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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두근 Oct 31. 2021

좌충우돌 직장인의 재테크 #2

우째 이런 행운이 내게 오다니

지난 금요일 늦게 분양신청 공고가 났다. 요즘 ‘지식산업센터’ 투자는 ‘불장’이란다. 불같은 시장이라는 의미인 것 같다. 분양 신청자가 많고 공급량은 많지 않아서, 신청자가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 시행사가 분양 가격도 그렇고 계약자를 정하는 것도 시행사 마음이란다. 배짱 장사를 하고 있다. 이번에는 신청을 받아 추첨으로 분양받을 사람을 정하겠다고 한다. 


분양대행사에서는 토요일부터 다음 주 화요일까지 신청 여부를 결정하고 신청하는 호실 수 하나당 천만 원씩 입금을 하라고 했다. 법인사업자는 최대 5개 호실까지 신청 가능하다고 한다. 


대행사 담당자는 신청하려는 호실 수와 건물의 전면부/후면부를 선택해서 알려달라고 했다. 사람들이 건물의 전면부에 하천이 있어 전망이 트여있어서 전면부를 선호한다고 한다. 선호도가 높아 전면부에 사람들이 많이 몰리면 경쟁률이 높아지니, 추첨해서 당첨이 안되면 호실을 배정받지 못할 가능성도 높다고 했다.


건물의 도면을 받아 전면부를 할 것인지 후면부를 할 것인지 살펴보았다. 전면부가 선호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해서 인지 전면부 호실들은 모두 면적이 넓은 호실로 설계되었다. 반면 후면부는 전면부 호실 크기의 절반 수준이다. 그렇다면 면적이 2배 정보니까 가격도 전면부 호실이 후면부 보다 2배 정도 높다. 


하지만 평당 가격을 따져보니 전면부와 후면부의 가격차이는 거의 없다. 평당 가격이 동일하다면 전망 좋은 전면부를 하는 게 맞다. 그러나 경쟁률이 높아질 테니 당첨 확률을 생각하면 경쟁이 덜한 후면부가 나을 것이다. 지산에 경험 있는 지인에게 조언을 구했더니, 호실 면적이 최소 전용 15평(분양 30평) 이상은 되어야 실 수요자가 쓸만한 면적이 된다는 것이다.  


이번 지산은 A/B동 2개 건물로 지어진다고 한다. A동이 지하철 가까운 쪽이다. 신청자는 동을 선택할 수도 층을 선택할 수도 없다. 다만 호실 수를 선택할 수 있다. 층이 높아 전망이 최고 좋은 8층과 9층은 비공개로 5개 호실 이상 신청하는 사업자를 대상으로 그들만의 리그로 선정을 한다고 한다. 


일반 신청자는 1개에서 4개 호실을 선택할 수 있다. 호실 중에 가장 선호되는 게 코너 호실이다. 건물 가장 바깥쪽이기 때문에 공급면적 외에 서비스 면적이 있기 때문에 선호도가 가장 높다. 말하자면 발코니 면적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행사는 판매를 쉽게 하고자 코너 호실은 반드시 4~5개 호실을 묶어 놓았다.


코너를 받고 싶으면 4개 호실 이상을 신청해야 하는 것이다. 건물 도면을 보면서 어떤 것이 가장 유리할까 궁리했다. 도면을 보니 3개 호실 묶음은 모두 중간쯤 위치에 있어 코너 호실은 없다. 4개 호실을 신청하면 코너 호실 가능성이 있긴 한데 투자금이 감당 가능할지 자신이 없다. 후면부 4개는 그나마 어떻게 해보겠는데 전면부는 그 2배의 자금이 필요하다.


건물 도면을 한참 보다 보니 오히려 2개 호실 묶음에 코너 호실이 몇 개 섞여 있다. 행운이 따라준다면 적은 돈을 들이고 코너 호실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더욱 확률을 높이기 위해 남들이 선호하지 않을 후면부를 선택하기로 했다. 나는 후면부, 2개 호실을 신청하기로 통보하고 청약금을 입금했다.


드디어 결전의 날이 밝았다. 추첨은 요즘 아파트 분양에 많이 쓰인다는 ‘유니 피커’라는 추첨 프로그램으로 한단다. 분양대행사 담당자가 보내주는 인터넷 주소를 클릭하니 추첨 실황이 인터넷으로 방송되고 있었다. 마치 로또 복권 추첨하는 방송을 보는 듯했다.


‘유니 피커’라는 프로그램을 동작시켰다. 순식간에 당첨자 리스트가 결정되고, 리스트를 화면이 천천히 스크롤하면서 보여준다. 아 그때 내 이름을 화면에서 보았다. 그것도 당첨 호실을 보니 행운이 따라준다면 받을 수 있겠다고 상상했던 코너 호실이다. 우째 이런 행운이 나에게 오다니 ... ...


당첨자는 당일 6시까지 계약금을 입금하지 않으면 당첨이 취소된다고 한다. 행운이 날아가기라도 할까 봐 바로 계약금을 입금했다. 그리고 진짜 계약 날짜만 기다렸다.


한 가지 불안한 게 있었다. 원래 추첨 1차에 참여하려는 사업자는 매출 실적이 있는 법인사업자만 가능하다고 했는데, 나는 개인사업자로 매출이 없는 상태인데 담당자가 착각을 해서 추첨 1차 대상에 포함시킨 것이다. 찜찜했지만 내가 미리 실토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원래 추첨 1차 대상자가 아니었지만 추첨에 참여했고, 당첨이 되었다 게다가 계약금까지 넣었으니 설마 취소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지만 뭔가 불안하다. 계약하러 갈 날을 기다리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헐~ 취소란다. 환불 신청서를 작성해서 보내라고 했다.


행운이 날아가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상당히 억울했다. 주말에 도면 보면서 전면부/후면부 고민을 하고, 호실 수를 선택했다. 신청서, 인감증명서 등 서류를 제출했다. 청약금을 입금했다. 떨리는 마음으로 추첨 방송을 보았고, 로또 같은 코너 호실을 당첨받았다. 그리고 계약금까지 입금했다. 그런데 ... 모든 시간과 노력이 허공에 날아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쩌랴. 그 행운은 내 것이 아니었다. 내가 지산 투자와 인연이 없나 보다 하면서 마음을 다스렸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죠. 제가 지산과 인연이 없나 보네요~”


다만 분양대행사 담당자에게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연락해달라고 부탁하면서 마음을 접었다.

그렇게 아쉬움 속에 한 주가 흘렀다. 그런데 주말에 마트에 가 있는데 전화가 왔다.

“계약을 포기한 호실 하나가 나왔어요. 바로 계약금 입금하시면 잡을 수 있어요!”


어떤 건인지 호실 번호를 알려주면서 도면을 보내왔다. 위치도 별로고 면적도 너무 작았다. 로또로 받은 호실은 전용 24평, 분양 51평에 코너였는데 연락이 온 것은 전용 10평 분양 20평이다. 나는 잠시 고민하다 바로 계약금을 보냈다. 수업료 내고 학습의 기회로 삼기로 했다.


다음 주에 계약서를 쓰러 가기로 했다. 이 지산 투자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내게 돈을 벌어 줄 것인가? 아니면 비싼 수업료로 아픈 경험이 될 것인가? 시간이 지나면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때쯤 다시 한번 글을 올려서 경험담을 공유하기로 한다.

작가의 이전글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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