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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두근 Dec 12. 2021

<주식시장의 17가지 미신>을 읽고

안전은 안전하지 않고, 위험은 위험하지 않다.

금융시장의 가장 큰 미신은 무엇일까? 원금 보장이라는 말이 아닐까? 그리고 주식은 위험하고 예금은 원금보장이 되어 안전하다는 생각 아닐까? 


사람들은 자신의 돈이 줄어드는 데 두려움을 느낀다 그래서 원금이 보장되는 은행 예금에 돈을 넣는다. 이자가 쥐꼬리만큼 적긴 하지만 최소한 원금은 보장이 되니까.


원금 보장은 진실일까? 원금 보장은 진실이 아니다. 왜냐하면 잔고가 아닌 구매력을 따져 보아야하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는 은행 잔고는 줄어들지 않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물가 상승을 고려해서 따져 보아야 한다.


물가상승이 우리 돈을 어떻게 갉아먹는지 간단하게 알아보자. 예를 들어 100만 원을 10년간 예금해서 20만 원의 이자가 발생해 120만 원이 되었다. 그럼 20% 정도 내 돈이 불어난 것일까? 그렇지 않다. 잔고의 숫자는 늘었지만, 물가가 올랐기 때문에 실제로는 마이너스가 된다. 


물가가 이자보다 더 많은 것을 빼앗아가기 때문이다. 만약 10년간 물가상승률이 3%였다면, 현재의 100만 원은 10년 뒤에 74만 원 정도의 가치만 남게 된다. 이자 20만 원을 더해도 남는 돈은 94만 원이다. 잔고에 찍힌 숫자는 120만 원으로 돈이 늘어난 것으로 보이지만, 구매력 또는 실질 가치는 94만 원이 되는 것이다. 


물가 상승률 3%를 고려하면 현재 100만 원의 가치는 10년 뒤에 135만 원이 있어야 동일한 구매력을 유지된다. 135만 원이 있어야 겨우 본전인데 120만 원이 된다면 15만 원이 마이너스가 되는 것이다.


생각해보자. 10년 전의 100만 원의 가치와 지금의 100만 원이 같은 가치일까? 동일한 돈으로 동일한 양의 물건을 살 수 있을까? 10년 전에는 만원으로 근사한 한정식을 먹을 수 있었다면, 지금 만원의 가치는 육개장 한 그릇 겨우 먹을 수 있을 것이다. 


10년 전을 생각해보고 지금과 비교해보고, 앞으로 10년 후를 생각해보자. 지금의 100만 원이 10년 뒤의 100만 원이 가치가 같지는 유지되지 않을 것이다.  은행 예금이 과연 원금을 보장하는지 의심해보아야 한다. 


은행 예금과 달리 주식은 원금 보장이 안된다. 필립 피셔는 3장에서 주식의 변동성과 기회비용이라는 위험에 대해 설명한다. 주식은 변동성이 심하다. 주식이 조정장에서 보유 주식이 단기간에 20% 하락한다면, 심장이 멎는 기분일 것이다. 그리고 대형 약세장에서 보유 주식이 30%, 40% , 그 이상 떨어지는 모습을 지켜본다면 심장이 으깨지는 기분일 것이다.


그래도 주식 투자자들은 변동성을 감내한다. 금융이론에 의하면 투자자들은 이 변동성에 대해 장기적으로 보상받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투자자들은 변동성에만 관심을 기울 일뿐, 기회비용은 거의 생각하지 않는다. 워런 버핏의 유명한 말이 있다. "사람들이 두려워할 때 탐욕스러워야 하고, 사람들이 탐욕스러울 때는 두려워해야 한다."


투자자들은 하향 변동성을 싫어한다.  그러다가 주가가 장기간 상승하면 이들은 상승장을 놓친 걸 깨닫고 이것도 위험이라고 인식한다. 이런 위험을 기회비용이라고 부른다. 이런 기회비용 때문에 막대한 손실을 볼 수 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기회비용이라는 위험을 과소평가한다. 변동성이 쉽게 눈에 띄는 위험이긴 하지만 유일한 위험은 아니다. 시간 지평이 긴 투자자들은 변동성을 충분히 떠안지 않으면, 기회비용이 발생하여 장기적으로는 더 큰 손실을 볼 수 있다.


필립 피셔는 이 책의 1장에서 채권이 주식보다 안전한지 질문하고 있다. 직관적으로는 꾸준한 채권이 끊임없이 요동치는 주시보다 안전해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채권이 더 안전한지는 ‘안전’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어떤 사람은 단기 기대 변동성이 낮으면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흔히 채권의 변동성이 낮다고 착각한다. 1년이나 5년처럼 단기적으로 보면 일반 적으로 채권의 변동성은 주식보다 작다. 그런데 분석하는 단위 기간을 장기로 20년쯤 늘리면 변동성은 주식과 비슷해져 버린다. 30년으로 늘리면 주식은 채권 변동성의 절반인데도 수익률이 훨씬 높게 나왔다. 


그런데도 주식을 두려워하는 투자자가 그토록 많은 이유는 진화 때문이라고 한다. 노벨상을 받은 행동 재무학 전망 이론(prospect theory )에 따르면 투자할 때 이익에서 얻는 기쁨보다 손실에서 받는 고통이 두배 이상 크다고 한다. 인간의 두뇌는 안전 가능성보다 위험 가능성을 더 중요하게 인식하게 때문이란다.


워런 버핏은 본인을 85%의 벤저민 그레이엄과 15%의 필립 피셔라고 말한다. 저자인 켄 피셔는 필립 피셔의 셋째 아들이고, 서른 살에 자신의 회사를 설립해 현재 100조 원이 넘는 자산을 운용하는 거대한 투자회사로 키워낸 실전 투자자이자 사업가이다. 포브스 400 명단에 이름이 오른 수조 원의 자산을 가진 부자이다.


피셔의 조언처럼 안다고 생각하는 모든 사안에 대해서 우리는 항상 질문을 던져야 한다. 스스로 독립적으로 사고하는 힘이 건전한 투자의 시작이다. 


안전은 안전하지 않고, 위험은 위험하지 않다. 계속 생각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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