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투자는 다이어트와 비슷하다
현명한 초보 투자자를 읽고 생각나는 단상을 끄적여 본다. 지인의 추천으로 <현명한 초보 투자자>를 읽었는데 기초를 다지는데 매우 좋았다. 책에서 소개한 ‘주식투자로 돈을 벌기 위한 7단계’는 초보자도 이해하고 따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체계적이었다.
가장 유익했던 것은 ‘정량적인 기업가치평가 방법’이었다. 기업가치평가를 통해 ‘적정가치’를 산출해 내면 현재의 주식 ‘가격’의 차이가 ‘안전마진’이다. 안전마진이 크면 저평가이고 안전마진이 없다면 고평가인 상태이다. 투자의 전설이 된 워런 버핏은 ‘잃지 않는 투자’를 위해 ‘안전마진’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기업가치평가 방법은 4단계로 되어있다. 1단계로 네이버 금융정보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영업이익의 10배가 사업가치가 된다. 2단계로 재산가치를 더한다. 3단계로 부채를 뺀다. 계산한 기업가치를 발행된 주식수로 나누면 ‘적정주가’를 산출할 수 있다.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투자자를 수준에 따라 5개 레벨로 나누어 설명한 것이다.
1단계 투자자는 시장 분위기에 휩쓸린다. 가격만 본다. 스스로 판단을 할 수 없어 다른 이의 말을 듣고 시키는 데로 투자한다.
2단계 투자자는 초보라 종목 선택에 어려움이 있다. 인기 있는 주식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과거의 결과인 차트로 미래를 예측하려 한다.
3단계 투자자는 전문가/미디어/리포트의 의견을 추종한다. 자기 나름의 예측(스토리)을 근거로 투자한다.
4단계 투자자는 일반적 투자지표 PER, ROE 등을 중시한다. 다양한 책을 읽고 공부한다. 아직 감정에 흔들려 매매한다.
5단계 투자자는 가치평가 방법을 배워, 회사의 적정가치를 대략적으로 평가한다. 안전마진을 계산할 수 있다. 큰 금액을 한 종목에 투자하고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3~4 레벨을 왔다 갔다 하는 것 같다. 독자 여러분도 한번 자신이 어느 단계에 해당하는지 따져보면 좋을 듯하다. 손자도 병법에 ‘지피지기 백전불태’라고 했다. 자기를 알고 상대를 알면 백번을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 주식투자자는 자신의 수준을 잘 알아야 하고, 주식 시장(Stock Maket)에 대해서도 잘 알아야 할 것이다.
주식투자도 지식의 영역은 어렵지 않다. 어려운 것은 인간의 기본 욕구를 이겨내는 것이다. 공포에 사고 욕망에 팔 수 있다면 주식은 매우 쉬울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공포와 욕망에 항상 진다. 그래서 어려운 것이다.
주식투자는 다이어트와 비슷하다. 적게 먹고 많이 운동하면 체중이 줄어드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다. 모두가 아는 단순한 사실이지만 행동에는 대다수가 실패하고, 아주 독한 소수만 성공할 수 있다. 그래서 주식투자는 다이어트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한다.
이것은 나의 소소한 주식투자 경험담이다. 주식투자로 대박이라고 할 수 있는 성공 경험도 있고, 쪽박이라고 할 수 있는 실패 경험도 있다. 지난 경험을 돌아보고 실패하지 않는 안전한 투자 방법론을 발전시키고 싶다.
먼저 성공한 경험이다. 2003년에 10살과 4살이던 두 아들이 받은 세뱃돈 20만 원으로 각각 계좌를 만들어 주었다. 당시 나는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움을 겪던 시기였다. 내 아이들이 미래에 나와 같은 경제적 어려움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계좌를 개설한 이후 세뱃돈 몇 번 더 넣고, 직장에서 나오는 학자 지원금 360만 원(고등학교 1년 120만원 * 3년간)을 추가로 투자했다. 투자 원금은 최대 500만 원 이내였다.
2020년 두 아들은 키가 나보다 커졌고, 계좌는 각각 몇천만 원으로 불어있다. 망하지 않을 우량 회사 주식을 사서 묻어 두었던 것이 성공 요인으로 생각한다. 투자해 놓고 계좌는 연말에 한번 정도 열어 보고 그 결과를 아들들에게 설명했다. 매매가 필요한 종목은 1년에 한 번 정도 팔고 산다. 대부분 종목은 몇 년씩 보유했다. 기억에 남는 주식은 (주)오뚜기이다. 10만 원에 사서 100만 원 넘었을 때 팔았던 기억이 있다.
아들 들은 주식계좌에 아직 관심이 없다. 단지 숫자에 불과하게 느껴지는 모양이다. 큰 아들이 최근 조금 관심을 보이지만, 직접 해보라고 등 떠밀어도 싫단다. 두어 번 정도 사고팔고 해 보더니 자신이 없다고 그만두었다. 자기돈이지만 그냥 나에게 계속 맡기겠단다.
아들에게 주식계좌를 만들어준 이유는 주식으로 부자가 되라고 알려주기 위한 것만은 아니었다. 그것보다는 내 아이들이 세상의 ‘변화’를 인식하기를 바랐다. 대학 졸업 후 첫 회사에서 만난 수십 명 입사 동기들이 지금은 모두 다른 환경에 서 있는 것을 본다. 어떤 이는 성공했고, 또 다른 이는 실패했다. 그 차이를 만든 원인은 ‘변화’라고 생각한다.
코로나 상황을 보면 쉽게 변화와 적응의 중요성을 쉽게 알 수 있다. COVID-19는 인류 모두에게 엄청난 위협이고 변화였다. 동일한 사건을 겪었지만 결과는 다르다. COVID-19는 사람들을 분류하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원격으로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다. 많은 학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ZOOM 같은 도구를 능숙하게 활용했던 강사는 코로나 상황이 위험이 아니라 기회였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자이다.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느냐 실패하느냐에 따라 어떤 사람은 흥하고 어떤 사람은 망한다. 어떤 기업은 망하고 어떤 기업은 흥한다. 아들들이 나중에 취업을 하든지 사업을 하든지 ‘변화’에 얼마나 잘 ‘적응’하느냐가 중요하다. 만약 취업을 하더라도 그 회사가 흥할 회사인지 망할 회사인지 최대한 따져볼 안목이 있으면 좋겠다. 주식 시장이 그 ‘변화’를 가장 잘 배울 수 있는 곳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아들들의 계좌가 성공했다면, 내 계좌는 어땠을까? 나는 아들들에게 계좌를 만들어 주기 전부터 주식 투자를 하고 있었다. 투자를 하면서 나는 상당한 수익을 내기도 했다.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를 분양받을 때 주식 투자 수익이 큰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때로 상당한 손실을 보기도 했다. 글이 길어지는 관계로 실패담은 다음에 소개하기로 한다.
나의 투자는 때로 성공하기도 하고 때로 실패하였다. 한마디로 아직 미완성이고, 주먹구구 방식이다. 그래서 공부를 처음부터 체계적으로 해서 나만의 투자방법론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