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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두근 Sep 19. 2020

내가 원하는 것을 나도 모를 때

내가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너무 오랫동안 잊고 살았습니다

며칠 전 있었던 해프닝이다. 그날 오후 2시에 광화문 근처에 일이 있었다. 네이버 지도에서 가는 길을 검색했다. 다행히 사무실 버스 정류장 앞에서 가고자 하는 장소로 한 번에 갈 수 있는 버스가 있다. 늦지 않으려고 서둘러 출발했다. 마침 버스 정류장에 타려는 버스가 들어온다. 놓칠세라 빨리 버스를 타고 자리에 앉았다. 한 정거장 갔을까 갑자기 뭔가 싸한 느낌이 든다. 버스 가는 방향을 보니 반대 방향이다. 다행히 한 정거장만에 내려 반대 방향으로 타고 갔다. 덜렁대는 성격이라 종종 겪는 일이다.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


인생에서도 방향이 중요하다. 열심히 살다 보면 내가 잘 살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럴 때면 계속 달리지 말고 멈추어 서서 방향을 점검하는 게 좋다. 인생 전반전 앞만 보고 열심히 달렸다. 왜 그렇게 열심히 살았던 걸까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도 모르면서. 


앞만 보고 열심히 살면 행복이 짠하고 나타날 줄 알았다. 떠밀리듯이 바쁘게 사느라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생각해 볼 시간이 없었다. 방향을 살피지 않고 남들이 뛰는 방향으로 나도 따라서 열심히 뛰었다.

마침내 어느 순간 정신을 차리고 이제부터라도 내가 원하는 삶을 살겠노라 다짐한다. 아뿔싸 어째 이런 일이. 그 순간 ‘내가 원하는 것을 나도 모르고 있다’고 깨달았다. 답을 찾기 위해 여러 책을 읽기도 하고, 주변의 사람들에게 수소문하기도 했다. ‘내가 원하는 것을 나도 모르겠다. 어찌하면 좋을까?’ 말을 하는 순간 나는 또 한 번 바보가 되었다. 어찌 내가 원하는 남들이 알려줄 수 있을까. 그래도 창피함을 무릅쓰고 주변 사람들에게 물었다. 


사람들의 대답은 다양했다. 많은 사람들이 ‘무슨 쓸데없는 소리냐. 나는 그런 생각할 시간조차 없다.’고 답을 했다. 먹고사는데 절박한 어려움이 있거나 마음의 여유가 전혀 없는 듯하다. 어떤 사람은 ‘나도 그렇다. 나도 찾고 있다.’고 대답했다. 그들은 나와 비슷한 부류이다. 자기를 찾고 싶고 또‘원하는 삶’을 살고 싶지만 어떻게 해답을 찾을지 몰라 헤맨다.


‘인생 수업’이라는 책에서 ‘자신의 참모습’을 찾은 한 할머니 얘기가 나온다. 한 남자가 자기 할머니의 임종 순간에 대해 이야기했다.

"할머니, 전 할머니를 보내 드릴 수 없어요. 가지 마세요!"

"삶이란 마치 파이와 같지. 부모님께 한 조각, 사랑하는 사람에게 한 조각, 아이들에게 한 조각, 일에 한 조각, 그렇게 한 조각씩 떼어 주다 보면 삶이 끝날 때쯤엔 자신을 위한 파이를 한 조각도 남겨두지 못한 사람도 있단다. 난 내가 어떤 파이였는지 알고 있단다. 난 이제 내가 누구인지 알면서 이생을 떠날 수 있단다."


‘내가 원하는 것’또는‘원하는 삶’이라는 질문에는 정답이 없다. 다른 사람이 답을 줄 수 없다. 내가 스스로 답을 찾아야 한다. 짧은 시간 안에 해답을 찾을 수 있는 질문이 아니다. 머릿속으로 답을 구할 수 없다. 아무리 노력해도 당신은 그 해답을 구하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러한 인생 문제들은 직접 몸으로 살아보고 답을 찾아야 한다.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뭔지 찾기 위해 나는 이런 질문을 해본다. 어릴 때 꿈이 무엇이었는가? 가장 즐겁고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였나? 뭘 할 때 가장 보람을 느끼는가? 


어릴 적을 회상해보면 학교 수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책가방 던져 놓고 책 읽는 데 빠져있었다. 나는 내가 책 읽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TV 드라마 보는 것보다 ‘심야토론’ 같은 갑론을박 하는 토론 프로그램이 더 재미있다. 사람들과 서로 다른 생각을 나누는 게 좋다고 느낀다. 그래서 독서모임을 취미로 가꾸어 보기로 했다. 나는 코이카 ODA 원조 활동으로 아프리카 카메룬 등 개발도상국 가난한 사람들을 도울 때 보람을 느꼈다. 그래서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드는데도 영어 공부를 포기하지 못하고 계속하고 있다. 그렇게 조금씩 나를 이해하고 발견해 가고 있다.


다른 사람들을 의식하는 것은 해답을 찾는데 방해가 된다. 오로지 나의 본질적 욕망을 찾아야 한다. 사회에서 가정에서 맡고 있는 사회적 역할을 내려놓고 생각해본다. 현실적 제약조건을 없애고 생각해 볼 필요도 있다. 만약 내게 1000억 자산이 있어 돈을 벌지 않아도 된다면, 그때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내게 1000억이 있다면 개인의 행복을 주제로 평생교육기관을 운영하고 싶다. 인생 후반을 맞은 사람들이 모여 배우고 즐기고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감수성을 찾게 해주고 싶다.


생각만으로는 답을 찾을 수 없다. 오래전 대학생 시절 어학연수를 다녀온 선배가 그렇게 부러웠다. 가난했던 집안 사정상 그건 이룰 수 없는 꿈이었다. 그 꿈을 잊고 살다 세월이 흘러 오십 줄에 들어섰다. 이제부터라도 '내가 원하는 삶'을 살겠다고 마음먹고 난 다음 제일 먼저 '어학연수' 생각이 났다. 직장에서 잘릴 각오를 하고 한 달 휴가를 내고 필리핀 어학연수를 다녀왔다. 그 꿈은 이루었으나 체험해보니 그 꿈은 가짜였음을 알게 되었다. 


내가 원하는 것을 정확히 알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를 시도해 보아야 한다. 체험해 보아야 한다. 그러면 가짜 욕망과 참 욕망을 구분할 수 있다. 어떤 것은 실행해보아야 진실을 알 수 있다. 나는 나를 찾기 위한 여행을 하고 있다. 어떤 것을 찾아내게 될지 흥미진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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