤 경우는 똥인지 된장인지 찍어 먹어보아야 할 때도 있다. 결혼 전에 꿈꾸던 것과 결혼 후에 느끼는 현실은 많이 다를 수 있다. 오늘도 나를 찾기 위한 여행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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