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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두근 Feb 07. 2022

<불황에도 승리하는 사와카미 투자법>을 읽고

농경형 투자란 어떤 것인가

버핏은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것에는 투자하지 않는다. 그것이 자신의 능력 범위를 벗어나기 때문이라고 말한 바 있다. 나는 최근에 개별기업의 주식투자는 내 능력 범위를 벗어난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개별기업 주식보다는 주식시장 전체에 투자하는 인덱스 상품 ETF(QQQ, SPY, 코스피 200 등)에 투자로 방향 전환을 생각하고 있다.


직장인이다 보니 투자 공부에 할애하는 시간이 제한되어 있고, 아무리 열심히 공부해도 극복하기 힘든 리스크가 있다고 깨달았다. 개별기업의 비즈니스 상황, 재무제표, 산업 동향, 국제 경제의 흐름 … 공부를 하면 할수록 앞으로 더 공부해야 할 것들이 늘어나기만 한다. 내가 감당 가능한 능력 범위를 벗어난다는 것을 느낀다. 


개별 기업의 리스크는 최근의 오스템임플란트 사태를 떠 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오스템임플란트 때문에 직접적으로 큰 피해를 본 것은 아니다. 내가 보유한 오스템임플란트 주식은 관찰 차원에서 보유하고 있던 겨우 1주다. 하지만 만약 내가 거기에 큰돈을 투자했다고 생각하면 아찔하다.


실질금리 마이너스 시대에 투자를 안 할 수는 없다. 어떤 방법이 나한테 맞는 방법일까 고민하고 있다.

「불황에도 승리하는 사와카미 투자법」이라는 책을 읽으면서도 내가 적용할 수 있는 지식과 적용하기 힘든 부분이 있음을 느낀다. 


예를 들면 장기 투자 종목의 발굴, 재무제표 등에 대한 내용은 설령 이해한다 해도 적용해보기도 쉽지 않을 듯하다. 하지만 매우 쉽게 이해가 되고 내가 적용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 내가 매우 공감하는 개념은 ‘농경형 투자’ 그리고 ‘경기 사이클에 따른 자산배분’이라는 것이다.


농경형 투자란 어떤 것인가. 최근 화제에 오르는 파생금융상품이나 헤지펀드로 대표되는 앵글로색슨류의 투자를 수렵형 투자라고 한다면, 이 책에서 소개하는 장기투자는 농경형 투자라고 해야 할 것이다.


농작물은 하루 이틀에 자라지 않는다. 봄에 모를 심어 가을에 벼가 익기까지 실로 많은 시간이 걸린다. 농업에서는 '농작물이 익을 때까지 일정한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투자가 결실을 맺어 수익을 얻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각오하는데에서 장기투자는 시작된다. (p40)


벼농사에서나 꽃을 기를 때 매일같이 '아직도? 아직도?' 하며 쳐다보고 있으면 성장 속도가 지겨울 정도로 느린 것 같다. 그러나 잠시 시간이 지나서 보면 모종이나 줄기가 깜짝 놀랄 만큼 성장해 있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결실의 가을을 맞이할 때나 꽃이 활짝 피었을 때는 '오랜 시간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며 새삼 만족하게 된다.(p43)


장기투자의 핵심은 '시간의 무게'를 내 편으로 삼는 것이다. 단기 투자자는 인간의 이해타산과 심리 때문에 시시각각 변하는 힘의 관계만을 뒤쫓아 순간순간 승부를 한다. 장기투자에서는 시장에서의 힘의 관계 변화 따위는 제쳐두고 상관하지 않는다. 그보다 시간의 경과가 가져오는 힘을 내편으로 만드는 것을 우선한다.(p44)


장기투자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순환과 같다. 자연의 은혜는 태양이 가져다주지만, 투자수익은 경기변동의 기복과 금리 사이클이 가져다준다. 봄에 씨를 뿌리고 여름의 뜨거운 햇볕을 듬뿍 받아 비로소 가을의 결실을 맞는다.


