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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땡요일 Jun 08. 2022

커다란 자연 그리고 작은 사람

여름에는 녹아내립니다.

여름은 항상 힘든 계절이다. 올해도 계절은 쉬지 않고 달려 여름에 도착했다.


계절의 시작은 여러 가지의 감정이 몽글몽글하게 피어오르는 느낌이다. 계절마다 옷차림, 공기의 향기, 피부로 느껴지는 습도, 나무의 모습, 거리의 모습이 다 달라서 그런 것 같다. 이때까지 살면서 봄, 여름, 가을, 겨울은 항상 있었다. 머릿속에 기억으로 추억으로 남아있다. 하지만 2022년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은 처음이니까 설레기도 두렵기도 한 것 같다.


나는 하루가 길게 느껴지기 시작하면 여름이 시작되는 걸 느끼곤 한다. 길어진 해에 오후가 길게 느껴져서 하루가 점점 길어 보이는 착각이 든다. 그렇게 되면 여름은 훌쩍 눈앞에 도착해서 사람들의 옷차림을 하나씩 바꾸곤 한다. 외투를 입지 않고 상의가 짧아지고 하의가 짧아진다. 가끔은 하나씩 짧게 입는 옷에 혼자 여름에 단계를 정해주며 혼자 웃기도 한다. 외투기, 반소매기 이런 식으로 말이다. 내가 여름을 버티는 소소한 재미들이다.


나는 더위와 추위를 많이 타는 편이다. 겨울에 태어났지만 추위는 너무 잘 타고 더위는 더 많이 탄다. 따듯한 걸 좋아하는 편이라서 초여름까지는 잘 지내는 편이지만 이번 여름은 좀 다른 것 같다.  벌써부터 더위에 힘들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마치 아이스크림이 녹아내리듯 몸이 축축 늘어지는 것처럼 말이다. 아직 여름에 하고 싶고 해야 하는 것들이 정말 많은데 '한여름에는 어떻게 버티지' 라며 걱정이 많다. 반짝이며 빛나는 바다도 여름에 봐야 더 아름답고 친구들과 함께 먹는 생맥주도 여름이면 정말 맛있는데 아직 여름이 준 미션들을 해결도 못한 채로 가을을 기다려야 하나 상상도 했다. 아직 여름은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말이다.


한여름이 오면 내리쬐는 햇볕에 무기력함을 느끼기도 한다. 피어오르는 아지랑이를 보며 자연의 신비를 느끼기도 한다. 밀려오는 먹구름에 걱정과 공포를 느끼기도 하며 여름은 살며시 내 삶에 일부분을 차지한다. 내 삶에 계절이 스며드는 건지 커다란 자연에 내가 스며드는 것인지 가끔 헷갈리기도 한다.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사람이란 게 무력하게만 느껴지기도 한다. 사람이 건드리지 않는 이상 자연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을 것이지만 사람은 아닌 것에서 작게만 느껴진다. 커다란 자연에 작은 사람.  


그걸 더 실감 나게 느끼는 게 여름과 겨울이다. 폭우와 폭설 때문이다. 최근에는 봄에도 그렇다. 이상하게도 빨리 피어나는 꽃들, 자연을 만만하게 본 사람에게 벌을 내리듯 쏟아지는 비, 세상을 하얗게 장식하기도 하지만 얼어붙게 만들기도 하는 눈을 보면 사람은 한없이 작아진다.


이런 기후 이상을 보면 자연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기도 한다. 나부터 환경오염을 시키지 않도록 하나씩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 말이다. 미래의 후손들을 위해서가 아닌 나를 위해서다. 앞으로 있을 여름들이 점점 더 더워지고 비도 많이 온다니 벌써부터 슬프다. 많은 사람들이 알아야 하는 문제이다.  더 많이 놀고 즐겨야 할 여름에 살이 타는 것 같은 햇볕과 폭우로 여름을 장식하고 싶은 사람은 적을 거라 생각한다. 한 번에 많은걸 바꿀 순 없다 차근차근 바꿔나가면서 지구를 지키는 노력을 해보면 좋겠다.


무엇이든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다. 하지만 무너진걸 다시 원래대로 돌려놓으려면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이제부터라도 무너져버린 모래성을 다시 쌓아야 한다. 그래야 우리의 내일을 지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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