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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두근 May 19. 2022

사람들이 직장을 그만두고 난 후 당황하는 이유

인생의 문턱을 넘어가려면

직장을 그만두거나 은퇴한 사람들은 초기에는 해방감에 들떠 이것저것 그동안 못해 본 일들을 하느라고 무척 바쁘게 지낸다고 한다. 못 만나던 친구들도 만나고, 그동안 하고 싶었지만 못해본 취미 생활이나, 시간이 없어 못 가던 여행들을 다닌다. 그러다가 1년 2년이 지나면 그 모든 것이 시들해진다. 대신에 돈을 벌며 자기 몫을 다한다고 생각했던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게 된다. 


돈 버는 일 이외에는 할 줄 아는 게 없고, 회사 사람들 이외에는 친구가 없고, 심지어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자신이 원하는 인생 2막이 어떤 삶인지도 자신이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그때 사람들은 당황한다. 허무감을 느낀다.


요즘 나는 또 하나의 인생의 문턱을 넘고 있다. 앞만 보고 살다 보니 어느새 인생 1막이 지났다. 어느새 2막을 준비할 시기가 되었다고 생각을 하고 있다. 그래서 인생 2막은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고민한다.


그래서 요즘 일종의 실험을 한다. 말하자면 인생 2막 시뮬레이션이다. 인생 2막을 떠 올리며 휴가를 자주 내서 지내고 있는데 기대만큼 만족스럽지가 않다. 흡사 직장을 그만두거나 은퇴한 사람들이 당황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아직 은퇴를 하지 않았지만 조만간 다가 올 은퇴를 앞두고 준비하고 있다. 말하자면 은퇴 연습을 하고 있다. 일하는 시간을 줄이고 자유 시간을 늘리고 있다. 아직 자유시간이 그다지 많지 않고 완전한 은퇴는 아니지만 심정적으로 '반퇴'라고 할 수 있다.


먹고살기 위해 열심히 달려왔지만, 밥벌이만 일만 하다가 죽기는 싫다. 너무 바쁘게 앞만 보고 달릴 때는 알지 못했다. 자유 시간이 많아지면서 새롭게 알아가는 것들이 있다.


인생 1막에서는 어떻게 살지 별 고민이 필요 없었다. 부모가 알려주거나, 학교에서 회사에서 정해주는 대로 살면 된다. 인생 2막에 들어서면 완전히 달라진다. 이렇게 저렇게 하라고 알려주는 사람이 없어진다. 설령 누군가 말해준다 하더라도 아무 의미가 없다. 인생 1막에서 남의 뜻대로 살았기 때문에 이제는 내가 원하는 삶을 살고 싶다. 또 그래야 한다.  


예전에는 해야 하는 일을 하고 살았지만, 앞으로는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겠다 굳게 결심한다. 인생 1막은 내 뜻대로 못 살고 숙제하듯 살아왔다. 인생 2막은 내가 원하는 대로 살고 소풍처럼 즐기면서 살고 싶다. 


그런데 반전이 있다. 내가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 드물다는 것이다. 자유 시간을 어렵게 성취했는데, 막상 그 시간을 알차게 보낼 수 없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진다. 학생 때 시험기간만 되면 하고 싶은 일이 많아진다. 막상 시험이 끝나면 그 소중한 자유 시간이 아무것도 못하고 사라져 버리는 것과 같다.


인생 2막에는 내가 원하는 삶을 살겠다고 의욕을 불사르고 있는데, 이제와 보니 내가 원하는지 내가 잘 모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참 당황스럽다.  


이 문제는 남에게 물어볼 수 없는 문제이다. 나도 나를 모르는데, 남이 어찌 나를 알 수 있겠는가. 내가 스스로 답을 찾아야 하는 문제이다. 인생의 로드맵을 다시 그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이 알려줄 수 없는 문제, 내가 나에게 물어서 답을 찾아야 하는 문제, 내가 원하는 삶은 무엇인가? 그것을 어떻게 찾아야 하나? 힌트를 얻기 위해 인터넷을 찾아보기도 한다.  


자기에게 질문하고 답해야 한다고 한다. 자기가 무엇을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이는 버킷리스트를 만들어 보라고 한다. 마인드맵을 그려보기도 한다. 모두 자기를 발견하기 위한 노력들이다.



이럴 때 나는 혼행을 한다. 혼자 여행을 하면 자기를 발견하는데 도움이 된다. 


혼자 여행을 하면 일단 심심하고 외롭기도 하다. 맛있는 음식, 아름다운 풍경을 보아도 함께 공감해 줄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좋은 점도 있다. 아침에 언제 일어나서 언제 호텔을 나올지. 무엇을 먹을지 어디를 갈지 모든 것이 자기 마음에 달려있다. 누구를 배려할 필요도 없고, 남들의 시선을 의식할 필요도 없다.


여행을 떠나 올 때는 바다를 보고 싶어 왔지만, 마음이 바뀌어 산으로 가도 뭐라고 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길을 가다 멋있는 풍경을 발견하면 멈추어서 원하는 만큼 머물 수 있다. 10분이 지나도 한 시간이 지나도 보채는 사람은 없다. 오로지 자신의 마음이 움직이면 그때 그 자리를 떠나면 된다.


이렇게 온전히 자유를 가지게 되면 그때 자기 취향을 알 수 있다. 사람이 많은 곳을 좋아하는지 인적이 드문 조용한 곳을 좋아하는지. 열심히 남들이 많은 가는 곳에 가서 인증 사진을 찍어서 SNS에 올리면서 기쁨을 느끼는지, 사람이 드문 조용한 곳에서 멍 때리며 쉬는 것을 좋아하는지.


혼자 여행을 하면 자기 취향을 알게 되고, 자기 마음이 끌리는 것이 무엇인지 발견하게 된다. 그런 작은 것이 쌓이다 보면 어디에서 살고 싶은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삶을 원하는지 알 수 있지 않을까. 


짧은 혼자 여행이 아니라 혼자 하는 '한 달 살기' 정도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삶을 원하는지 알아낼 수도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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