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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두근 Nov 01. 2020

병들어가는 부모를 바라보면서

후회하지 않기 위해 다짐한다

“빨리 주거 삐야 되는데... 죽지도 않고 애를 미기네... - -”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훌쩍훌쩍 88세 어머님이 눈물을 흘리신다. 어제까지만 해도 괜찮으셨는데, 오늘 하루 종일 화장실을 왔다 갔다 하시면서 얼굴을 찌푸리고 계신다. 또 변비 때문에 변은 안 나오고, 소변은 마리기만 하고 나오지 않아서 괴로워하신다. 얼마나 괴로우신지 갑자기 얼굴이 누렇게 반쪽이 되셨다.    

 

주말이면 어머님을 모시고 아파트 건너에 있는 공원에 산책 나가는 것이 나의 1순위 일이다. 어머님 덕분에 따라 나가는 반려견 복실이도 즐겁고, 좋아 날뛰는 복실이를 보고 어머니도 즐거워한다. 좋아하는 어머니를 보고, 힘들어도 나도 즐겁다.      

“어머이~ 공원에 나가이-시더~”

“...... ”


얼굴을 찌푸리시며 손을 저으신다. 어머니께 산책 나가자고 말씀드리면, 기다렸다는 듯 항상 반색을 하시는데... 오늘은 많이 안 좋으신 거다. 산책 소리를 눈치채고 복실이는 좋아서 난리법석이 났다. 어쩔 수 없이 복실이만 데리고 산책을 나갔다. 어머님과 함께 나오면 갈 수 없는 먼 탄천 코스를 갔다 왔다.


나갔다 와서 보니 갑자기 많이 어지러워하신다. 곧잘 걸으셨는데 걸음도 어기적 어기적 기어 다니듯 겨우 걸음을 옮기신다. 어머니는 건강이 안 좋으셨던 적도 있지만, 최근 1년 정도는 꽤 좋아지셨다. 그래서 내가 쉬는 토요일, 일요일은 꼭 산책을 모시고 나간다.


산책 나가면 어머니 사진을 꼭 찍어서 형제들 카톡방에 공유한다. 형제들이 멀리 살기 때문에 자주 뵐 수 없기 때문이다. 무뚝뚝한 경상도 사내인 나는 어머니 사진으로 대신 안부를 전하는 거다. 어머니 항상 생각하되 걱정은 하지 말라는 뜻에서 그렇게 하고 있다. 이번 주말은 카톡방에 어머니 사진을 보내드릴 수 없을 것 같다.     


어머니는 매일 먹는 약 종류도 많다. 많은 약 중에서 변비약을 챙겨서 드시게 했다. 어머니 연세에는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 주말이 끝나면 요양등급이나 치매등급 등을 받을 수 있도록 알아보아야 할 것 같다. 등급이 나오면 만약 데이케어 센터나 요양원 등을 이용할 때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나이 들어 점점 약해져 가는 부모님을 매일 보는 것은 때로 우울한 일이다. 세월에는 약이 없다. 예전에 부모님과 여행을 함께 한 추억이 많다는 것이 작은 위로이다. 외출이라도 자유 로우시다면 외식이라도 자주 해야 한다. 그래야 후회하지 않는다. 외출이 자유롭지 않은 나이가 되면, 아무리 돈이 많고 마음이 있어도 소용없다. 해드릴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1년 전에 산책 나갈 때마다 동네 강아지에게 어머니가 눈길이 빼앗기신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올해 초에 유기견 복실이를 우리 집에 데리고 왔다. 어머니께 해드릴 수 있는 게 무엇이 남아있을까 생각해본다. 평소에 자주 웃게 해 드리고, 오늘 같이 괴로운 날은 그저 위로해 드리는 게 남았을 거다. 무뚝뚝한 경상도 사내에게 그게 쉽지 않다. 하지만 후회하지 않기 위해 다짐한다.


평소에 자주 웃게 해 드리고, 따듯하게 위로해 드리자... 하루 주무시고, 내일은 편안해지시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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