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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두근 May 11. 2022

사는 게 우울해서

우울증 검사를 받았습니다

요즘 사는 게 재미가 없고, 기분이 우울합니다. 며칠 전에는 나를 좀 이해해달라는 마음에서 아내에게 어떻게 우울한지 무엇이 불만스러운지 털어놓았습니다. 


"당신 우울증 검사 한번 해 보는 게 어때?"

"글쎄... 남자도 갱년기 겪는다는데... 그냥 오춘기라서 그런 거 아닐까?"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래! 누구든 감기 걸릴 수 있으니 한번 해보자~"


그래서 토요일 오후에 정신과 병원에 다녀왔습니다. 이번 주 월요일 우울증 검사를 했고, 며칠 뒤 검사 결과를 들으러 가야 했기 때문입니다.


우울증 검사에 8만 원의 비용이 들었고, 1시간 30분가량 시간이 걸렸습니다. 진짜 검사를 받기 전에 숙제를 해가야 했습니다. 천 문항이 넘는 질문에 답을 해야 했습니다. 숙제를 하는 데만도 2시간 이상 시간이 걸렸습니다.


"자살 충동을 느낀 적이 있습니까?"

"사람을 만나는 게 두려운가요?"

"불안과 걱정 때문에 잠을 편히 못 주무시나요?"

"우울한 기분 때문에 업무에 집중하기 힘드신가요?"

"이상한 소리가 들리거나 망상 때문에 괴로운가요?"

"얼마나 자주 슬픔 혹은 기쁨을 느끼시나요?"


월요일 우울증 검사 시간에는 전문가 선생님이 A4 용지를 주시면서 몇 가지 그림을 그려보라고 하십니다. 집, 남자, 여자 등을 그려보라고 하셨습니다.  집은 시골 초가집과 마당을 그렸습니다. 남자는 돌아가신 아버님 모습을 그렸습니다. 여자 그림은 등이 구부러진 꼬부랑 할머니의 모습, 어머님 모습을 그렸습니다.


그리고 난 뒤 데칼코마니 같은 그림을 여러 장 보여 주시면서 그림을 설명해 보라고 하십니다. 


"나비 또는 나방처럼 보입니다."

"다른 것은 안보이시나요?"

"어찌 보면 나비 몸통이 여자처럼 보이기도 하네요."


의사 선생님은 검사 결과를 어떻게 말씀하실까? 나는 결과를 듣기 전에 결과를 예상할 수 있었다. 사실은 우울증 검사(성인성격심리검사) 천 문항에 대한 답을 작성해 가면서 스스로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자살 충동은 한 번도 생각도 해본 적이 없으므로 병적인 우울증은 아니란 것을 직감으로 느낄 수 있었다.



결론은 이렇게 적혀있다.

"평가 결과, 일상에 대한 경미한 불만족감을 경험하고 있을 수 있으나, 현재 정서, 행동적인 면의 어려움이 임상적인 수준에 이르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상심리전문가 제OOOO호 남OO -


예를 들어 나는 이럴 때 우울함을 느낀다. 우리 가족은 어머니를 모시고 함께 산다.  늙고 아픈 부모의 모습을 지켜보는 일은 괴롭다. 점차 나이 들어가는 내 미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외면하고 싶어 진다.


90세 어머니는 평소 귀가 거의 안 들려서 일상적 대화도 힘드시다. 어쩌다 뭔가 말하려고 하면 귀에 대고 크게 말해도 거의 못 알아들으신다. 인지기능도 약해져서 최근에는 약한 치매 증상이라고 볼 수 있는 행동을 하신다. 


화장지를 가위로 조각내어 쓰신다. 아마 아낀다고 그러시는 모양이다. 오늘은 마루에 뭐가 묻었다고 침을 퇘- 뱉어서 화장지로 닦으신다.


버럭 신경질을 냈다.

"옴마! 방에 침을 뱉으면 우짜노? 어휴- 정말~ 미치겠네~"

성난 내 표정에 어머니가 움찔하시고, 눈을 껌벅껌벅하신다.

그걸 보고 바로 후회를 한다. 어머니한테 내가 왜 신경질을 냈을까.


예전의 이상적인 모습이나 활기찼던 '과거의 부모'와 달라졌다는 것이 힘들게 느껴진다. 베스트셀러 <미움받을 용기>의 저자 기시미 이치로는 <마흔에게> 라는 책에서 이렇게 말한다.


"저도 알츠하이머 인지증을 앓던 아버지를 간병하느라 마음대로 일하지 못하는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때 저는 초조하고 어찌할 바를 몰라 한동안 우울하게 지냈습니다. 아무리 애써도 부모는 점점 쇠약해진다는 부정적인 측면에만 마음을 빼앗기면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는 좋은 면을 깨닫지 못합니다. 

- 중략- 

부모와 함께 있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한 일입니다.

언젠가 이별하는 날이 올 때까지 하루하루 소중히 사이좋게 지내기로 결심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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