태양의 은혜를 거슬러서는 작물이 자라지 않는다. 겨울에 씨를 뿌려도 싹은 트지 않는다. 봄에 씨를 뿌려도 장마 전에 열매를 보는 일은 없다. 


투자도 마찬가지로 고금리 때는 채권을 사둔다. 저금리가 되면 채권을 팔고 주식을 산다. 경기가 상당히 과열되면 주식을 팔고 현금이나 MMF에 넣어둔다. 다시 고금리기가 도래하면 채권을 산다. 이렇게 자연의 순환에 맞춘 듯한 자금 배분의 전환은 투자 운용에 있어 기본 중의 기본이다.(p102)


금리 사이클과 자산배분

경제에도 사계절이 있다. 경제의 사계절은 왜 생길까? 동물의 세계에는 경제가 없다. 동물은 배가 고프면 사냥을 하지만 배가 차면 그것으로 그만이다. 결코 필요 이상으로 사냥을 하거나 노후를 대비하여 먹이를 저장해두려고 생각하지 않는다. 더구나 인간처럼 뭔가를 팔거나 사지 않는다.


인간에게는 욕망이 있기 때문이다. 이것도 갖고 싶고 저것도 사고 싶다. 생활을 더 풍요롭게 하고 싶다. 노후에 안심하고 살기 위해 저축을 해두고 싶다. 이것이 경제를 우상향으로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p74)


욕망이 팽창하여 호황을 낳는다. 호황은 말하자면 돈의 순환이 잘 되는 때이다. 수입이 늘게 되면 대범해져서 누구나 쉽게 지갑을 연다. 모두가 쉽게 돈을 쓰니 돈의 순환이 잘된다. 이렇게 되면 많은 사람들의 욕망이 자꾸 부풀어 오른다. 모두가 서로 사겠다고 하니 물건값이 치솟는다.


물건(부동산, 주식 등)  값이 과도하게 오르면, 그걸 사서 이익 보기가 점차 힘들어진다. 그러던 어느 날 돌연 모든 것이 반전된다. 지금까지의 분위기는 어디로 갔는지 모두 빨리 팔겠다고 분주하다. 이제는 빨리 팔지 않으면 손해를 보게 된다. 어느 순간 손해를 본 사람들이 늘고, 사람들의 지갑이 얇아져서 지갑이 열리지 않는다. 돈이 돌지 않게 된다. 이제 불황이 된다.(p80)


장기투자뿐만 아니라 어떤 투자에서나 자금을 투입하는 타이밍은 나중에 얻는 수익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투자에 실패하는 경우의 대부분은 타이밍을 잘 못 잡은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계절을 파악하여 씨를 뿌리는 타이밍은 중요하다. 꽃의 종류에 따라 씨 뿌리는 시기가 있으므로 반드시 그것을 지켜야 한다.(p45)


느긋하게 기다리는 데에도 '씨를 뿌리는 타이밍'이 중요하다. 벼농사에서는 실수로라도 장마철이나 한여름의 뙤약볕에 모내기를 하지 않는다. 그런 때에 모내기를 한다면 뿌리가 썩거나 일조량 부족으로 벼가 자라지 않는다.


나는 장기투자를 주장하는 이 책의 저자가 '씨를 뿌리는 타이밍'에 대해 얘기하는 것에 놀랐고, 개인적으로는 매우 공감하고 있다.


지금은 어떤 시기일까? 얼마 전 자연의 계절로는 입춘이 지났지만 영하의 날씨가 계속되어 춥기만 하다. 하지만 머지않아 봄이 올 것이라는 것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경제의 계절은 어떤 시기일까? 경기 사이클로 보는 계절은 네 가지가 있다. 봄(경기 회복기), 여름(경기 호황기), 가을(경기 후퇴기), 겨울(경기 불황기)이다. 


지금은 '씨를 뿌리는 타이밍'으로 적당한 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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